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라기보다는 끝이 안 보였다.
좋은 대학에만 들어가면,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좋은 결혼을 하면,
뭐 하면, 뭐 하면….
언제까지 트랙에서 경주마로 달려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앞으로 달려가야 할 길은 보이는데 내 영혼은 등을 돌려 불화하기 시작했다.
아파야 나으니까. 나부터 끝도 없는 트랙에서 멈춰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누구지? 왜 살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런 큰 물음을 할 수 있도록 특권처럼 주어진 게 대학 시절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이 불가능해진 시대다. 대학(大學) 없는 대학이 인생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지 않은가.”
인터뷰 가운데
-지인들과 부모님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특히 부모님의 반대가 컸을 것 같다.
“물론 반대를 많이 하셨다. 사실 부모님은 내가 배신했다고 느끼실 거다.
부모님께 보답하는 길은 진정한 나 자신의 충만한 삶을 사는 것이다.
이 시대의 부모님들께 말씀을 드리면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부모의 기대,
미련 이런 것들이 실상 어떤 것인가를 돌이켜보셨으면 좋겠다.
촛불집회 때 만난 중·고등학생들이 명박산성보다 넘기 힘든 게 부모산성이라고 하더라.
그 자체가 미래인 아이들이 상처받더라도
스스로 독립성의 날개를 키울 수 있게 사랑의 이름으로 길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에 하고 싶은 또 다른 말이 있다면.
“사실 이 말로 인터뷰를 시작해야 됐는지도 모르겠다.
대학문을 넘지 않아서
수많은 차별을 감내하고 사는 농촌, 노동현장의 수많은 분들에게
나의 선언이 또다른 상처가 되었다면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다.
그런 곳에서 고되게 일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힘들다고 주저앉거나 절망할 수 없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그런 분들도 기업이나 시장에서 제품처럼 쓰고 버려진다.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박지연씨처럼. 비단 대학생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 나오지 못한 분들의 고통은 더 크다. 대졸자가 주류인 사회라 더 조명되지 않을 뿐이다.
그분들을 내 삶의 거울로 비추면서 살아가야 할 것 같다.
20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다.
정해진 몇 개의 직업이 꿈이 되어버린 것들에 대해 분노하면서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상상력을 너무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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