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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 in Diversity

홈스쿨 엑스포 참관기

홈스쿨이 한국 사회에서는 어떻게 보여지고 또 어떻게 사람들이 하게 될까?
국가의 교육 통제가 강한 대한민국은 그나마 사교육 시장이 공교육을 강화하는 요소로 성장해였는데, 기형적인 성장이 심화되고 오히려 공교육 그 자체의 위기에 몰린 건 아이러니다. 홈스쿨을 사교육으로 인식하는 것은 타당할 듯 하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홈스쿨에 대한 동기를 대안으로써의 교육과 더불어 성공신화에 더 적합한 사교육의 하나로 등장하고 있음을 볼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교육이 무엇인지를 묻고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홈스쿨은 현대 한국 사회에 있어서 "대안적" 교육이라는 긍정적인 면을 보여준다고 판단한다.
이번 홈스쿨 엑스포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국내 홈스쿨 프로그램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상 깊은 것은 홈스쿨로 성장한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네트워크였다. “We Are Homeschooler” 이들의 자발적인 활동이 기대되는 것은 한국 홈스쿨의 미래가 어른들의 기대를 극복할 수 있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

전반적으로 각 홈스쿨 코업, 프로그램들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듯 하며,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 보였다. 그룹별 특징에 맞게 다양한 툴을 사용하기 위해 번역과 창조의 과정을 역동적으로 이뤄내는 것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 공동체에 대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각각 홈스쿨 코업의 중심에 교역자들이 있다는 것은 시사점이 있어 보인다. 그 하나는 교회교육의 연장선으로 홈스쿨을 해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학적 기반을 갖는 교육이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우려되는 측면은 현대 사회에서 각 가정이 직면한 질문들을 교육안에서 풀어내는 방법이 지극히 교리적인 입장에서 풀어낼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엑스포를 보면서 비판적으로 읽어진 면은 다음과 같다.

일단 한국 사회 속에서 한국 기독교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이 필요하다. 
보수적인 성향의 한국 교회는 다양한 면에서 부패함을 드러냈고,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 교회는 개인적인 성향의 문제로 진단하고 있으며, 교육에 있어서 개인적인 성향이 건강하면 사회도 건강할 것이라는 패러다임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 윤리보다 개인의 윤리가 지속적으로 강조된다. 그러나 지난 한국 근대사를 돌아보면 사회적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을 때 개인 윤리도 추락하고 위선이라는 가면 속에서 심하게 부패됨을 경험해 왔다.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교회 윤리를 기준으로 가르치려는 태도를 고수하심으로 소위 “꼰대”의 상징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배경에는 과거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에 미쳤던 건전성과 사회적 영향력의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근대 한국 사회를 읽어낼 때 경제적 성장이라는 일차적 목표와 분단국가라는 정치적 상황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에 응답하지 못하고, 꼰대짓을 일삼는 한국 교회의 태도는 한국 교육의 현실과도 일맥상통해 버렸다. 이런 이미지를 태동케한 소위 문민정부에 대한 반동적 요소도 있긴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한국 교회는 꼰대짓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나머지 자충수들을 남발한 것이 원인이라 볼 수 있다. 

두번째는 세속화 세상에서 기독교가 의미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이 무시될 수 있다.
보수적 기독교의 시선은 폐쇄적 우주론에 기초한다. 사실 기독교적 우주는 열린 우주론이지만 의외로 교회의 시선은 폐쇄적이다. 그들의 우주론은 창조과학-문자주의신학-개인윤리-친미/친이스라엘 에 가깝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관점에서 대화와 배움, 구도는 존재하지 않고, 과거 중세시대의 교회가 휘둔 권력, 재판과 심판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홈스쿨에서 이런 흔적들을 볼 때면 홈스쿨이 미국식 기독교의 결과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세번째는 개인의 성찰과 변화만으로 구조적인 문제에 응답할 수 있는가이다.
이것은 홈스쿨에 대한 질문보다는 기독교에 대한 한국 교회를 향한 질문일 수 있다. 지난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사회적 복음에 대한 복음주의의 적극적인 입장이 있기는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생각보다 더디거나 극단적인 양분화 현상이 일어났다. 거기에 한국 사회내 성공지향주의, 이기주의를 부추긴 원인자로 기독교가 지목되었고, 교회의 윤리적 문제들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복음주의 실패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복음주의권에서 사회적 복음에 대한 수용의 현실화되면서 다양한 주제에 있어서 활발한 논의들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속에서 홈스쿨 진영은 지난 20세기 중반의 주제에 멈춰서 있는 느낌이다. 이것은 비단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국 홈스쿨에서도 일어난 현상이며, 최근 홈스쿨러를 위한 대학 설립의 움직임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네번째는 홈스쿨이 가진 유동성이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발휘될 수 있는가 이다.
홈스쿨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을 꼽는다면 그건 바로 유동적이며 비형식적이라는 것이다. 가정의 가치, 교회의 가치가 교육의 핵심이며, 모든 것들은 교재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교육은 ‘대학진학’이라는 덫에 걸려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상대적 우위를 점하려는 태도들이 감춰져 있다. 그러니까 경쟁구도인 셈이다. 홈스쿨러들에게도 다양한 양질의 교육 제공이라는 그 뒷배경에는 가치의 문제보다는 질의 문제가 우선됨을 알 수 있다. 한국 사회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홈스쿨 역시 그 구조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홈스쿨이 유동적이고 가치지향적이라면 사회 구조의 변화를 꾀하는 활동을 담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기독교 대안학교는 사회적 참여에 비적극적이다. 이것은 한국 교회가 한국 근대사의 정치적 상황에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 사회의 연관성을 홈스쿨러와 프로그램들이 인식하지 못한다면(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현대 사회의 질문들에 홈스쿨러들이 응답하는 과정이 없다면) 일종의 게토화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만약에 독립된 공동체로 사회와의 구별을 이룬 미국 경건주의 분파들과 같은 궤를 걷는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아닌 대중 사회 속에서 유기적인 기독교라는 것을 지향한다면 현재 홈스쿨러 스스로 냉철한 분석과 비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론
홈스쿨 엑스포는 한국 사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점임과 동시에, 한국 교회가 지향하고픈 그 무언가를 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한국 교회가 직면한 현실을 설명해 준다. 가정의 붕괴, 가치 상실, 지독한 경쟁주의, 그리고 근대교육의 붕괴는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홈스쿨 네트워크마다 각자의 가치를 찾아 가려는 노력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 현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에 대한 응답이자 기독교적 가치 추구로 읽을 수 있다. 또 하나는 활동 주체가 교회라는 단위에서 개인이라는 단위로 변화되었다는 점이다. 집단주의적 획일성, 보편성에서 다양성과 개별성으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결과는 분명 관주도의 교육이 점차 사회로 이관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예민한 부분인 교육에서 일종의 변혁으로 읽을 수 있다. 이것을 다시 표현하면 사회 구조 변화에 이미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다양한 장점들과 특징들이 홈스쿨러에게 제한될 것인지 한국  사회 전반으로 확대할 것인지에 있다. 현재로써는 사회전반으로의 참여는 너무 앞서간 생각인듯 보이지만 앞에서 분석했던 긍정적인 요소들은 사회 변혁을 일으킬 수 있는 인자임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홈스쿨러 네트워크가 앞으로 어떤 지향점을 어떻게 이뤄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홈스쿨에 대한 비판적 시선으로 읽어댔지만 사실 홈스쿨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에 대한 기사가 있어서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