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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ge of Life/삶의 언저리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어리석음

지금까지 선교사로, 간사로 살면서 '노동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가끔 선교사들의 무리하거나 터무니없는 부탁을 응대할 때 초기에는 그나마 부드럽게 넘겼지만 짬밥이 생기면서는 감정적인 뉘앙스의 표현(일종의 가시와도 같이)을 담아내었던 것 같다. 요 며칠 서비스업에 계신 분들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 특히 가족을 대동했을때, 발생된 노이즈와 부산물들을 당연하게 대하던 모습에 그동안 내가 선교사들을 대했던 태도들이 부끄러웠다. 

나 역시 나름 최선을 다했노라 생각했지만 그분들(서비스업 종사자들)을 보면서 반성 또 반성을 한다. 그들의 육체 노동의 강도도 만만치 않겠지만, 스트레스를 생각한다면, 그들에게 요구하는 무언가를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 면에서 과거 내가 했던 행동들이 두가지 마음, 선한 자에겐 선대하고, 악한(?) 자에겐 보복하는 태도들이다. ‘선으로 악을 갚는 테도’는 위선적인 요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 교묘함이 내 속에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행위의 결과로 생산될 이득을 염두해 두면서 사람을 판단하고 재단하는 행위들이나, 관계하는 부분들 말이다. 차라리 그런 이득을 고려해서 '그나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다가오진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선의의 의도를 갖는 태도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업(실제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강도를 가진 것으로 실현 불가능할 정도의)에 대한 기대치와 더불어 그런 영역을 가능할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를 공동체 내에서 이뤄내야 할 필요또한 생각해 본다. 그러니까 '물질'에서 '관계'로 이동하는 것이겠지?

앞으로 타인을 쉽게 판단하고 그들에게 당연하게 받아야 한다는 내 심보를 주께서 바꿔주셨으면 좋겠지만, 그런 내 한계를 날마다 경험하며 누군가와 같이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느즈막하게 배우는 철부지라는 걸 인정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