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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ge of Life/삶의 언저리

2011년 설 귀경, 그리고 첫날. 부제: 두부 만들기

2월 1일 미리 예매를 했었는데, 시간을 변경해서 입석으로 오게 되었다. 장항선은 아무리 밀려도 홍성이후로는 앉아서 갈 수 있다. 4호차 까페 전경.  

저녁 10시가 되서야 도착했다. 천안아산에서 장항선으로 갈아타 홍성에서 앉아서 올 수 있었다. 저 뒤에 빨간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마눌. ^^;; 부천으로 동생이 이사를 31일 하게 되어 부모님이 올라오시고, 아내는 같이 그 길로 군산으로 직행. 그래서 혼자 내려오게 되었다.


고향으로 내려온 첫날, 음식 준비를 했다. 버섯, 호박, 동태포로 전을 붙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 오후엔 두부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나름 야심차게 두부 과정을 사진찍겠다 했는데... 점심식사후 배를 두드리며 스르르 꿈나라로 가버렸다. ㅠ.ㅠ

두부는 콩을 갈아서 콩물을 짜낸다. 따로 첨가물 없이 갈아낸 콩을 손으로 일일이 짜내셨단다. 오...
바로 갈아낸 콩물이다. 이녀석을 짜서 콩물은 두부 재료로, 남은 것은 비지. 아랫사진.

이녀석은 콩물을 짜고 남은 비지. 김치찌게에 돼지고기를 넣고 비지를 넣으면 맛있는 비지 김치찌게.

콩물을 가마솥에 끓인다. 오래 끓이지 않고, 한번 끓으면 불에서 분리한다.
아버지가 가을철 잘라낸 나뭇가지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셨다.
요건 엄나무. 삼계탕을 끓일 때 들어가는 재료로 잘 알려져 있다.

오가피 나무. 요즘 부모님 댁에 가면 거의 만물상인 느낌. 된장에 매실, 복분자에, 블루베리까지 하시더니 이젠... 두부까지. 도대체 두분의 손길은 어디까지 갈 것인지...

요게 분리된 콩물이다. 이녀석을 가마솥에 넣고 끓이면 두부가 된다. 굳히기 전에 먹으면 순두부... 오늘 점심은 바로 순두부로 쓱싹. 내일은 요 두부로... 오... 꼬소한 느낌... 두부를 찍지 못한게 아쉬울 따름이다.

선교사 그만 두고 이런 농촌 삶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누군가는 이런 삶을 부러워 할 것이다. 하지만 땀흘리고 노동해야만 얻을 수 있기에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삶이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중요한 태도임을 믿는다. 이것이 복음의 삶이며 하나님 나라의 가치다. 예수를 믿으면, 그분이 기대하는 것을,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성취해 나가는 교회의 삶, 따라 살아내는 성화의 길로 가야 할 것이다. 노동과 생명 중심의 삶은 바로 그 핵심이 아닐까? 

내일은 설.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여자들이 주방에서 살아야하는 그런 고통스런 모임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고 함께 하는 그런 명절이 되도록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힘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