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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 in Diversity

입학사정관제 어긴 명문대. 앞으로 입사정이 걱정된다.



몇몇 대학들이 룰을 어겼습니다. 
KAIST와 광주 과기원등은 특목고나 자율고 출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준다고 판단한 토익이나 토플 같은 공인영어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해서 입사정 지침을 위반했습니다. 나름 입사정은 했지만 그 기준에 공인 영어성적을 허용함으로 입사정 취지가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을 발굴하여 학생을 선발한다는 것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들의 입장에는 약간 억울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럼에도 한국 상황에서 입사정이 사교육과 특목고를 배제할 수 밖에 없는 부분에 대해선 대학 스스로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인재"를 성적만으로 평가했던 것에 대학이 별다른 저항없이 순응하고, 또 그런 철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 2010년 11월 29일에 좋은교사운동에서 항의 방문과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밝혀진 내용에는 고려대가 한발짝 더 나갔더군요. 2011학년도 신입생 2천5백여명을 입사정으로 뽑겠다고 했으나 실제 1천1백여명만 뽑고, 나머지는 일반 전형으로 뽑았다고 밝혀졌습니다. 지난해 고려대는 입사정 선도 대학으로 선정되어 11억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아직 입사정제가 시작하는 지점이기에 자리잡는 진통이라 생각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한국 교육의 특수 상황에서 과연 다른 대학들도 교과부에서 제시한 룰을 순수하게 따라갈지는 의문입니다. 몇 몇 대학에서 저지른 부정은 좋은 인재에 대한 욕심을 크게 부린 이유인데 앞으로 대학들이 생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학생이기 때문입니다. 입사정제는 대학이 머리를 잘 굴리면 좋은 인재를 먼저 선발해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벌금이나 제재가 주어져도 대학이 그 유혹에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정부의 제재는 그런 면에서 약한 감이 있습니다.

입사정제는 아이들의 자발적인 행동을 통한 인재 양성에 있습니다. 특목고는 그런 선상에서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말 그대로 특수목적이기 때문에 개인의 포트폴리오를 자발적으로 생산할 바탕을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두가지의 근본적인 문제에 부딫힐 수 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한국 교육 지형의 근본적인 갈등입니다. 대학입학이 핫이슈가 된 것은 한국 교육 시스템이 사회적 필요를 채우는데 턱없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평가 기준도 그렇고 모든 영역에 있어서 근본적인 뼈대가 흐물거리기 때문에 다양한 시스템을 시도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위기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사교육 시장의 팽창은 그런 위기감의 산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지형의 문제입니다. 소위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경제적인 차이입니다. 요즘 애플사가 자주 거론되는데, 삼성과 LG가 그 회사의 하나의 아이템때문에 졸지에 조립회사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그 이유를 기술력이라 하지만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때문으로 판단하는 글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가끔 재외국민들과 이야기할 때 한국 사회에 나타난 계급, 신분, 선후배 관계로 나타나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창의적 사고와 혁신이 어려운 것은 유교와 군사적 배경을 가진 사회 문화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을 스팩으로 기능화시키고 상품화시키는 것은 아마도 이런 획일적인 구조 속에서 더 나은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모순의 결과가 아닐까요?

이런 지형의 갈등과 문제는 어떤 시스템을 교육에 대입해도 비슷한 결과를 도출하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대학 도서관에 가서 보면 공무원시험 책을 싸놓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대학이란 간판과 좋은 스팩으로 무장하려는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교육의 주체께서 철학없이 장사치로 변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는 무능한 교과부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국 사회가 빠르게 정부주도에서 시장주도로 변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그게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못한채 내어주고 있는 형국이구요. 아마도 정부의 관심은 장기적인 교육안정보다는 지금처럼 세출인거 같습니다. 결국 이번에 드러난 고려대의 형태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정부도 당근과 채찍으로 계속 가겠지요? (개인적으론 제가 내는 세금이 이렇게 쓰여진다는 것이 아까울 뿐입니다.)

다만 대학도 바보가 아닌 이상 앞으로 "좋은 인재"란 정의에 대해 슬슬 바꾸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전히 성적과 스팩으로 대학인재를 모집한다면 그 대학은 앞으로 오래가긴 글렀다는 것이지요. 졸업후 소위 좋은 곳으로 취업하는 비율이 높더라도 각 개인의 적응도나 행복지수를 보장하지는 못할 테고, 외국 대학들과 한국 땅에서 싸워야 할테니까요. 같은 장사치여도 격이 다르지 않을까요? 

입학사정관제는 양날의 검과도 같습니다. 정부는 그것에 주도권을 쥐어서 통제를 하려는 측이라면 대학은 틀 안에서 또는 경계선을 넘나들며 좋은 인재와 재정을 만드려 노력하겠지요? 이런 싸움에서 교육을 받는 우리 자녀들이 최소한 사회에 어울리고 생존할 수 있는 기술들을 적은 비용으로 개인의 선택을 통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9월 17일 국회 교과위원회에서 공개자료로 기사들이 만들어졌네요. 이번에 기사를 보며 찾아보니 입사정이 4년차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사들이 모두 특목고를 지칭하며 입사정의 폐해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 상황에선 우수학생이란 돈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씁쓸한 내용이네요. 관련글 보기 교육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