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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 in Diversity

국제학교에서 ESL이 갖는 의미



언어습득은 교육과정인가? 아니면 교육을 위한 전 단계인가?
국제학교에서 다양한 학습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ESL과정이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학습의 여부를 판단한다. 맞다. 현재의 교육체계로는. 그러나 점차 다문화라는 현실속에서 이동성을 담보로 할때 언어는 학습을 위한 수단이 아닌 학습의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동안 국제학교에서 언어습득을 전제로 학생을 선별하여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인종문제가 끼어있기도 하다.) 

정보의 존재는 각 언어로 형성되어 있으며, 이를 인식하는 방식도 그 언어와 문화적 특성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교실 속에서 이뤄지는 학습은 이런 다양한 과정들을 하나의 방식으로만 요구한다. 그것을 알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수자가 원하는 방법으로 습득하고 표현하는가에 따라 학습을 결정한다. 그래서 이런 획일성은 주요 언어와 문화가 갖는 정치적 힘을 드러내고 문화를 위계화 시켜버린다. 교수자는 이를 통해 학습을 주도하게 된다. 그런데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교육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오늘날의 교육 시스템은 의미를 상실한다. 공교육 없이도 정보는 검색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적어도 정보 습득 이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뭘까? 어쩌면 교실에서 일어나는 배움의 가장 중요한 점은 다양한 존재들이 학습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회적 과정이 아닐까?

그러니까 정보를 매개로 상호 촉진과 소통을 통한 사회 문화의 연속성이 배움에 관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그런 의미다. 교육 과정들 하나하나는 어떤 학습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연속성을 부여해주는 동시에 상호 보완하는 측면을 가질 수 있다. 최근 서울대에서 과학수업과 ESL 과정간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교육 과정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들면서 언어 습득 과정을 정규 교육과정에 올라가는 수단이 아닌 교육 과정 그 자체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규과정이 의미하는 것, 그리고 언어가 지배하는 힘, 학교 안에서의 인종, 문화간 위계들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는 ESL과정은 결국 학교가 가진 철학과 가치를 말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 국제학교는 서구 학교의 확장판으로, 인종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그러는 가운데서 국제학교는 서구 학생 중심의 구성에서 다국적인 구성원으로 변화를 겪고 있다. 이 지점에서 기존의 방식대로 국제학교=서구학교로 갈 것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다른 문화(national) 사이(inter-)에서의 교육을 새롭게 구축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