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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

달 떨어지는 아침길

우리집에서 5분정도 걸어 나오면 조그마한 내천을 지나 새로 생긴 철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오전 8시 35분을 넘어서면 익산에서 서울로 가는 장항선 새마을호와 잠깐 동행할 수 있다. 아이들과 일찍 등교길을 가지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리고 당분간은 저 달도 내 아침 동행이 된다. 하얀 백로 가족들은 내가 나타나면 후다닥 아침 요기를 마치고 떠나간다. 본의아니게 그들의 아침식사를 방해한 모양새다.

날씨가 차가워졌다. 그래서 걷기 딱 좋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지난밤에 달라붙었던 피곤을 내뿜고, 익어가는 대지의 벼의 지푸라기 내음으로 채운다. 그 내음이야 말로 내가 땅에 속해있다는 흔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흠뻑 빨아들인다. 그러다보면 잠깐이지만 내 앞에 놓인 여러 고민들을 잠시 잊을 수 있다.

건축마무리, 육아, 논문... 내 자아의 분열을 잠시나마 멈추게 만든다.

2021. 10. 25.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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