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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 in Diversity

"강제 방과후학교" 학교의 파워게임?

사진캡춰


기사참조
(뉴시스. 2011. 3. 19. '왜 강제로', 집단반발 중학생에 징계 방침 '논란')


가끔 학교 당국과 아이들의 마찰 관련한 기사를 보게 된다. 학교에서 학생과 학교의 마찰은 과거에도 있어왔다. 대부분 학교의 일방적인 파워로 끝나긴 하지만.

두가지 기억이 있다. 
하나는 실내 소풍이다. 학교에서 소풍으로 예정된 날 비가 오기로 되어 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소풍이 연기되느니 마느니 하다가 결국 소풍날짜는 그대로 결정되었고, 그날 소풍준비(김밥과 간식)를 한채 학교로 왔다. 비는 그친 상태였다. 학생들은 햇빛이 나기 시작한 그 시간을 그냥 교실에서 보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학생회장은 학교와 단판을 짓기로 했고, 그에 대한 이야기들로 학생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갑자기 교실 스피커에서 학생회장의 소리가 들렸다. "자~ 밖으로 나가자" 이어 마이크를 뺐는 소리. "학생들은 동요말고..." 이어지는 선생님 소리. 학생회장은 뺨을 맞았다고 하고 징계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날 오전은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엔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그날 여차했으면 소풍도 사라진채 학교 수업으로 끝나버렸을 날이었다. 그때 학생회장에게 동경심을 가졌던 건 절대권력이라 생각했던 학교에 대항했다는 로망때문이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철없는 짓이기도 했고.

다른 하나는 전교조 문제였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녔을 당시 전교조가 출범하는 시점이었다. 그당시 전교조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존경받았던 분들이 꽤 많았던 것 같다. 우리 학교도 두 분 정도 계셨던 듯 하다. 그 중 한 선생님이 쫓겨나게 되었는데 3학년 선배들의 주도로 진행되었다. 그 당시 전교조가 무엇이고 교육의 실태에 대해 잘 몰랐던 나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 선생님의 수업을 받아본 일도 없었기 때문에 절실함이 떨어졌던 측면도 있었다. 결국 우리의 운동장에서의 집회는 선생님들의 방관에 별 소득이 없었다. 


내 경험의 범주로 볼 때 학교와 학생간의 긴장은 한국의 정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긴장감이 생기는 이유는 "자아의 실현"과 "민주" 그리고 "인권"이라는 가르침과 연관성이 있다. 교육을 통해 우리가 배우는 것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것을 성장 속에서 배우고 전통적으로 교사, 학교라는 거대한 힘 앞에서 학생들은 숨죽이거나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 속에서 미미한 저항은 존재했고, 다수라기 보다는 소수에 의한 선동으로 이뤄진 것이 대다수다. 

하지만 민주화의 가속은 학교 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교복의 부활은 학교의 절대적 의지보다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졌고(다만 교복 선정에 있어서 학교측의 일방적인 것이 많았지만), 전교조의 활동, 교과에서 활발한 토론 수업 들이 아이들의 의식변화를 가져왔다. 교사에 대한 위상은 서비스 업종으로 이해되었고, 교육은 개인의 성취를 돕는 기구에 불과하게 되었다. 사교육의 확장은 공교육의 위상을 흔들었고, 그 속에 있는 교사들은 과거의 영화를 더이상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가 권력에 대한 반감과 더불어 일방적인 태도로 대하는 습성에 집단적인 움직임들을 보임으로 일종의 권력에 맛서는 힘(권력)이 형성되었다. 

무엇보다 교권이 이런 사회에서 생존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전통적인 권위에 기대고 있으며 학생들을 대화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훈육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학생들은 교권에 대화의 창구로 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고, 교권은 권위의 상징인 징계로 풀어가려 한다. 이런 양상은 그동안 일어난 충돌과 유사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 큰 차이일 것이다. 

이런 변화는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1. 교육의 변화-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민주"라는 의미를 일찍 경험하고 깨닫게 되었다. 
2. 공교육의 약화- 교사나 학교의 권위가 일종의 '닥치고' 행해졌던 기억들과 중첩되어 타파해야 할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과 공교육의 기능이 약화됨, 그리고 전통적인 교사상이 무너짐으로 만만한 상대라 여겨진다.
3. 개인주의의 확산- 개인의 성취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자신의 성공을 지지해 주지 않으면 과감히 싸울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
4. 민주주의 정착- 과거 정부의 통제보다 다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 됨으로 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덕분에 과거 신분, 나이, 직업으로 반영되던 의견(명령)들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되고 있다.
5.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 정보의 공유와 확산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며, 그에 대한 대응도 물리적인 거리를 초월하여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이런 확산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입장에서는 늦고 불편해 한다. 

결론.
신문 기사를 통해서 보면 학교측이 여러가지로 불리한 측면이 있는데 사건의 실제와 상관없이 이런 이야기들이 온라인에 거론 된 것 자체로 학교측이 일단 한방을 먹은 셈. 학생의 주장과 전개하는 방식도 설득력이 있다. 그에 비해 학교측은 여전히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교과부의 제재가 있어도 미약하겠지만 일단 이런 분위기로 학교(공교육)의 권위는 손상입게 되었다. 
이번 일은 결과적적으로 학생들에게 민주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험하게 하는 교육적으로 매우 좋은 케이스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걸 개천에서 용났다고 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