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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유럽은 어떻게 관용사회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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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벤자민 J. 카플란(benjamin J. Kaplan)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의 네덜란드 사 교수로, 칼벵파와 자유사상가들:1570-1620, 위트레흐트의 종파와 공동체, 등을 썼다.
출판사: 푸른역사: 서울, 2015


"관용은 불유쾌한 것을 마지못해 수용하는 실용적인 행동이었지, 어떠한 긍정적인 덕행이 아니었다." 29.

오늘의 우리에게 관용(tolerance)은 단어적으로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볼 때,  긍정적이고 따스한 의미로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 카플란은 근대 초까지 관용을 사용하는 데 있어, 나의 주장, 가치에 반대하는 것을 "마지못해 수용하는" 실용적이면서도 정치적 행동으로 보았다. 그는 종교개혁을 전후로 유럽 사회가 어떻게 평화를 찾아갔는지를 살펴보면서 그 과정 속에서 나타난 포용과 관용이라는 측면을 신학적 이유와 동시에 사회, 정치적 이유들을 주목하였다. 그는 일반적으로 계몽주의에 와서야 관용의 태도가 확산되고 보편화되었다고 보게 된 것을 일종의 신화적 이라 지적하며, 유럽 사회의 관용은 갈등과 대립(전쟁, 학살)을 통해 유지된 평화적 행위의 연속성이라 본다. 그는 학계가 계몽주의를 너무 일반화하고 단순화해서 믿는 경향이 있으며, 실상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대륙이 계몽주의를 이해하는 정도와 파급력에 대한 생각들이 각각 달랐으며, 지역 도시마다 그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몽주의의 세속화로 인해 종교적 긴장과 충돌로부터 무관심해졌다는 무의식적 접근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당시의 종교적 열심이 세속화와 이어져 있으며, 사회적 갈등의 원인임과 동시에 관용과 평화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관용의 상승"은 종교전쟁의 결과로 개신교와 가톨릭 모두가 평화의 길을 찾고 조약을 통해 상호 인정하여 균형을 이뤘다는 경험(508)과 계몽주의의 사상이 종교로부터 유럽인을 분리하였다고 보는 관점(519)의 결과다.

카플란은 적어도 계몽주의가 종교의 열심과 거리를 둔 현상이며, 세속화로 보고 있는 현대의 이해에 의문을 던지고 있으며, 이 책을 통해 오히려 종교적 열심이 어떻게 관용 사회를 가능하게 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종교 개혁의 결과로 특정 종파에 의존하여 무력 충돌을 겪은 유럽 사회가 최근 시리아 난민 유입에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의 갈등과 해결의 과정을 보여준 것과도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관용이란 관념이나 사상이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이며, 거기에는 집단과 집단의 갈등구조를 개인간의 관계들로 재구성하는 '일련의 행동들'로 보게 되었다. 이는 어떤 행동 양식이나 태도, 가치, 또는 방식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함께 사는 길을 찾는 '역사적 과정'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포용과 통합, 분리의 형태는 역사적 과정의 관용이 현 시점의 상황과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