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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일기

부뚜막 위의 단지에서 퍼 올린 식초.

얼마전 담근 와인을 베이스로 한 와인식초. 부모님이 담근 모과초와 섞으면 정말 맛있다. 

아주 먼 옛날, 부뚜막에 틈틈이 막걸리를 붓는 독 하나쯤 가진 집들이 있었다. 그 독은 매일 한두번 흔들거나 저어주고, 그 입구는 뚜껑대신 공기가 통할 수 있는 천을 덮어두었다. 그리고 한달 정도 지나면 바가지로 떠다가 하얀 천으로 걸러 조그만 병에 담았고, 퍼낸 만큼 다시 막걸리를 부어두는, 마치 줄어들지 단지와도 같이. 그렇게 거른 것이 바로 식초다. 물론 도시민들에게는 그런 식초를 보기 어려웠을 것이고, 시골에서도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가정에서만 맛봤을 것이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정으로 만든 양조식초 대신, 술로 직접 발효시킨 고급 식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샐러드에 풍미를 더하는 건강한 식초는 더욱 그렇다. 식초는 기본적으로 산성이지만, 이것을 복용했을 때, 우리의 몸을 알카리화시키는 신비로운 건강한 음식이다. 그래서 한동안 O초같이 마시는 다양한 종류의 초들이 있었다. 식품위생법상 식초는 4%의 산도를 지녀야 하는데, 이들은 음용하기 좋도록 산도를 낮춘 제품들이다. 여기서 식초의 보통 산도는 6% 전후라고. 이렇게 제작하는 식초도 있지만, 그 신맛 아세트산을 석유에서 뽑아내는 순도높은 아세트산도 있다. 고순도 아세트산은 물로 희석해서 여러 용도로 쓰이는 화학물인데, 보통 겨울이면 언다고 해서 빙초산이라 불리는 제품이다. 즉 식용가능하다는 이야기고, 한동안 빙초산이 나쁘네, 어떻네 하지만 그건 순도높을 때의 이야기이고, 희석해서 다양하게 쓸 수 있다. 단지 맛은 그저 신, 실뿐이다. 우리가 구매해서 먹는 식초들은 대부분 100%알콜에서 1-2일 동안에 초로 발효하여 물로 희석하여 만든 것이 양조식초이고, 이 과정에서 여러 첨가물을 넣어 사과식초 등이 된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집에서 만드는 부뚜막 식초는 그 집에서 술을 담글때에만 얻을 수 있는 조미료다. 한국 식초는 주로 쌀을 발효하여 만든 술을 재료로 하기 때문에, 쌀에 있는 여러 유기물들을 포함하고 있다. 각 나라마다 술의 재료들이 다양한데, 유럽의 경우 와인이 대부분이어서, 이를 베이스로 한 와인식초, 그리고 여기에 더 발효시킨 발사믹이 유명하다. 한국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집에서 술을 담그는 것이 금지되어, 전통적인 유기산 식초들을 많이 잃었다. 

내가 좋아하는 오뚜기 식초. 소독용으로도 자주 쓰곤 한다. 이 모든 게 희석시켜 만든 식초를 주정식초라고 한다. 

얼마전 처음 식초를 거를 수 있었다. 향이 조금 구리긴 하지만 나름 식초의 맛을 살려주고 있다. 그동안 시도했던 쌀식초는 모두 실패해서 버렸지만, 와인식초만큼은 제대로 맛을 내고 있다. 맛있는 식초는 맛있는 술에서 나온다. 그러니 맛있는 술을 빚는 것이 우선이다. 

한동안 유행했던 홍초들. 얘들은 식초가 아니다. 다만 희석하고, 첨가해서 만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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