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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ge of Life/삶의 언저리

자전거를 타는 이유...

퇴근길... 가끔씩 내가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갔던 것처럼 오늘도 바람이 불어 집으로 가는 길과 반대의 길을 타게 되었습니다.
막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왠지 선택한 길을 밟는 페달을 멈추기 싫었습니다. 제대로 바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강에 도착하고 여의도방향이 아닌 행주대교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생각보다 페달을 밟는 느낌이 가벼웠습니다. 잠깐 떨어졌던 빗방울은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아마도 흘러가는 바람을 따라가는게 싫었었나 봅니다. 

그리 오래 가지 않았는데 하늘은 붓으로 여러번 덧칠한 것처럼 구름으로 가득했고 지평선으로 손살같이 달려가는 태양은 숨바꼭질하며 오렌지빛 흔적을 여기저기에 남깁니다.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보고 있을 때 내가 왜 자전거를 타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자유...
한없이 흘러가길 좋아해서 어디든 발닿는대로 다녔던 삶이었기에,
어딘가 닻을 내려야 했던 지금의 삶이 버거웠었나 봅니다.

하늘의 구름이 아름다운 흔적으로 가득함을 바라보고 
내 주변으로 바람의 손길이 스쳐 지나감을 느끼면서
결코 안장에서 내리고 싶지 않은
이대로 계속 달리고 싶은 마음이 충만해졌습니다.

그것이 '자유'라는 것을 입으로 내뱉지 않아도 이미 몸은 알고 있었습니다.
눈에 살짝 비친 눈물은 맞바람에 아파서 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행주대교에 가서야 비로소 안장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더이상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그곳에 멈춰서 잠깐 거친 숨을 모라쉬었습니다. 머릿속에서 지나친 흔적들을 되돌아보다 어느것이 꿈이고 현실인지 멍하니 텃밭을 바라봅니다.
행주대교 너머로 해가 뉘엿거리고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합니다. 예정에도 없이 잠깐 선택한 길이 한시간 남짓 달려온 길을 돌아보니 꽤 생각없이 밟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에서는 밥달라 아우성인데...

돌아오는 길은 아까와는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들은 습관적인 일상을 위해 나왔을까요?
시원한 바람찾아 왔을까요?
아니면 저처럼 우연히 선택한 길에 있었을까요?

아까완 다르게 페달밟는 것이 무겁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달려온 댓가일지 모르겠습니다. 
계산된 여행은 언제나 돌아갈 길을 염두해 둡니다.
하지만 감성적으로 선택한 길은 끝까지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계산된 여행을 좋아합니다. 다시 일상에 돌아가야 하니까요.
그런데 제 몸은 순간의 일탈에 익숙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생하는 허벅지는 계속 저를 탓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겠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갑작스럽게 선택했던 것에 제 허벅지에게 미안해서요.
오늘은 멀리 프랑스의 서쪽 브리타뉴 지역의 하늘을 볼 것 같습니다. 오늘 만났던 하늘과 비교하며 자전거를 타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비록 꿈이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