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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 in Diversity

20090510 한겨레] 다문화와 단일문화, 소통하며 ‘윈윈’

[한겨레] 창의 교육 현장 / 인천 성리초교 김수진 교사의 다문화수업

"오늘은 선생님이 퀴즈 하나를 준비했어요. 지금 보여주는 걸 통해서 떠올려봅시다. 이곳은 어디일까요?"

김수진(33) 교사가 보여준 건 김연아 선수의 코치, 브라이언 오서의 사진이었다. "김연아 코치?" 오서 코치를 아는 몇몇 학생들이 수군거렸다. 다음 자료는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는 외국인 도미니크의 사진. "미국? 캐나다?" 역시 몇몇 학생들이 수군거리자 김 교사가 강조했다. "답을 알 것 같아도 우선 말하지 말고. 다음은 마지막 힌트!" 힌트가 공개되자 순간 교실 전체가 한 학생을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아, 알았다! 캐나다!"

지난 4월29일 인천 성리초등학교 2학년 3반의 국어 수업은 김숀(9)군 덕에 활기를 띠었다. 교사가 마지막으로 보여준 자료에 적혀 있던 힌트는 다름 아닌 '김숀'. 숀 군은 캐나다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의 학생이다.

다문화 동화 읽고 나머지 상상하기

"숀만 캐나다의 문화도 접하고, 한국의 문화도 접하면 서운하잖아. 이번엔 숀네 아빠 고향의 전래동화 < 깃털 아가씨와 샛별 > 을 읽어줄 거예요." 수업은 숀 군 아빠의 나라인 캐나다 지역의 전래동화를 읽고, 나머지 이야기를 상상해 써보는 국어 수업이었다. 이런 방식은 서울대 중앙다문화교육센터가 개발한 '다문화 교사를 위한 교과별 교수학습 유형' 가운데 '대체형 수업'에 속한다. 한국 전래동화 텍스트를 다문화가 반영된 텍스트로 대체해 요약하기, 중심내용 찾기 등의 국어과 학습 목표를 자연스럽게 이루는 방식이다.

김 교사가 다문화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년 전, 몽골 학생의 담임을 맡으면서부터다. 마침 그즈음 주변 교사들한테 센터의 교과별 교수학습 연구를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이날 수업처럼 교과교육 속에서 다문화 교육이 적절히 결합할 수 있는 방향을 연구자들과 함께 고민하게 됐다.

많은 이들이 다문화 수업이라고 할 때 비슷한 시나리오를 예상한다. 하나는 다문화 학생을 놓고 한국어 수업을 하는 장면이다. 또 하나는 다문화 학생이 자신의 나라 전통의상을 입고, 나머지 단일문화 학생은 한국 전통의상을 입고 일종의 문화교류 행사 형식의 수업을 하는 장면이다. 센터 쪽 연구의 핵심은 조금 달랐다. 기본적인 한국어 교육이 이뤄진 상태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이 수업에서 소외되지 않고 함께 참여하며 교과교육 속에서 다문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향을 고민했다.

한국사회 적응과 타문화 이해 동시에

김 교사는 "쉽게 말하면 다문화가정 학생들과 단일문화 가정 학생들이 교과 과정 안에서 '윈윈'(win-win)의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행사도 좋지만 자칫 교과교육이 파행 운영될 수 있잖아요. 교과교육을 할 때 문제점이,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교재를 그들에게 맞췄을 때 단일문화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거죠. 다문화 학생들에겐 경험을 극대화하게 하면서 한국 사회와 교육에 적응시키고, 단일문화 학생에겐 다문화 학생을 이해하고, 다문화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물론 숀처럼 기본적으로 한국어 학습 등이 돼 있고, 한국어 교수 학습이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죠."

실제로 이날 국어 수업에선 어느 학생도 소외받지 않았다. 수업을 통해 아빠 고향 전래동화를 처음 접했다는 숀은 자신의 뿌리가 된 아빠 고향의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품었다. 다른 학생들은 숀한테서 시작된 수업에 흥미를 느끼고 이야기를 짓는 데 몰두했다. '샛별'과 결혼한 뒤 뽑지 말라는 순무를 뽑고 그 자리에서 고향이 보이는 구멍을 보게 된 '깃털 아가씨' 이야기를 놓고 학생들은 상상력을 펼쳤다. 허민영 군은 "하늘나라에 못 가고 엄마 아빠랑 행복하게 살았다. 그리고 해님 달님이 화나서 햇볕을 쨍쨍하게 하고, 달님은 밤을 춥게 만들었다"고 적었다. 숀 군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어냈다. "달님이 벌을 내려서 다시 공항으로 돌아갔을 것 같다."

소외받지 않고 함께 동기유발

김 교사의 수업에서 다문화 학생이 다른 친구들을 수업에 몰입하게 하는 동기 유발, 기폭제 구실을 했다면, 고학년 학생들의 수업에선 다문화 교육은 적극적으로 지식과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김 교사는 "본래 배울 내용에서 다문화 내용이 더해진 '추가형 수업', 교사가 융통성 있게 다문화 관련 내용을 보완하는 '보완형 수업' 등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했다. "'추가형'은 우리나라 민속놀이를 공부하면서 필리핀 등 다른 나라의 민속놀이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게 해주는 방식이죠. '보완형'을 예로 들면, 우리나라와 관계 맺는 주변국의 자원과 경제적 협력을 배운다고 할 때 문화적 협력 관계 내용을 보완하면서 중국과의 문화적 교류와 정보를 등을 끌어내는 방식이고요."

단, 다문화 수업에서 반드시 유의할 점이 있다. 자칫 다문화에 치우쳐 본래 수업 목표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다. 김 교사는 "오늘 수업의 경우는 '이야기 상상해서 이어쓰기'이기 때문에 그 목표에 충실하게 끝내야 한다"며 "다문화 수업은 다문화 학생들, 단일문화 학생들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본래 수업 목표에서 플러스 알파를 가능하게 하는 수업"이라고 했다. "지난 시간에 상상하기에 대한 개념을 배웠다면 오늘은 직접 이야기를 상상해서 적어보기를 한 거죠. 작은 부분이지만 오늘 수업에선 도입에 숀이 있어서 아이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집중하고 동기를 마련할 수 있었죠. 한 단계 문제해결 과정을 밟도록 도움을 준 겁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도구'라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예를 들어, 국어는 사고의 틀이 되는 유용한 도구교과죠. 다문화 학생들은 수업에서 일종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환경문제가 굉장히 많이 나오거든요. 이 친구들을 계기로 다른 나라 문화를 비교해보고, 우리가 어떤 관계로 발전하면 좋을지를 자연스럽게 고민할 수 있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도록 이끄는 거죠."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수업에 대한 기능적인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 아닐가 싶다. 다만 선생님이 이 문제를 창의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한국 교육환경이 제공할 수 있을까? 32명의 아이들의 보모이자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 2-3명을 자녀로 두고 있는 부모들의 생각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교육청에 몰려 있는 그 많은 행정직원들을 일선학교로 파견하심은 어떠하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