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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부분일식을 관찰했다. 다양한 관찰방법

가끔씩 우주 쑈!쑈!쑈!가 벌어지긴 하지만 개기일식은 뭐랄까... 인생로또와도 같은거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로또는 아마도 중학교시절 핼리혜성이 아닐가 싶다. 핼리 혜성의 주기가 약 76년정도 되니, 1986년 관측이후 특별한 일이 없다면, 2061년 쯤 다시 오시리라. 어쨌든 대륙간 대중교통이 발달한 요즘 시기엔 개기일식이 더이상 로또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꽤 흥미로운 인생사 중 하나인건  확실히다.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지역이 한정된 만큼 그 지역 바깥으로 더 넓은 곳에서는 부분일식을 관찰할 수 있다. 2020년 6월 21일 대한민국에서의 부분일식은 2009년의 거의 개기일식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절반 정도가 가려지는 정도의 흥미로운 쇼라 볼 수 있다.

이번 일식을 어떻게 관찰할 것인가 고민했는데, 마침 일요일이라 자전거 타는 날이라 한강에서 보기로 마음먹었다. 날씨는 쾌청하니 선글라스와 책읽을때 사용하는 돋보기를 이용하기로 했고, 가양대교를 지나 다리와 전망대가 있는 곳에서 멈췄다. 마침 전망대를 두른 안전판이 은박으로 칠해진 것이라 선글라스에 더하여 눈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듯 싶었다. 부분일식이 시작될 무렵, 한 커플이 전망대 위에서 쌍안경으로 관찰하는 것을 봤다. 일식 과정 중간에 올라가서 만났는데, 쌍안경에 태양필터를 씌워서 관찰하더라. 태양 관측할 때, 필름 쪼가리나 슬라이드글라스에 검댕이를 뭍히는 것이 익숙한 나에게는 처음 보는 태양필터가 간지나보였다. 그래도 나의 관측방법은 원시적이지만 돈 안들고, 가까운 사물을 이용한 것들이라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어 흥미롭게 2시간동안 관찰했다.

가양대교 지난 진입로 겸 전망대? 
커플께서는 삼각대에 쌍안경을 올려 관측하고 계셨다. 이런 데이트... 낭만적이다~~~
+1.5 돋보기로 초점을 맞추면 예쁘게 웃는 눈이 나오신다. 하지만 두 렌즈의 초점거리가 상을 맺는 투영판이 비스듬이 있는 상황이라 초점이 맞지 않았다.

이런 저런 사진의 모습을 카톡으로 아내에게 보내니, 아내도 바로 반응이 왔다. 엇!!! 나와 같은 투영법이다. 하지만 내가 맺는 건 단지 웃는 눈모양이라면 아내는 찜기 구멍들 자체가 놀랍게 변신하는 그 자체다.

바늘구멍을 통한 상맺힘을 찜기의 구멍들을 통해 태양상을 관찰할 수 있다. 

우리 두 따님을 위해 각자의 선글라스를 쓴채로 다른 두개의 선글라스 렌즈를 겹쳐서 잠깐씩 관찰하라고 했는데, 그것보다 더 뛰어난 것을 발견하셨다. 요즘 코비드19로 흔하디 흔한 마스크 포장재를 활용하셔서 관찰 중이시다. 이렇게 금속코팅된 포장지도 비록 깔끔한 상을 보는데 어렵지만 관찰하는데 좋은 도구가 된다. 유사품으로는 질소과자 충전재(과자 포장지)가 있다. 하지만 이것들이 적절한 코팅이 된 것이 아니라서 상을 보는데 두겹으로 겹쳐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렸을 때, 나는 학교 과학실에 있던 슬라이드글라스를 몰래 가져와서 나뭇가지에 불 펴 놓고, 그 위에 검댕이를 묻혀서 봤던... 나쁜 짓도... (쌤, 과학의 발전을 위해 과학실 물품을 다른 용도로 썼어요. 용서해 주세요~~~)

아내는 과학쌤들과 몇 사진들을 공유하면서 흥미로운 것들을 보내주었다. 의외로 태양의 모양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필터는 다름아닌 본죽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수저로, 핸드폰 사진기 앞에 두고 찍으니 아래의 모양이 나왔단다. 또 하나는 앞서 핀홀을 이용한 방식의 관찰에서 글씨에 펀치를 뚫어 이를 투영판에서 관찰하는 방식이었는데, 나름 재미있는 관찰법인거 같다. 이거 영상으로 찍으면 다양한 이벤트 영상이 될 듯 싶다. 2030에는 한번 해볼까??? 

하지만 이런 유사 관찰법은 태양이 갖는 위험성을 간과한 것이므로 장시간 관찰에 좋지 않다. 특히 가시광선민 아니라 적외선은 화상을 자외선은 백내장과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고 하니, 태양필터를 구매하여 눈을 보호하며 즐기도록 해 보자. 

정리하자면, 장시간 관측과 여러사람이 함께 하는 경우 투영법을, 육안으로 직접 관측할 경우 태양필터를 통해 잠깐씩 변하는 모양을 관찰하거나 촬영하면 된다. 

본죽 스푼도 좋다. 출처. 아내 지인
출처. 과학교사카톡방에서 받은 사진
출처. 과학교사카톡방에서 받은 사진
특별한 장치없이 사진을 찍다 보면, 태양상이 너무 밝아 아무리 조리개를 조여도 저렇게 번질 수 있지만, 그 옆에 반사된 태양상 고스트를 얻을 수도 있다. 출처. 과학교사카톡방에서 받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