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니풍경

(2)
아이는 부모를 본다 아이들은 부모를 바라본다. 부모가 있는 곳을 보고 달려온다. 자신의 세계는 언제나 부모를 시작으로 넓어가고, 또 부모로 돌아온다. 시간이 흐르면 점점 그 반경은 넓어지고, 그만큼 아이들은 멀리 간다. 그리고 그만큼 돌아오는 시간도 멀어진다. 아이들은 언제나 진심이다. 부모를 향해 달려오는 속도는 이를 보여준다. 아이에 대한 나의 생각이 어떻든, 나의 감정이 어떻든 그들은 그 순간에 진심이다. 가끔 그 속도가 기쁨이 되기도 하고, 또 불편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상관없다. 아침에 혼났던, 그 전날 저녁에 감정의 생채기가 났건, 그들의 속도는 언제나 비슷하다. 나는 안다, 아이들은 나에게 언제나 진심이라는 것을. 나는 모른다, 아이들이 나에게 언제나 진심이라는 것을. 그 왜곡진 내 시선은 어디..
달 떨어지는 아침길 우리집에서 5분정도 걸어 나오면 조그마한 내천을 지나 새로 생긴 철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오전 8시 35분을 넘어서면 익산에서 서울로 가는 장항선 새마을호와 잠깐 동행할 수 있다. 아이들과 일찍 등교길을 가지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리고 당분간은 저 달도 내 아침 동행이 된다. 하얀 백로 가족들은 내가 나타나면 후다닥 아침 요기를 마치고 떠나간다. 본의아니게 그들의 아침식사를 방해한 모양새다. 날씨가 차가워졌다. 그래서 걷기 딱 좋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지난밤에 달라붙었던 피곤을 내뿜고, 익어가는 대지의 벼의 지푸라기 내음으로 채운다. 그 내음이야 말로 내가 땅에 속해있다는 흔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흠뻑 빨아들인다. 그러다보면 잠깐이지만 내 앞에 놓인 여러 고민들을 잠시 잊을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