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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 in Diversity

홈스쿨을 짚어가다.


얼마전 Micheal Goheen(마이클 고힌)교수가 방한했다. 일반적으로 기독교 세계관으로 잘 알려진 분으로 "창조, 타락, 구속"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그리고 최근 국내에서 "성경은 드라마다"가 발간되기도 했다. 이번 강의는 한동대와 좋은교사 연수원이 주최한 것으로 신국원 교수님이 통역을 했다. 
성경은드라마다
카테고리 종교 > 기독교(개신교) > 성경학습 > 성경이야기
지은이 크레이그 바르톨로뮤 (IVP,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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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장에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김형국 목사(나들목교회)님이 기도 중이었다. 지난 번 헤로 반 브루멜른 교수의 강의처럼 예상한 인원보다 훨씬 많이 올꺼라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적중했다. 강의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국제학교 교사부터, 국내 다양한 대안 교육가들까지 참석했다. 무엇을 기대하고 있어서일까? 적어도 주제가 던지는 뉘앙스는 한국 사회만의 고민과 도전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저녁시간이어서인지 청중들의 피곤한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거기에 통역을 맡은 신교수님의 전체적 톤이 낮아 마이클 고힌의 빠르고 경쾌한 느낌과 부조화스러웠다. 

강의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그의 삶을 예로 삼아 기독교 세계관의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그리고 내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하지만 교육의 본질적인) 주제로 이어졌다. 바로 홈스쿨이었다. 물론 그는 현대 교육의 뿌리가 된 근대 철학을 짚어줬다. 그리고 교사들은 현대 교육의 밑바탕이 어디서 왔는지를 새삼 확인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야 했던 교육과 기독교 세계관의 본질은 결국 가정의 회복에 있음을 지적했다. 홈스쿨은 바로 그 고민에 대한 그의 가족이 선택한 길이었다. 

그의 가족에서 아내는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었다. 하지만 그 길을 걸어가는 모든 시간이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중간 중간에 눈물로 호소했던 아내의 이야기는 가족이 함께 "교육"을 이뤄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이야기하였다. 고난은 당연한 것이다.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그의 인식은 아마 이런 배경 속에서 숙성되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성경이 "교리"가 아닌 이야기로 전달되는 것이 더 교육적이며, 본질이라는 생각이 나온 듯 하다.

그에게 있어 교육의 목표는 잘 "읽고," 잘 "쓰고," 잘 "말하며",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4가지라고 말했다. 가족이 홈스쿨을 통해 목표했던 것은 이 것들이었다. 생각해보면 이 네 가지는 어떤 교육을 하건 바탕이 되는 것들이다. 더욱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공중에 흘러다니는 다양한 지식들을 모아 창의적 결과를 도출하는데 이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미적분을 배우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적어도 혼자 문제를 풀어갈 기본 툴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무인도에 떨어진 두명의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석달치 분량의 인스턴트 음식들이 담긴 상자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한 사람은 튼튼한 주머니칼 이었다. 석달 후 여전히 구조되지 못한 두 사람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한 사람은 빈 상자를 뒤로하고 망망대해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다른 한 사람은 그럴듯한 집과 바다에서 잡은 해물들과 열대 과일들로 채워져 있었다. 한쪽에는 따스한 불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선택한 교육과 마이클 고힌 가족이 선택한 교육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되지 않나? 좋은 교육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부자되는 법, 사회에 순응하는 법, 사회의 일반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교육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교회 역시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웨슬리 웬트우드가 한국의 기독교 교육을 바라보며 안타까워 하는 것이 그런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친다. 그는 한국의 기독교 교육이 결국 좋은 대학으로 귀결되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 말한다. 사회의 반성경적인 가치에 동조하는 한국 기독교 "학교"들을 "기독 교육"이라 말할 수 있을까? 마이클 고힌의 "세계관과 교육" 강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철학의 명제 보다 도전에 직면하는 고민의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불합리한 어그러진 사회의 가치관에 도전한 그는 "홈스쿨러"가 되어야만 했다.

MK사역을 하면서 나에게 큰 도전이 있다면 "기독교 교육"의 핵심이었다. 그것은 교리나 철학과 같은 거창하고 고상한 것이 아닌 직면한 현실에 대한 나의 기독교적 성찰을 결과로 한 "삶"이었다. 이제 갓 20이 넘은 아주 새파란 청년에게 "나는 너를 아버지로 불렀다"고 속삭이신 하나님을 안다. 열정적이고, 무언가 거대한 일로 부르실 줄 알았던 청년에게 하나님은 다시한번 말씀하셨다. "나는 너를 한 여성의 남편으로 불렀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비젼을 붙들고 달려왔다. 한 여성의 남편으로 인도하셨고, 이제 곧 아빠로 인도하신다. 그리고 아이가 있기 훨씬 전부터 홈스쿨을 꿈꾸게 하셨다. 

하나님은 마이클 고힌 교수를 통해 나에게 다시 말씀하신다. 네가 선택할 길이 맞다고. 하지만 쉬운 길은 아니다라고. 이제는 그 꿈을 아내에게 조금씩 이식시켜 주심을 본다. 공교육 교사로 살아온 그녀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겠지만 하나님께서 일하심을 그녀를 통해 보게 해 주신다. 그리고 나에게도 말씀하신다. 그러니 이제 너의 삶의 질서를 회복하라고. 삶으로 가르치는 것만 남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