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세상

교육 시스템의 시작은 계몽주의의 등장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이전에 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로 종교 교육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 일반화되지는 않았다. 계몽주의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이성"에 있다. 인간의 경험과 자연주의를 바탕으로 당시의 권위를 "이성"으로 비판하고 합리적 태도를 보급하였다. 그리고 교육은 "계몽" 즉 "미숙한 상태에서 탈피하는 것(칸트)"을 의미하는 이성의 힘을 기르는 것이었다. 낙관주의와 유토피아적 이상을 추구하고 기대했던 분위기 속에서 교육은 시스템으로 자리잡아갔다. (교육 페러다임의 변화 참조)

산업혁명은 여기에 "무상의무" 공교육 시스템을 자리잡도록 영향을 미쳤다. 아마도 산업혁명으로 식민지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식화된 국민이 국력이라는 공식이 생겨서가 아닐까 싶다. 물론 그 바탕에는 서구 사회/경제 구조의 변혁과도 관련이 깊다.(농장->도시, 상업) 

한국 사회에서 공교육이 힘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일제시대가 그 시작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해방이후로 교육의 주체는 바뀌었지만 교육 제도 자체 변화를 가져오진 못했다. 특히 자원이 없었던 남한에서는 가공무역이 생존의 열쇠였기에, 교육은 한국 사회의 근대화를 이루는 중요한 원동력(고급인력)이 되었을 것이다. 교육은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도 충분히 역할을 했다. 여기에는 미국의 영향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이 전후 복구와 원조를 통하여 지원했고, 종교단체의 활동과 구호도 큰 힘을 발휘했다. 또 과거부터 교육은 신분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교육이 여전히 그런지는 의문이다. 20세기말에 이르러 산업역군으로 가정을 희생하며 국가를 위해 살아왔던 세대가 실직과 명퇴로 물러난 것이다. 더이상 국가는 길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나마 열려 있는 길은 좁아졌다. 한국 교육은 이런 현실에 흘러가며 점차 상업화의 길을 걷는다. 최근 대학이 추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기사가 있다. 대학적립금이슈. 시사자키 정관용 2011. 2.14일자

경향신문에서 발췌

공교육 부실문제는 한국 사회의 성장에 미치지 못한 교육 시스템에 있다. 그런 가운데 정부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반응을 하고 있는데 교육부문에 있어서 공익의 측면보다 시장의 측면에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공익"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도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되고 폭이 커지고 있어 보인다. 정부와 이를 비판하는 것의 공통된 생각은 "공교육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지만 그에 대한 해법이 다르고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되는 것이 최근의 현실이다.

그 중 민감한 이슈는 바로 사교육이다. 사교육을 붙잡겠다고 달려든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오늘의 모습은 21조의 시장으로 변화되었다. 사교육 시장의 등장은 공교육에 대한 불안감이며, 시장 확대는 공교육의 붕괴를 의미한다. 더우기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인해 취업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사교육은 그런 상황에 탄력을 받았다. 한마디로 파이는 줄었는데 수요는 늘어버린 형상이 되었다. 수요자들은 경쟁률을 높이는 일, '스팩'을 채우는 일로 경쟁력을 만든다. 그 스팩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결국 "돈"이다.

최근 외무부에 인턴사원으로 자신의 딸을 보낸 외무부 장관 이슈나 재벌가 자녀들의 고속 승진은 그 스팩이 좌우한 것임을 한국 사회에 확실히 보여줬다. 줄어든 파이에 몰려든 수많은 무리들 가운데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어떤 파이에 이미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부모 소득차이로 학업 성취도 격차가 나고 있다는 기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소득자가 기회를 많이 제공받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학업 성취"가 공교육이라는 틀에서 정당한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는 불공정성은 분명 문제가 된다. 그와 더불어 "성취"가 의미하는 기준이 무엇이며 어떤 방법으로 평가를 하는지도 교육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 된다. 여기에는 교과부의 교육 내용과 분량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아이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교과부에서 교육안과 시스템을 짜기보다는 기계적인 분량 조절과 나눔에 의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학부모는 교육안을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자녀의 실력에 맞는 교육의 질과 시간을 제공하고 그 결과로 학업"성취"를 얻는다. 교육의 질과 시간은 결국 돈에서 나오게 된다. 

 

이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근대적 교육은 IQ라면 오늘의 세대는 EQ가 자리잡고 있다. 이성의 역할이 완전하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공교육은 IQ개발에 치중하고 있으며 그것이 평가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변화에 빠르게 감지하고 반응하고 있는 그룹이 바로 사교육 시장이다. 사교육 시장은 사회의 요구 기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그에 반응하는 빠른 기동성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해답을 가지고 있을까? 지금의 정부를 볼 때, 진보나 보수 모두 답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교육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그 구조의 틀을 개혁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단기처방에 급급한 정부의 조급증과 정권의 변화가 교육의 기조를 흔드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그러므로 일차적으로 사교육 시장의 과열을 방지할 수 있는 길은 "교육"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전환이 먼저 우선되고, 비영리 교육 단체들의 다양한 활동에 정부가 지원하며 이를 통한 공교육의 변화를 모색하는 일로 가는 긴 여정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사교육 시장은 경제적인 논리에 충실하기 때문에 정부는 교육의 공익적인 면을 외면하는 부분에 있어서 지속적인 개입과 제재가 필요하다. 시민들 스스로의 계몽 활동도 필요하다. 

ex.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교육은 복지정책과 맞물려 있으면서도 사회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현 정부는 복지정책을 이념적 접근보다 교육의 공익성 확대라는 측면으로 생각하고 확장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부자 감세좀 철폐하고!) 그리고 비영리 사교육 활동들(엘시스테마 같은)이 정부의 정책과 상관없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그런 면에서 재능 기부라는 것을 통해서 시민운동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크다. 

“학교간 학업성취도 격차, 학교 아닌 부모소득 차이” 2011. 1. 26. 경향신문

"사교육비 10년만에 줄었다는데, 과연 그럴까?" 2011. 2. 18.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