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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M

국민일보] 미국인 MK 한국에서 인턴십 3색 꿈 품다



2010.07.19 17:54] 국민일보
지난 14일 경기도 수원시 원천동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 야외 식당. 180㎝에 육박하는 큰 키의 백인 여성 3명이 “빨리 발리” “저까락” “싸랑해요” “여보쎄요” 등의 어색한 한국말을 던지고 있었다. 이를 듣고 있던 한국인들은 폭소를 연발했다. 3명은 지난달 10일부터 한 달간 이 학교에서 교사 인턴십을 마친 미국 선교사 자녀(MK)들이다. 모두 독일 남서부 칸데른의 선교사 자녀학교 BFA(Black Forest Academy)를 졸업했다. 원천침례교회 김요셉 목사가 안식년차 BFA에서 성경을 가르치면서 만난 게 인연이 돼 한국에 왔다. 이날은 학교가 마련한 바비큐 파티로 3명의 교사와 홈스테이 가정의 한국 부모, 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BFA에는 미국 남침례교선교부(IMB)를 비롯해 국제성경번역선교회, 대학생선교회(CCC) 등 크고 작은 선교단체 10여개 소속 선교사 자녀들이 다닌다. 주로 미국 대학에 진학할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앨리슨 쿠머(22)는 ‘크로스월드(Cross World)’ 소속으로 청소년 대상 캠핑 사역을 하고 있는 MK다. 미국 인디애나 테일러대(영문학) 학생으로 올 가을이면 4학년이 된다. 이번이 아시아 국가로는 첫 방문인 쿠머는 하마터면 천안함 사건으로 한국행이 좌절될 뻔했다. 

“부모님은 한국에서의 적응과 홈스테이 가정을 위해 기도해 주셨고 모든 일을 하나님께 맡기자고 말씀하셨어요.” 쿠머가 부모로부터 받은 신앙유산은 내일 일을 염려하지 않는 삶이다. 한국행은 이런 신앙의 작용이 컸다. 이번 방한의 가장 큰 수확은 한국교회의 성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또 한국 기독교인들의 헌신적 신앙생활도 인상 깊었다. 쿠머는 교사가 꿈이다. 

소베이 파슨스(19)는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메시아대학 1년을 마쳤다. 부모님은 ‘티치비욘드(Teach Beyond)’ 소속 선교사로, 부친은 BFA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교사 선교사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한국을 거의 몰랐다는 파슨스는 “한국에 와서 세계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고 말할 정도로 친한파가 됐다. 그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마치 한국은 초현대적인 50년대 미국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옛것과 첨단이 서로 균형 잡혀 있다”고 말했다. 틈날 때마다 서울의 인사동과 조선시대 궁전 등을 둘러봤고 민속촌과 롯데월드, 에버랜드, 코엑스 등에도 가봤다. 한국인들의 높은 교육열이 특히 놀라웠다. 

“한국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기대와 열정은 남달랐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너무 공부만 하는 것 같아요. 놀 시간도 없이 학원에 가야 하는 아이들은 지쳐 있었습니다.” 파슨스는 로스쿨에 진학해 생명을 경시하는 관련법을 개정하는 프로라이프 운동에 참여하는 게 꿈이다. 

조리 본햄(18)은 지난 5월 BFA를 졸업했고 올 가을이면 뉴욕 호튼대학 신입생이 된다. 본햄의 부모는 시카고에서 사업을 하다가 10년 전 선교사가 되었고 ‘그레이터 유럽미션(Greater Europe Mission)’에 소속돼 있다. 본햄은 지난해 몽골 단기선교를 위해 4일간 한국을 거쳤던 적이 있다. 그때 한국에 머물면서 매력적인 나라로 느껴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희망이 이번에 이루어진 것이다. 한국행 비행기삯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이번 방문에서 그는 학교 일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했다. 2주 전에는 대구에 내려가 엿과 도자기 제작과정 등을 살펴봤고 찜질방, 노래방 등도 가보며 한국인과의 밀착을 시도했다. 본햄은 아시아에 관심이 많아 내년 여름 다시 올 생각이다. 기회가 되면 한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도 싶다. “일본은 복음의 불모지나 다름없어 선교사들이 많이 필요한 곳입니다. 기회가 되면 부모님처럼 선교단체에 들어가 복음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