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전통 마오리족의 하카. 전투에 출정하기 전에 추는 춤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유튜브 2017 여성월드컵럭비>
1. 다문화를 공부할 때, 개인적으로 흥미를 끈 몇 가지가 있다면 그 하나는 브라질의 인종적 다양성이 무리없이 이뤄진 점, 두번째는 바로 이 영상에서 등장하는 뉴질랜드의 마우이족 문화 흡수다. 남아공에 있을 때, 럭비를 자주 보게 되었는데, 월드컵에서 바로 뉴질랜드의 올블랙스팀이 등장하면서 추던 전사의 춤이다. 이 춤을 보면서 신기했던 것은 백인들과 폴리네시아 또는 그 섞인 인종들이 한자리에서 검은색 옷을 입고, 동일하게 마우이족의 전사의 춤을 아무 거리낌없이 추더라는 것이다. 당시 내 짧은 지식으로는 마우이가 백인을 받아준 것이 아니라 점령했던 것으로 이해했고, 당연히 백인의 문화가 현지의 문화를 말살했을 거라는 선입견이 강했다. 그런데 그 춤은 여러모로 충격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2017 여성 럭비 월드컵에서 이 춤을 추는 것은 바로 "여성(!)"이다.
2. 현재의 문화가 형성되기까지 거쳐왔던 여정들과 문화와 문화들 간의 충돌과 수용, 또는 혼합의 형태들이 사회의 다양한 담론과 감정들 속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그것이 항상 누군가의 의도와 주도함이 반영된 것은 아니었다. 이 말은 문화라는 것이 어떤 질서를 가진 듯 하지만 유기체처럼 튀는 모습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마치 그것이 우리의 것인 듯 싶었던 ‘시월드’가 사실은 몽골의 유목민의 풍습에서 온 것으로 당시 고려의 풍습을 덮어버렸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그 문화는 언제나 긴장을 가지고 있다. 끊임없이 우리는 근원을 묻는데, 그 묻고 있는 정황과 의도에 따라 우리의 오리진(근원, 정체성)은 그에 따라 각색될 수 밖에 없다. 마우이 전사의 춤이 여성에게 부여된 것은 사회 속 경쟁체제가 여성에게도 예외가 없으며, 오늘날 성평등의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의 역할/가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너희도 우리를 지키는 마우이전사다.”
3. 어제 어떤 단체에서 MK 캠프를 진행하면서 MK들에게 “너희들은 특별하다.”라고 계속 강조하더라는 이야기를 그 부모들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애들은 ‘난 특별하고 싶지 않다고.’ 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던 상황을 짚어본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들이 가득했던 1990년대의 “우리는 할 수 있다.”라던지 “우리는 특별한 민족”이라는 개념으로 사람들을 몰아쳤던 그 시기에 한국 선교사자녀에 관한 정체성, 교육 방향성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그때 한국 교회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었을까? 그 이야기의 결과가 30년이 되어가는 오늘에도 일종의 구호처럼 작동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읽어내는그 안에 담긴 의도들이 궁금하다. 여전히 이 말로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니 그렇게 묻는 오늘의 정황과 의도는 무엇인가? 아니면 이것은 불변의 진리란 말인가?
4. 나는 모든 사람이 특별하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다 평범하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구호는 개별적 독특함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담론과 실천이다. 그런 부분에서 아쉽게도 한국 선교사자녀의 논의는 세계의 문화적 역동성에 다가설 수 없다. 그렇기에 모두들 TCK에 만족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TCK에 애증을 가지고 있다.
'Cultur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관계, 그리고 나 (0) | 2021.10.17 |
---|---|
TCK 개정판이 나왔다. (0) | 2018.07.22 |
2012년 아시아성인MK 보고를 듣고 2012. 5.21. (0) | 2017.12.13 |
선교, 교회와의 중간지대 만들기 (0) | 2017.11.29 |
좋은교사운동 내 기독교사단체의 MK사역 모임 2014. 12. MKBNer 2호 원고 (0) | 2017.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