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선 자리에서
-서 정윤-
그대 지친 모습, 얼굴 숙이고
어깨 위에 쌓이는 질문들을 털며
돌아선 그림자
무엇을 들고 서 있나?
내 흩어진 언어의 기억들
질서를 잃어버리고
바람이 고통조차 아득하다.
누군가 새에게
노래하라고 명령할 수 있는가
외면되어진
뒷모습이 무너진다
자신의 숨겨진 감정
빗질을 하며 씻어도
무너진 그 성벽의 비밀스러움,
창을 통해 만날 수 있는
하늘의 반가움도 잠시
무엇을 들고 서 있어야 하나,
이 자리에서.
사는 삶에서 잠시 멈춰서 내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디를 걸어왔는지 내 손에 무엇을 들고 왔는지를 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누군가를 생채기내고 여기에 와 있는 건 아닐지...
목사가 되어서도 변하지 않는 나의 자연스러운 교묘함은 말로 살아내는 삶의 무게만큼이나 타인에게 짐을 주고, 정작 나 자신은 홀로 자유로이 거리낌없이 살아왔던 과거의 흔적들이 부담스럽게 다가옵니다. 그렇게 안살겠다고 했으면서도 설교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남을 가르치려는 태도가 이젠 몸에 배여 있나 봅니다.
그렇게 안 살겠다고 말하며 다짐하는 것보다 오늘의 설교 속에 내 진실함이 배여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그리고 서정윤씨의 시가 가슴을 치는 오늘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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