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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ge of Life/삶의 언저리

서머나, 이즈미르를 기억하는 이름

카디페칼레 들어가는 문 앞 길에서 바라보면 이즈미르 중심가와 바다 건너가 눈에 들어온다.
카디페칼레에서 본 서머나 아고라 유적지. 그 주변은 주거지와 큰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튀르키예 이즈미르에 자리한 서머나는 에게해의 중요한 고대 항구 도시입니다. 흔적은 신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알렉산더 시대에 재건된 로마와 비잔틴을 거쳐 오스만 제국과 오늘에 이르기까지 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에페소스가 폐허로 남아 고대 문명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도시라면, 서머나는 여전히 살아 쉬며 흔적 위에 새로운 삶이 덧입혀진 도시라 있습니다. 그래서 로마의 낭만은 비잔틴이후로 무덤터가 되었던 바실리카 유적에서 희미하게 느낄 있을 뿐입니다.

튀르키예 인플레이션은 관광지에서 환율을 유로화로 기준한다. 그러나 유로로 받지 않고, 그날의 환전금액을 적용하여 받는다.
서머나 아고라 유적은 바실리카가 전부이고 아고라는 유적을 발굴하기 전까지 무덤터가 되었다. 비잔틴의 흔적을 보여주는 모자이크. 층층마다 시대별 흔적이 드러나는 게 포인트.

도시의 하루는 언제나 분주합니다. 바다와 항구, 그리고 카디페칼레(Kadifekale, ‘비단 성채’) 아래 집들은 오래된 건축 파편 위에 세워져 있고, 사이에서 사람들은 묵묵히 삶을 이어갑니다. 시장에서는 생선을 노리는 고양이들이 분주히 뛰어다니며, 삶의 날것 같은 활기를 더합니다. 골목을 거닐다 보면 배가 고파지고, 자연스레 현지의 거한 아침상과 뜨거운 차가 떠오릅니다. 즉석에서 주는 오렌지 주스 잔은 더할 나위 없는 별미이지요.

서머나 아고라 건너편부터 시계탑까지 위치한 Kemeraltı Bazaar. 분위기 좋은 시장 음식점도 나쁘지 않다. 11시부터는 번잡스러우니 10시 전후로 다니길 추천.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지만, 그래도 한잔의 차이나 조식 세트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카디페칼레 게이트 위에서 시내쪽으로 바라본 파노라마.
카디페칼레를 둘러싼 성벽 두께가 대략 3m 내외다. 그러나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
카디페칼레에서 발굴된 저수조. 15,000명이 먹을 수 있는 식수를 저장할 수 있다고.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오래된 돌길과 비잔틴 시대에 묻혔을 신앙 선배들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스칩니다. 어쩌면 그것은 고대 문명과 기독교 유산을 향한 막연한 향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날 치솟는 물가와 불안한 경제 속에서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마주하면, 화려한 유산보다 지금의 일상이 소중하고 값지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 유적 위의 공터에서 신나게 뛰어놀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튀르키예 사람들의 스포츠 사랑은 단지 축구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하나만 있으면 금세 무리가 모여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아이들이 나은 교육과 생활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카디페칼레정상에서 만난 풍경. 주로 난민들이 카디페칼레 성에 기대어 높은 언덕들에 산다고 한다.

돌아보면, 서머나는 요한계시록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도시답습니다. 가난과 궁핍 속에서도부요하다 칭찬을 들었던 서머나 교회처럼, 지금도 힘겨운 삶을 살아내면서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순교자 폴리캅의 흔적과 사도 요한의 편지가 건네던 위로가 여전히 도시의 공기 속에 흐르는 듯합니다. 그러나 오늘을 살아가는 속에서, 시절의 이야기를 좇는 것이 단순한 향수에 그칠지, 아니면 깊은 의미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제게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즈미르 시계탑. 여기서 다른 이즈미르의 지역으로 가는 배들이 있다. 25리라(2025년 현재)로 트램, 버스, 메트로와 환승가능하다.

사진: 2025년 8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