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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 in Diversity

EBS교육연수원 주최 4차산업혁명시대의 교육과 미래직업 3일 특강 후기

1. 고양시 EBS 본관

 고양시 주엽역으로 가는 길은 정말 멀다. 가는데 2시간 오는데 2시간이 걸리고, 강의 시간은 4시간 반정도. 아침에 아이들을 깨우고 서둘러 나왔다. 게다가 첫날 아침은 대치동에서 조찬모임이 있기도 한 날이었다. 전철을 타고 가는 길에 다문화 관련 글을 읽으려 계획했으나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면서 두번의 환승을 거쳐 주엽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추운 공기를 마시며 2km정도를 걸어 EBS 본관에 도착했다. 건물은 주엽역에서도 보이는 높은 건물이었다. 주변에 예전에 왔었던 한화 수족관도 있었고, 그 옆에는 새로 JTBC가 들어서고 있었다. EBS 본관으로 가는 길은 의외로 어설펐는데, 그 근처에서는 아줌마 3명정도가 피켓을 들고 시위중이었다. 기독교쪽 사람인 듯 보이는데 젠더이슈를 방영한 것으로 꽤 열받은 분들인 듯 싶다. 다만 그들의 시위 방식은 맘에 들지 않았는데, 아마도 그들의 목소리가 잘 전달이 안되어서 인듯 싶어서인듯 하나 소통의 방식을 보면 이해가 된다. 

 어쨌든 그렇게 도착한 본관에 입장을 위해서는 경비직원을 통과해야만 하는데, 그들이 EBS직원으로 보이지는 않더라. 만약 EBS직원이라면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이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아... 내가 순진한거 같다.) 나는 그 앞에서 명단을 확인하였고, 직원은 내 이름을 세번 못알아 들어 찬바람이 지나치는 건물 옆에서 이름을 재차 확인해야만 했다. 이런 난관을 따스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바깥의 냉냉하고 차가운 공기와 다른 파라다이스가 펼쳐졌다. 그렇게 3일의 강연은 시작되었다. 

 각 강의는 주제별로 30분씩 구성되었으며 마지막날은 조금 다르게 시간이 편성되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강의는 주제에 대한 개론적인 설명을 다뤘고, 추후 심화과정을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강의가 녹화를 동시에 진행되어, 강의자는 강의 참석자들보다 콘텐츠 구매자에게 좀 더 무게를 둔 느낌이었다. 


2. 첫날, 주제파악

 전체적으로 보면 1일은 4차산업혁명시대의 교육과 직업에 대한 개론적 측면에서의 접근이었다. 한국 교육의 방향성  “창의 융합형 인재”와 연관되어 인지에서 역량으로 전환되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여기에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확장, 정보의 습득에서 다양한 표현의 필요성(이를 문제해결력으로 봐도 될 듯)을 주장하면서 교실의 교육은 필연적인 전환의 시기에 있음을 주장하였다. 이는 강의 중반과 후반에서 강조될 코딩과 메이커, 그리고 창업이라는 교육 과정에 포함된 과목(주제)들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코딩이 갖는 의미가 단지 소프트웨어 사용을 통해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방법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인류학과 사회학에서 다루면서 통합의 과정을 모색했다면, 이제는 기계(로봇, 인공지능)이라는 보편적 소통 대상을 통해 이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3. 둘째 날, 직업의 변화와 교육

 둘째 날은 미래의 변혁 속에서 현재의 교육이 처한 도전에 대한 방안으로 미래의 직업을 준비하는 교육을 이야기했다. 직업과 진로의 근간을 살펴보면서 학습자의 역량을 주목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직업의 소멸과 탄생 속에서 창의적인 틈들이 존재하기에 이를 위한 능력과 역량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어떻게 새로운 직업을 상상하고 준비할 것인가?를 수업으로 구성할 것인지를 장소, 전문, 기술, 이슈, 그리고 개인의 역량을 근거로 찾아보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어떻게 이를 수업 속에서 할 수 있을까? 를 이미지카드로 학생이 주체적으로 찾아갈 수 있는 수업 모형이었다. 그리고 메이커 수업은 단지 기술의 습득이 아니라 흥미를 이어가고 성취감을 채워주는 과정으로 설명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교육이란 상위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과정으로 인식했던 내 한계를 환기시켜준 내용이었다.

자료화면. 강우리 강사의 이야기톡카드를 통한 미래직업찾기.

4. 셋째날

셋째날은 구체적으로 소프트웨어와 메이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서두만 듣고 나와야 했기 때문에 간략하게 들은 내용을 정리하자면, 직업/직장은 역량/소양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앞서 언급했듯 코딩이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닌 인간과 기계 사이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를 이어주는 그 중심에 소프트웨어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가 필요한 사고 방식은 절대적 참을 추구하는 기존의 연역법이나 귀납법이 아닌 최적을 추론을 실현하는 귀추법이란 점을 주장하며 이를 실현하는 서업도구로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을 소개했다. IDEO CEO인 팀 브라운(Tim Brown)의 말을 빌리자면 "디자인적 사고란 소비자들이 가치 있게 평가하고 시장의 기회를 이용할 수 있으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디자이너의 감수성과 작업방식을 이용하는 사고 방식”이다.


5. 결론. 첫술밥이 배부르랴?

 3일의 일정에서 언급된 주요 Keyword를 살펴보면 소프트웨어, 융합(STEAM, STEM), 메이커, 미래 디자인, 미래직업, 인공지능, 창업, 기업가정신, 공감, 역량, 소통, 협력, 확장, 진로성숙도, 기업가정신 등 이다. 

 EBS 교육 연수원에서 3일간의 강의를 녹화 중심으로 진행했다. 그래서 질의 응답은 개인적인 만남 외에는 불가능했고, 시간도 매우 빠듯하게 꾸며져서 약 5시간의 일정 속에서 휴식시간은 중간에 10분 정도 주어진게 전부였다. 이것만을 보면 아마도 EBS 교육 연수원에서 4차산업혁명을 중심으로 수업관련 연수를 구체적으로 구성하기위한 과정으로 읽어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교육 과정에서 언급된 “창의융합형인재”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선 현재 공교육 구조속에서는 외부의 지원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비즈니스적 접근으로 읽어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현재 교사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본인들의 수업 내용과 방식이 미래 사회에 참여할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성찰하는 기회이며 동시에 융합, 통합, 학습자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하는데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도전의 큰 걸림돌은 교사들의 역량이나 의지의 문제보다는 관리자들이 아닐까 싶긴 하지만 말이다. 신진 교사들의 등장과 열정을 곱지않게 보는 기존의 교사그룹들의 반발, 관리자들의 복지부동들이 교차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노력하는 이들만 피를 보는 상당수의 학교 현장의 현실을 생각하면 내 아이가 그 상황에 치일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이런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 중 하나가 “교장 공모제”가 아닐까 싶다. 

 이번 강연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도대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가에 대한 접근이 부족하였고, 동시에 철학적 성찰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대상으로 인간과 로봇(A.I를 포함해서)이 등장하지만 정작 그들이 무엇인지를 다루지는 않았다. 아마도 교육과정과 교수법에 치우치는 건 아마도 강연회의 목표때문이라 생각하지만, 강의 내용들이 강연자들마다 중복되는 것을 보면 기획측면에서 아쉬움이 든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미래의 교육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현장은 미래의 아이들 대신 현재의 아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현재 교육의 위험부담은 고스란히 학습자들에게 돌아간다.교육의 윤리적 측면대신 이벤트적인 접근은 (물론 주체측은 그런 의도가 아니겠지만) 사업적 측면에서 읽혀질 수 밖에 없다. 이런 논의가 이번 강연에서 언급되고 추후에 다뤄야 할 과제로 언급하고 이를 촉구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강연방식도 아쉽다. 논의하는 주제가 4차 산업혁명이며 교수에 있어 4C(창의, 비판, 협력, 소통)에 기반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강연은 전통적 교수법으로 진행되었다. 소통도 협력도 창의도 비평도 없는 현장에서 4차 산업혁명 속에서의 교육을 논의하는 아이러니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여전히 전통적인 교육체제의 구조 속 존재이자 개혁의 대상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했다. 


문제를 길게 다루게 된건 나름 기대한 바가 컸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앞서 언급된 내용들을 제대로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번 강연은 현재 교육 현장에 등장하는 요소들과 방법들에 있어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개론적인 강의는 조금더 다듬어서 반복과 중복을 줄인다면 교육 현장에 문제의식을 전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