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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M

미국 해외선교연구센터 조너선 봉크 원장 경계령

한국교회 눈부신 세속적 성공이 영성 위협하는 원인 될수도”

“한국교회의 가장 큰 위험은 성공이 될 것입니다. 만약 교회가 세상의 성공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실패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성공은 제자도와 연결됩니다.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신실함의 문제이며 철저히 대가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성공은 교회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것이며 타인을 위한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기독교 성공의 비밀입니다.”

최근 방한한 미국 해외선교연구센터(OMSC) 조너선 봉크(65) 원장은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세속적 성공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에 따르면 기독교적 성공은 실패와 관련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죽음으로써 인류 구원이 있었고, 30배 60배 100배의 결실도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을 때 가능하다. 실패의 역설을 주장한 그는 한국교회도 이와 같이 하라고 주문했다.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위치한 OMSC는 최근 세계 종교인구의 통계를 비롯해 지난 100년간의 세계 선교 판도 변화를 담은 중요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 선교계는 1910년 이후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교회의 부흥과 맥을 같이하면서 선교사 파송의 지각변동이 있었다. 서구 출신 선교사들이 감소한 반면 한국을 포함한 남반구 출신 선교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의 역할론도 꾸준히 대두돼왔다.

봉크 원장은 세 가지 영역에서 한국교회의 역할을 제시했다. 먼저 제자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그는 “무엇을 하고 어디를 가느냐보다 존재하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다”며 “한국교회는 제자로서 존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크리스천이란 이름에 만족하지 말고 예수를 따르는 사람으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심판 날 주님은 우리에게 신학적 질문을 던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어느 감옥의 재소자를 만났으며 어느 노숙인을 돌봤으며 어디서 고아와 과부를 도왔는가를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기도는 힘을 잃은 서구교회를 회복할 수 있다. 그는 “현재 서구는 기도가 하나의 형식으로 전락해 기도에 관한한 일종의 무신론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믿음과 능력의 기도를 가진 한국교회가 세계교회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님 대접은 한국인의 대표적 특징이다. 그러나 치명적 약점도 발견된다. 봉크 원장은 이를 한국의 단일문화 전통이라고 지적했다.

“단일 언어와 단일 문화 사회에서는 전통이 만들어지게 되고 그것이 굳어지면 타인에 대해 배타적이 됩니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살고 싶어도 설 자리가 없는 겁니다.”

봉크 원장은 이에 대해 역지사지(易地思之)로서 타문화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선교사들을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나그네와 손님으로 살고 있는 선교사들을 생각하며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에게 실수를 범하지 말자는 말이다.

봉크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양적 가치를 우선하며 예수를 따르는 고통스런 대가를 가르치는 것에 미흡했던 한국교회의 흐름과는 상반된다. 더구나 단일문화권의 약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봉크 원장은 1977년 미국에 오기 전까지 캐나다 프로비던스신학교에서 세계기독교학 교수로 20년 간 봉직했다. 지금은 캐나다 메노나이트교단 소속으로 세계선교신학회 회장과 OMSC 원장, 선교전문 계간지 IBMR 편집장을 맡고 있다. 선교사 자녀이기도 한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부모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OMSC는 내년 2월 한국서 선교지도자포럼(MLF)을 개최한다. 책임을 주제로 한국교회 선교 지도자와 학자, 해외 교회의 선교사와 학자들을 초청한다. 세계적인 구약학자이며 선교학자인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성경공부와 다양한 사례 발표도 예정돼 있다.

글·사진=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