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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일기

주부 뒷담화] 2016. 11. 28. 주부에게 아침의 시간이란.


아침을 열나게 차리고, 움직이지 않는 아이들을 협박과 달램의 무한 반복 속에서 옷 입히고, 어그적 거리는 아내에게 부탁하여 큰 애 머리를 부탁하여, 두 아그들을 데리고 나오는 데 성공.
그리고 병원에 두 아이들 진찰을 하러 병원에 갔는데, 차량 만빵. 주차 관리하는 아저씨(원래 얼굴 인상이 정말 않좋다.)가 툭 던진다. "전화번호 남기고 연락오면 즉각내려오라고." 그런데 그 툭 던진 그 말에 "욱"하고 올라와 한 말 하려 했으나, 잘 참고 굳은 얼굴로 들릴듯 말듯 '네'하고 올라왔다. 그런데 1층 피자집 앞에 공간이 있어 차를 댔으나 10분도 안되어 피잣집 주인으로부터 전화. 가게 앞에 차를 주차했으니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을 듯. 다만 아이들 일이라 그런지 잘 참아주셨다. 그리고 차를 다시 주차하는데 10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 (주차장에서 차가 나오고 들어오는 과정이 반복되니...)
어쨌든 여차여차해서 아이들 진료까지 무사히 마치고나니 한시간하고 삼십분이 소요되었다.


아침이라는 시간이 집중하기 좋은 시간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누군가에겐 아침이라는 시간 그 자체가 정신없이 흘려보내야만 하는 시간이고, 수많은 감정들의 교차 속에 미묘한 끈들을 흘려내리는 찝찝한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공부를 하면서도 사역을 하면서도 아침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흘러간다는 것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다가 자의로 선택한 육아와 가사 속에서 내 육체도, 정신도 그리 맑지 못한 상태로 흘려보내어야 한다는 것에 "엄마"라는 존재를 새삼 깨닫게 된다. 요즘처럼 자기개발과 성취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육아, 가사, 그리고 일이라는 것을 선택하고, 조밀하게 분류된 타임테이블에 따라 계획된 시간들을 살아가려는 이들에게 있어 육아라는 럭비공같은 존재를 어떻게 바라볼까? 라는 생각과 동시에 우리의 엄마들은 그런 시간들을 어떻게 견뎌내었을까? 아니 어떻게 보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나는 돌아와 대충 옷을 벗어 던지고, 여독인지 뭔지 모를 느슨하고 무력한 기운에 눌려 이불 속으로 들어누워 추운 거실의 바람에 부르르 떨며 두시간 넘게 설잠을 잤다. 문득 문득 깨어 오늘 해야 할 일 리스트를 확인하며 '해야하는데...'라고 염려하면서...
(그 해야하는 일들 가운데 설겆이만 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