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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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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사자머리와 만나다 쉬는 날, 인라인스케이트를 들고 나와 바닷바람을 즐기던 곳 가끔씩 만나는 부서진 도로를 피하며 차도로 달리는 것을 제외하면 나름 내달리기 좋은 곳이었다. 사자머리가 내려보는 이 길... 해변가를 끼고 또 반대쪽에는 피서철에 열리는 다양한 호텔들을 지나치는... 그렇게 달리면 더이상 달릴 수 없는 오르막길을 만난다. 그곳에서 멈춰서서 한참을 기다리면 서쪽 바다로 가라앉는 붉은 태양을 만날 수 있다.
하늘, 밝히다 세상은 밝으면 밝을 수록 깊어지는 어두움이 있다. 세상은 밝으면 밝을 수록 눈이 부셔 볼 수 없다. 세상은 밝으면 밝을 수록 그늘을 찾아 나선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테이블 마운틴에서
하늘, 물들다. 갑작스런 소나기를 뒤로하고 하늘이 얼굴을 내밀더니 이내 붉은 노을빛을 살포시 비춰주었다. 그런데 살포시 비치던 노을은 어느새 하늘을 점령하였다. 200년 봄으로 접어들던 케이프타운
그리움이 쌓인 그곳 가끔 '낯선 한국'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을 때가 있다. 한국인이며 한국에 살면서 내가 한국인인 것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잠깐의 외국 생활 속에서 어느새 내 안에 남아공의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가끔씩 향수병에 눈물을 흘리며 그곳의 친구들이 매우 그리워지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남아공에서의 3년은 선교사로서 살아간 시간보다 '나' 방준범을 찾았던 시간이어서일까?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다. 나는 복음을 그들에게 전하면 그들은 나의 어색한 콩그리쉬 영어를 귀기울여주곤 했다. 그들에게 전하는 기쁜 소식 보다 그들의 내 영어를 들어주는 그 진지함이 오히려 나에게 기쁨이 되었던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 나는 한국에서 억눌렸던 자아를 처음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 그곳의 친구들은 언제나 나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