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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M

[선교의 현장] 집시선교 현장에서의 선교사 자녀의 문제

헝가리 최영 집시 선교사로부터 [2008-09-21 01:03]

  • ▲집시가정교회에서 예배에 동참하고 있는 아이들. 가장 오른쪽 아이가 최영 선교사의 딸 예원이.

아이들의 문화 충격
세계선교를 위해 지구촌에서 선교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한인선교사가 15,000명이 넘고 계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반하여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 전통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 서방국가의 선교사의 수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서방 국가의 선교사의 감소하는 여러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선교사의 자녀(Missionary Kid)"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요즘 ”선교사 감소를 막기 위한 전략회의“ 같은 것이 열린다고 하는데 선교사의 자녀 문제는 서방 국가의 선교사 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선교사들에도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2003년 우리 가족이 집시선교 사역을 위해서 헝가리에 왔을 때에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외동딸 예원(사도행전에 나오는 루디아로 헝가리에서는 리디아로 부름)이가 두 살 하고 열 달이 되어 헝가리에 왔기에 채 세 살이 되지 않은 어린 나이였다. 헝가리 언어습득을 위해서 조금 일찍 유치원에 보내는 게 낫다 싶어 만 세 살이 될 때에 유치원에 보내게 되었다.

유치원에서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으나 헝가리 말을 모르기 때문에 가장 필요한 것은 화장실에 가고자 할 때에 자신의 의사표현이었다. 우리는 예원이에게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에 손을 높이 들면 유치원 선생님이 알아보고 화장실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 유치원 선생님하고 약속을 하였다. 그리하여 예원이는 화장실 갈 때에 손을 들어 의사표시를 하면 유치원 선생님이 알아차리고 도와주어서 별 어려움이 없이 유치원에 잘 적응하는 듯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리디아가 무엇을 먹으면 자주 토하곤 하였다. 토하는 것이 멈추지 않아 소아과에 데리고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지금 이 아이가 문화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아이에게 너무 맵거나 짠 음식을 피하고 위에 무리가 없는 음식을 주도록 하였다. 그리하면 “어느 날에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라고 했는데 시간이 흘러가자 토하는 습관이 정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 이야기대로 아이들에게도 아이들만이 경험하는 문화충격 같은 것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토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중적인 방법으로 처신하는 아이
예원이가 유치원에 적응을 하는 가운데 선교사 자녀로서 또 다른 상황에 직면하였다. 예원이가 다니는 유치원에는 백인 유치원 아이들과 집시 아이들이 함께 있는데 대다수의 백인 유치원 친구들이 집시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지를 않는 다는 것이다. 백인 아이들이 집시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는 이유는 먼저 옷차림 등 깨끗하지 않아서 백인 어린 아이들이 집시 아이들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또 다른 이유 중에는 집시 아이들의 머리에 이가 있어 이를 옮길 수 있다는 부모들의 이야기 때문인지 백인 유치원 아이들과 집시 유치원 아이들이 함께 지내지 않고 있었다. 예원이 역시 이러한 사실들을 잘 알고 있었고 주위에 있는 백인 친구들이 집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집시 아이들과는 어울리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리디아에게 “유치원에서 집시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리디아는 “예” 해놓고서는 유치원에 가게 되면 주위에 있는 백인 친구들이 “집시 아이들과는 함께 하면 안 된다”라고 하니까 그들의 시선 때문에 선뜻 집시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함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선교사역이 진행 중인 집시 마을에 들어가게 되면 그곳에서 유치원에서 늘 대하는 집시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에는 함께 어울려 잘 지내는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금 유치원에 가게 되면 함께 어울려 놀았던 집시 친구들을 보고도 모르는 척 해야 하는 것이 리디아의 형편이었다. 참으로 안타깝기가 그지없었지만 예원이가 백인 아이들과 집시 아이들이 함께 있는 유치원에서 이중적인 방법으로 처신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이와 같이 유치원에서부터 백인 아이들, 집시 아이들이 함께하면서도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집시민족이 존재하는 헝가리의 특별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

실례로 한 1년 반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집시선교의 현장에서 함께 동역했던 다른 선교사에게 초등학교 5학년에 다녔던 자녀가 있었는데 그 자녀는 집시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늘 백인 친구들하고만 어울렸던 경우가 있기도 하였다. 이를 알았던 집시 부모들이 선교사의 자녀에 대해서 섭섭하게 생각했던 일이 있었는데 선교사 자녀 역시 백인과 집시들과의 관계 속에서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집시 선교사 자녀의 형편이었다.

선교사 자녀, 정체성 문제도 해결해야
예원이가 유치원을 다니면서 헝가리 아이들과 별반 차이가 없이 헝가리 말을 잘 배워가고 있었다. 헝가리 말을 잘하는 대신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그가 한국말을 하는데 발음을 들어보면 어느 순간에 발음이 우리와 같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이러다가 정체성조차 상실되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글을 가르치기로 하고 시작을 하였지만 쉽지가 않았다. 그림과 한글 단어를 함께 놓고서 한글을 익히는 방법을 택했는데 질문을 해보면 대답을 잘해서 한글을 익혔나 생각을 했는데 그림만 보고서 답을 했다는 것을 알고서 다시금 생각한 것이 “성경읽기”였다.

“어린이 그림 성경” 책을 구입해서 매일 반복해서 익히는 것이었다. 그림 성경 이야기를 문장 전체로 읽다보면 처음에는 몰라도 다시금 밑줄을 쳐 놓고서 그 다음에 다시금 반복하기를 몇 번씩 하다보니까 한글을 쉽게 익힐 수 있었다. 어린이 그림 성경은 한글 뿐 아니라 신앙교육에도 좋아서 선교사 자녀로서 한글을 익혀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권장하고 싶은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성경을 암송시키고 난 후에 성경을 읽히는 것이었다. 예원이는 우리의 의도대로 며칠 노력을 하면 시편 한 장씩을 암송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어린이 매일성경”으로 큐티를 익혀가고 있다.

선교사 자녀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서 다른 문화와 환경을 극복하면서 자신 또한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들이 있다. 이러한 타문화권에서 적응을 잘 해야만 부모들 역시 선교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다. 또한 타문화권에 어릴 적부터 익숙한 선교사의 자녀는 부모에 이어 잠재적인 선교사들이다. 바라기는 집시선교 현장 뿐 아니라 세계 모든 곳에서 선교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한인선교사의 자녀들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자녀들로 성장해 주기를 기도할 따름이다.


기독일보 http://atl.christianitydaily.com/view.htm?code=mw&id=183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