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의 헌신에 기대는 교육의 한계
개인적으로 한국 교육의 질을 이야기할 때 교사 개개인의 역량과 헌신을 빼놓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역량과 헌신에 기대어 온 방식의 한계가 다가오는 것 같다. 교사 개개인의 역량과는 별개로, 지금 우리가 직면한 다양성 사회의 구조적 갈등을 교육적으로 다룰 방법이 마련되어 있는지 묻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나서는 교사들이 떠안는 부담이나 피해를 교육 구조가 막아주고 있는지, 교사들이 다양성을 대하는 일관된 방향을 공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응답도 보기 어렵다. 이 질문은 교사의 헌신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헌신이 계속되려면 무엇이 뒷받침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갈등을 다룰 교육적 방법, 실천하는 교사를 보호할 장치, 함께 논의하고 공유할 교육의 방향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마련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은 약방의 감초처럼 어디든 붙이기 좋다. 번역을 돕고 자료를 만들며 개별 학습을 지원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우리가 어떤 문제를 풀려 하고, 어떤 방향을 정해 실천할 것인가이다. 교육의 방향을 정하고 그 실천을 책임지는 일까지 기술에 맡길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AI의 활용을 말하면서도 교사의 역할과 공적 지원을 함께 강조하는 일본 다문화 학생 교육 기사가 눈길을 끈다.
1. 일본의 지원 공백과 대응은 무엇인가
일본 문부과학성이 2026년 5월 공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5년 5월 1일 기준 일본어 지도가 필요한 아동·학생은 84,759명이다. 외국 국적 학생 73,313명과 일본 국적 학생 11,446명을 합한 수치다. 기사가 표현한 것처럼 외국인 학생만의 숫자는 아니다. 그중 9,699명, 11.4%는 학교에서 일본어 지도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 수치는 일본 국적을 가졌는가와 일본어 지원이 필요한가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준다. 외국인과 내국인이라는 구분만으로는 교실의 실제 필요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일본에는 이미 일반학급 안의 지원과 별도 일본어 지도, 일본어와 교과 학습을 연결하는 JSL 교육과정, 모국어 지원원 등의 체계가 있었기에 기사가 말하는 바는 지원이 전혀 없던 곳에서 처음 제도가 생기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아마도 기존 체계가 있는데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생이 남아 있고,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의 문제로 보인다.
2026년 6월 전문가 회의 보고서는 입학 전후 초기 지원의 강화, 모든 교원의 다문화 지도 역량, AI·온라인 도구의 보조 활용 등을 제안한다. 프리스쿨은 취학 전 아동과 보호자를 위한 지원이고, 프레클래스는 새로 들어온 학령기 아동의 초기 일본어와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방식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해온 사업을 전국적으로 강화하려는 방향이 2027년도 예산 요구에 담겼다. 기존 사업, 보고서의 제안, 예산 요구를 구분해야 하며, 전국에서 제공이 확정된 하나의 제도로 읽어서는 안 된다.
보고서에는 다언어·다문화 경험을 아동의 강점으로 보고, 모국어로 배운 경험을 지도에 활용하자는 논의도 있다. 다만 모국어를 활용해 일본어와 교과 학습을 돕는 것과, 모국어 자체의 지속적인 발달을 교육 목표로 삼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기사는 이러한 대응을 소개하며 한국의 교육·복지 체계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묻는다. 언어 지원을 번역이나 특정 교사의 노력에만 맡기지 말고, 초기 지원과 인력 양성을 공적으로 준비하자는 취지다. AI는 번역과 학습 자료를 도울 수 있지만, 학생과의 신뢰, 부모와의 소통, 아이가 침묵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일을 대신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함께한다.
2. 캘리포니아에서는 무엇이 바뀌었는가
기사는 캘리포니아의 이중언어 교사 부족을 비교 사례로 가져온다. 목표와 예산을 마련하더라도 교사를 기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책 변화의 역사를 덧붙여 보면, 인력 문제 앞에 놓인 질문도 드러난다. 누구를 학교에 받아들이고, 어떤 언어로 무엇을 배우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학교에 들어올 권리부터 갈등의 대상이었다. 1982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Plyler v. Doe 판결은 서류미비 아동에게 공립 초중등 교육을 박탈할 수 없다는 기준을 세웠다. 그러나 1994년 캘리포니아 주민발의안 187은 서류미비 이민자 자녀의 공교육 접근을 제한하려 했다. 관련 교육 배제 조항은 연방법원에서 제동이 걸렸고, 주 정부는 1999년 소송상 합의를 통해 항소를 포기했다. 이 과정은 교육정책이 이민을 둘러싼 정치와 분리될 수 없으면서도, 그 기류를 그대로 따르기만 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입국과 체류를 제한하려는 정치가 있더라도, 이미 여기 있는 아동의 교육을 지키는 법적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
학교 문 안에서는 가르치는 언어와 방식이 쟁점이었다. 1998년 주민발의안 227은 영어 중심의 구조화된 몰입교육을 기본으로 삼고 이중언어 교육을 크게 제한했다. 다만 학부모의 면제 신청을 통한 대체 프로그램은 가능했기에 그에 대한 현지의 평가와 몰입교육의 효과를 쉽게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어몰입 교실도 교과 내용을 가르쳤으므로, 영어를 다 배울 때까지 교과를 전혀 배우지 않는 대기 과정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 물론 어디까지나 법적인 선에서 판단할 때는 말이다.
2016년 주민발의안 58은 그 핵심 제한을 바꾸고 학군이 다양한 언어교육 프로그램을 선택할 여지를 넓혔다. 비록 이것이 모든 학생에게 이중언어 교육을 보장한 것은 아니지만, 영어 중심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제한하던 정책에서 선택의 공간을 넓힌 변화였다. 이어 2017년 영어학습자 교육 로드맵은 학생의 언어·문화적 자원을 인정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2018년 Global California 2030은 2030년까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학생의 절반이 두 언어 이상의 숙달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여기에는 이주 배경 학생뿐 아니라 영어권 학생도 포함된다. 다언어 능력을 일부 학생이 극복해야 할 문제로만 보지 않고, 함께 길러야 할 능력으로 다루는 것이다. 그렇다고 선언이 곧 실행은 아니다. 기사가 인용한 보도는 이중언어 교사의 추가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프로그램을 허용하고 목표를 세우는 일, 교사를 확보하는 일, 아동이 실제로 양질의 교육을 받는 일은 구분해서 살펴야 한다.
3. 한국에 적용한다면 무엇을 물어야 할까
일본의 지원 공백과 캘리포니아의 정책 변화를 우리의 환경에 그대로 옮겨올 해답은 아니다. 국가가 어떤 아동을 어떤 구성원으로 바라보며, 어떤 교육을 제공하려 하는지 묻고 싶은 질문을 포함하고 있기에 이렇게 살펴본 것이다.
중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기사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지원의 규모와 기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가가, 특히 교육부가 이 문제를 풀어낼 의지와 관심이 있는가를 묻는 동시에, 그동안 실제로 어떤 제도와 실천을 통해 대응해왔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기존의 노력을 살피지 않은 채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서도 안 되고, 사업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 지원의 제공, 언어 능력의 향상, 교과 학습의 진전, 학교 공동체에서의 수용은 연결되지만 같은 결과는 아니다. 언어 점수가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아이가 질문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며 배움에 참여하게 됐다고 결론내릴 수는 없다. 반대로 편안하게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만으로 학습의 기회와 성취까지 충분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누가 평가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정부와 학교가 확인하는 지원 실적이나 성적, 아동이 경험하는 배움과 관계를 함께 살펴야 하지 않을까? 미국 사례를 참고한다면 정책의 이름과 방향뿐 아니라, 누구에게 무엇이 제공됐고 어떤 결과를 남겼는지까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 정리한 정책의 역사만으로 실제 효과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이주 배경 아동의 교육은 체류와 정주의 조건을 정하는 정책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아동을 향한 국가의 목적은 교사가 방향성을 선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학교 적응을 돕는 일과 그 아이의 삶을 어떤 전망 속에서 바라보는가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질문은 다시 교실로 돌아온다. 우리는 교사에게 무엇을 맡기고 있으며, 그 실천을 무엇으로 뒷받침하고 있는가? 아이가 학교에 적응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것인지, 그 아이에게 어떤 교육이 이루어졌는지를 묻고 있는 것인지. 기술을 더하고 지원을 늘리는 일과 함께, 그 방향을 정하고 책임지는 구조에 대한 논의가 어디까지 이뤄졌을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참고 자료
• 뉴스N연합 기사
8만 명 넘은 일본 다문화 학생, AI가 채울 수 없는 교실의 빈자리 - 뉴스N연합
일본 외국인 학생 8만4759명, 지원 체계가 늦었다 2026년 6월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외국인 아동·학생 교육 충실화에 관한 전문가 회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핵심은 세 가지다. 2025년 5월 조사 기준
www.newsyonhap.com
• 일본 문부과학성, 일본어 지도가 필요한 아동·학생 현황 조사
「日本語指導が必要な児童生徒の受入状況等に関する調査(令和7年度)」の結果について :
www.mext.go.jp
• 캘리포니아 교과 통합·별도 영어발달 지도 설명
https://www.cde.ca.gov/SP/ml/ab714eld.asp
• 캘리포니아 이중언어 교사 부족 보도
https://www.the74million.org/article/short-thousands-of-bilingual-teachers-california-schools-turn-to-high-school-students/
Short Thousands of Bilingual Teachers, California Schools Turn to High School Students
New funding aims to help schools prepare more bilingual teachers, beginning as early as high school.
www.the74milli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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