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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ge of Life/삶의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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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맑음, 나는 개어가는 중. 엄마 없이 하루를 보낸 아이들은 아빠의 잔소리와 성질에 질릴만도 할텐데, 아침이 되면 손을 꼬옥 잡고, 얼굴을 부빈다. 징그럽다고 손사레치고 뿌리치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오늘 아침 맑음이다. 나는 속좁아 아직도 흐림, 그러나 맑은 하늘 덕에 점점 개어가는 중이다. 그래, 확실히 여름얼굴로 바뀐거 같다. 어제 아이들에게 화가 난 모습으로 하루를 보냈다. 아마 거기엔 내 귀찮음과 체면, 그리고 기대함이 교차하고 있는 거다. 교회에서의 옷차림, 동생에 대한 태도, 그리고 아빠에 대한 태도... 이 모든게 올바름과 다름, 그리고 취향이 엉켜 아이를 아이대로 봐주지 못하고, 자꾸 고치고, 또 고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아직도 아이를 모르고, 또 나를 모르기 때문에 거치는 통과의례로 지나가길 바랄 뿐, 거기에 숟..
서울 외출, 그리고 매버릭 집짓기와 관련하여 서울을 오가는 일이 아주 아주 가끔 있다. 나름 돌아가야할 걸음이 있고, 다른 에피소드도 없어서 일이 끝나면 집으로 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여유로움을 선택했다. 아내가 열어줬다. 비오는 서울의 저녁을 즐길 수 있겠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까 생각하면서 돌아오는 길을 그려봤다. 그리고 그 첫 시작은 KFC였다. 내가 사는 곳에는 KFC가 없다. 왜 KFC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다른 치킨보다 이녀석을 좋아하는 건 확실하다. 그래서 하나 집어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맥스에서 상영하는 '탑건'을 검색했더니 20분 뒤 시작이란다. 살짝 고민이 생겼지만, 몸은 바로 움직인다. KFC를 바로 일어나 햄버거는 가방에 넣고 바로 옆 CGV예매 키오스크 앞으로 갔다. 2만 1천..
아는 이모(아이들의)로부터 흘러온 2021년 선물 "까톡" 드디어 왔다. 미선 이모가 우리 가족에게 보낸 선물이다. 빼꼼이~~~ 고급진 색들이 반짝반짝 거린다. "우와~~" 모자다~~~ 예쁘고 고급진 모자다. 아내님은 버건디, 나는 인디언블루. 1호는 민트, 2호는 초록~ 그렇게 우리의 연말은 행복 바이러스로 더 채워진다. 오늘 그렇지 않아도 3차백신 맞은 날인데... 애들 덕택에 우리도 호강한다. 미선 이모~~~ 고마웡.
내 삶은 이미 다문화다. 가끔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맛과 향이 밑에서 올라올 때가 있다. 작년에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처박혀 있다가 갑자기 밀려오는 고수향 때문에 고시촌 밑에 있던 쌀국수집에 가서 고수를 듬뿍 받아 먹었다. 그때 가슴에서 밀려오는 편안함과 그리움을 채운 성취감에 살짝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 정기적으로 그곳에 가서 쌀국수에 고수 듬뿍 담아 먹었다. 물론 동남아시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 집의 쌀국수는 내 심정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씬챠호 서울 관악구 대학길 52 지하 1층 (신림동 247-2) place.map.kakao.com 어디 고수 뿐이랴... 남아공에서 먹었던 브라이의 양고기나 양갈비는, 코스트코에 갈 때마다 진열된 그 비싼 양고기 앞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으로 달래곤했다. 그렇..
용감한 꼬마 재봉사 이야기의 교훈은 무엇일까? 용감한 꼬마 재봉사가 있었다. 그에게는 "한 방에 일곱"을 허리에 쓰고 여행을 다녔고, 거인들과 일각수, 멧돼지를 잡아 공주와 결혼했다. 그리고 잠꼬대에서 그가 별볼일 없는 재봉사였음을 안 공주가 왕에게 꼰지르자 다음날 죽이기 위해 군사를 배치했다. 이를 알게된 재봉사는 잠꼬대로 자신의 업적을 나열하여 군대를 도망가게 했고, 왕이 되었다. 그림형제의 동화는 잔인한 이야기들로 가득하지만 의외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들도 있다. 교훈은 무엇일까? 자기 과시욕과 긍정적 마인드를 가진 꼬마 재봉사? 아니면... 누굴 비꼬기? 어쨌든 한 방에 일곱의 결정타를 날리는 존재임은 변함없다. 분명히 주인공은 꼬마 재봉사지만, 나의 관심을 끄는 건 그의 일련의 과정들이 갖고 있는 돌발성과 밑도 끝도 없는 재봉사의 자신..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맞다. 지난 12일에 백신 예약을 마쳤으나 그 이후로 가끔씩 잔여백신을 찾아봄. 일찍 맞으면 혹여나 해외 좀 가볼 수 있나 싶어서, 익산 옆 군산, 전주, 김제를 훑어 본다. 오늘도 '잔여백신이 있을까?' 지난 월요일처럼 널려있지는 않을까 싶은 마음에 여느때 처럼 잔여백신 정보를 확인했다. 익산없음, 전주없음, 다시… 이렇게 지도를 옮기는데 갑자기 빨간 표 하나를 발견. 아무생각없이 순차적으로 누르고, 마지막으로 예약을 누름. 그동안 예약을 누르면 ‘죄송합니다…’로 시작하는 문구와 백신없음 페이지를 봤기에, 이를 기대했음. 그런데, 백신 예약이 뜨니 당황했다. 난감함과 흥분이 교차되니 옆에서 아내가 AZ는 2차 백신 기간이 길다고 찬물 코멘트를 하셔서 일차적으로 흥분이 가라앉음 그래서 계산기를 째려보니, 아내님..
남아공에 다시 가다. 2021년 7월 30일. Facebook에서 옮겨온 글 어제 마눌님과 가족의 허락을 받아 남아공행 비행기를 탔다. 오랜만에 케이프타운과 인근 지역을 방문할 기회를 가지게 되어 가는 내내 설레었다. 갑작스런 방문이라 지인들께 연락도 하지 못한 상황이라 도착해서 여기저기 연락할 계획을 가졌다. 코로나19가 대유행이라 하고, 최근 폭동으로 시끄럽지만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두근거리는 이 마음을 어찌다 표현할까... 하지만 현지에서 누구를 만나게 될지 미리 알게 되었다면, 이번 여행을 좀 더 아기자기하게 기획했을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 예전에 알고 지내던 현지 교회를 통해 연결된 학교를 방문하고, 수업 참관을 하기로 하여 그곳으로 바로 발길을 돌렸다. 현지 타운쉽 교육의 여건은 열악하고, 아이들의 의지..
오늘 일기 2021. 3. 7. #일상다반사 시간이 흐르면서, 안면을 트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름 가깝다고 생각한 분들이 하나 둘 유명세를 가지게 되니 거리감이 생기고, 혹 내 소소한 일상의 관계성때문에 공적인 일들이 방해될까봐 거리를 더 두게 되면서 차츰 멀어진다. 여전히 그분들의 이야기는 내게 여러 인사이트를 주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렇게 되니, 그들의 이야기는 하늘에 떠 있고, 점차 관심 밖이 된다. 운동의 부분들도 비슷하다. 덕택에 귀한 분들, 어르신들을 나름 살갑게 다가간 시간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공적인 부분외에는 감히 안부전화도 못드리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서글프기도 하고, 속상함도 있다. 그럼에도 내 옆에 여전히 나를 살갑게 대하는 분들이 계시고 안부도 물으시는 분들을 뵐 때마다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