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포크를 주목한 페친의 글을 보면서 한국 사회가 가진 사적 공간의 일부를 공적 공간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생각해 봤습니다.
한국 건축을 살펴보면 거주공간의 분할은 높은 담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행태를 보려는 시도를 엿보기라고 합니다. 거주공간 전체가 사적공간이며 타인의 접근을 거부합니다. 공공주택도 전반적으로 비슷합니다. 물론 최근 등장하는 공공건축에서 공공의 영역(개방성)이 강조되는 특징도 살펴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주거집단의 폐쇄적 공간으로 재해석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낳습니다. 타인에 대한 경계, 신분, 배타성, 보안, 안전, 그리고 만남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공주택 “단지”는 폐쇄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설계부터 개방성을 전제로 시작되어도 단지 구성원들이 형성하는 관계성은 이후로 앞에서 거론했던 요소들 때문에 폐쇄적인 형태로 흘러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림설명. 한국은 높은 담으로 둘러쌓은 영역에 마당이 위치합니다. 반면에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앞, 또는 뒷마당을 공유하거나 낮은 경계물로 구분하면서도 외부접근이 용이합니다. 마당에서 하는 일은 마을 사람 모두가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서구 사회는 준공공성을 개인의 영토에 부여하곤 합니다. 앞마당, 뒷마당, 때론 공공빨래건조장, 공공화장실 등도 그런 역할을 합니다. 이 영역은 개인의 영역이면서도 동시에 준공공적으로 열려있어서 접근이 용이합니다. 이런 용이성은 타인과의 관계를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감시할 수도 있겠네요.) 물론 서구사회도 신분구조가 높을 수록 폐쇄성이 높은 경향을 보여줍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요소들과도 비슷한 이유일 듯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접근성이 떨어질까요? 일단 마당으로 들어오게 되면 처음 만나는 영역은 접견실, 거실과 같은 공간입니다. 생각해 볼 것은 보통 2층에 침실, 샤워실과 같은 사적인 공간이 위치하고 있으며 이 영역은 가족사이에서도 지켜야할 사적인 영역입니다. 그렇다면 일층은 어떤 것이 주로 위치할까요? 보통 주방, 거실, 식당, 화장실, 창고 등으로 이뤄집니다. 이 영역이 의미하는 것은 실내상에서의 준공공성의 영역이 된다는 겁니다.
이런 공공성을 가진 사적인 영역인 야외의 마당이든, 실내이 1층이든 외부에서의 접근과 공유가 용이하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공간 그 자체가 킨포크라는 독특한 문화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를 생각해 볼 때 거주공간이 협소함으로 인해 사적인 곳과 공적 영역들이 혼재하게 되어 일정 공간을 열기 위해서는 공개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공간은 바로 그런 사회적 현상, 문화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여기서 킨포크를 주도하는 이들이 누군가도 살펴볼 필요는 있습니다만 여기서 저의 관심은 이런 준공공성을 가진 공간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요소라는 것에 있습니다.
최근 공동체 운동과 쉐어하우스 등의 운동들을 살펴보면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을 한 공간에서 약속하고 킨포크와 비슷한 모습으로 소통과 나눔, 즐김을 추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운동들이 매우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주거 공간 속에서 공적공간을 위해 비용을 투자한다는 의미는 공동체적 의미와 소통, 나눔을 생존과 더불어 하겠다는 의미입니다.(물론 건축주의 입장은 다를 수 있겠죠. 돈…) 다만 이런 형태의 공적공간 탄생은 말 그대로 상호 연결과 협력으로 이어지고, 거창할지 모르겠지만 자본주의 이후 재분배의 이슈에 작지만 기여하는 부분이 될 요소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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