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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M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관계, 그리고 나

텍스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그를 대하는 우리는 항상 변화 속에 있다. 텍스트가 오래될 수록, 이를 대하는 태도도 그만큼 많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텍스트 뿐만 아니라 텍스트를 대했던 이들의 컨텍스트들을 같이 훑어봐야만 하고, 그에 따른 해석자들간의 차이 또한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온건한 이들은 이렇게나마 조근조근 양측의 입장을 생각하며 이야기하게 되지만, 문제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조차 사치로 여기는 이들에게는 그런 이야기자체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믿는다. 과격성은 사회에 쌓여진 분노의 결과이기도 하고, 동시에 개인성의 반영이기도 하다. 의견을 모아 '조화'를 꿈꾸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의 감정의 기복을 헤아릴 수 없는 중립성은 동시에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꿈"은 우리 모두의 특권이다. 과격성, 급진성 역시 분열과 종말을 꿈꾸지 않는다. 현실을 유리한 사변적인 면이 다분하지만, 비젼과 이를 꿈꾸는 나이브함은 우리가 깊은 질곡에서 답을 찾지 못하는 그 자리에서 빛을 발하기도 한다. '공동의 목표'로 한시적이지만 찾아온 평화들은 인류의 역사에서 찾아보는 게 어렵지 않다. 비록 '한시적'이라는 유한성이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또는 차악/선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시와 노래는 우리를 은유의 세계로 이끈다. 텍스트의 마법은 현실과 꿈을 넘나들며 우리가 집중하는 머리의 세상에서 가슴의 세상으로 잠깐이나마 이끈다. 컨텍스트의 고단함에서 잠시나마 텍스트가 전달하는 감정아래에서 우리를 맡긴다.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긴장은 인간의 유한성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를 조율하는 다양한 해석의 긴장 역시 우리의 유한성을 의미한다. 그것이 계시든, 경전이든, 우리의 이야기든 이를 접하는 이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순환의 숙명이다. 그렇게 인간은 21세기를 살고 있으며, 그 자리에 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한 세기도 살지 못한채 흙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