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학원 순례 ‘살인적 일정’… 시드는 동심
초등학교 5학년인 찬민(11·인천 연수구)이의 귀가 시간은 저녁 9시 10분이다. 간단한 죽이나 샐러드로 저녁을 대신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11시. 아침 8시에 등교해 하루 절반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는 찬민이의 하루 일과를 쫓아가 봤다.
오전 6시 30분, 자명종 시계가 울리고 엄마가 두 번 깨우고 나서야 일어난 찬민이는 출근 준비를 끝낸 아빠와 함께 아침 식탁에 앉는다. 찬민이가 하루에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하지만 대화는 없다. 식사를 하는 아빠는 조간신문을 들추느라 정신이 없고 맞벌이 엄마는 밥상만 차려 놓은 채 벌써 화장대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 관련기사 3면
먹는 둥 마는 둥 끼니를 때운 찬민이는 학교 가기 전 30분에 집으로 배달된 학습지를 다 풀어야 한다.
학교에선 쉬는 시간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차라리 책상에 엎드려 토막잠을 자는 게 낫다. 오후 학원 수업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6교시가 끝난 오후 3시, 이때부터 중·고등학교 형들처럼 학원수업을 찾아 다녀야 하는 찬민이의 바쁜 방과 후 일과가 시작된다.
학교 앞에 대기 중인 봉고차에 올라 탄 찬민이는 곧장 피아노 학원을 간다. 월·수·금 3일은 피아노를 배우고, 화·목 이틀은 미술학원에 가야한다. 이후 태권도장에서 2시간 운동을 한 뒤 간식을 챙겨먹으면 해가 저문다. 이후 중학생 형들이 다니는 학원에서 영어와 수학을 각각 1시간씩 공부한 뒤 공부방에 들러 과외수업을 받고 나서야 하루 일과가 끝난다.
주말에도 쉴 수가 없다. 2학년 때부터 배운 '로봇교실'을 중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찬민이는 웬만한 대학생도 따라하기 바쁜 일정을 단 한 번도 힘들다고 여긴 적이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또래 친구들도 다 그렇게 하지 않냐는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오히려 지난 중간고사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받지 못한 것이 분하고 부모님께 죄송하다며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런 찬민이에게서 특별히 문제가 있는 행동은 없는 듯 했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학원에서 일찍 중학교 교과과정을 배우다 보니 학교 수업에 별 흥미를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 여가를 어떻게 활용할 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찬민이에게 노는 시간은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허락된 하루 30분이 전부다.
찬민이의 목표는 부모님이 원하는 국제중에 진학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과 똑같이 배우는 학교 공부는 그렇게 중요치 않다는 게 어린 찬민이의 생각이다.
< 지건태기자 jus216@kyunghyang.com >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du in Diversit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0510 한겨레] 다문화와 단일문화, 소통하며 ‘윈윈’ (0) | 2009.05.11 |
---|---|
20090510 한겨레] 소외층 교육운동 ‘시스테마’ 확산 채비 (0) | 2009.05.11 |
20090511오마이뉴스]미국 거지 되더라도 조기유학 보내라? (1) | 2009.05.11 |
마태복음 20:20-28을 위한 선이해 "제자들의 하나님나라" (0) | 2009.05.10 |
프레시안기사] 조는 학생, 학교 폭력이 사라지는 기적은 가능하다 (0) | 2009.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