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dge of Life/삶의 언저리

080726 국립박물관을 가다.

토요일, 오랜만에 아내와 야외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부부라는게... 그렇게 좋게 시작되었다가도 돌아올 땐 분위기 싸하게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일단의 시작은 벤뎅이 속쫍은 내 이해심...
이촌동의 살인적인 물가를 아주 아주 옛날에 경험한 나로선 먹을 것을 그곳에서 먹을게 없으니 준비해 가잔 것이었고, 아내는 거기 가면 먹을 게 있다는 주의... 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덕분에 가게 된 햄버거집은 직접 만든다는 수제... 근데 양도 적지만, 맛도 특이한게 없다.
그냥.. 신선한 야채가 전부...

그렇게 시작된 나의 신경전은 국립박물관에 디스플레이된 것들에 대한 나의 불만으로 이어져 아내의 속을 팍팍 긁었다.
(지금 생각해 보지만 참 속좁은 나다. ㅠ.ㅠ )

일단은 볼거리들이 나름 잘 되어 있지만 설명도 많지 않고, 무엇보다 백제 향로를 보면서 화가 났다.
향로의 아름다움은 섬세한 금속 세공에 있는데 그것을 가까이서 확인할 길이 없이 멀리서 유리 속에만 있는 거다.
맨 위의 네 악사들이나 여러 동물들과 산들의 그 섬세한 조각들은 백제의 손재주가 얼마나 뛰어난 건지 보여주는 것인데... 그걸 그냥 떠억 하니... 놓은거다. 좀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확대경을 설치해 두던지, 밑에 사진이라도 설명해 주면 얼마나 좋아...
게다가 무료라 많은 관객들이 찾아오는데 특히 단체 아이들 관람객들이 많다는 것. 부모의 손을 잡은 아이들을 보면 무척 흐뭇해 보이지만 문제는 전시장에서의 그 소란스러움과 아이들의 여러 행동에도 부모들은 자신들의 일(관람)에 열중일 뿐이다. 어떤 부모는 아이들의 작태를 보면서도 그냥... 놔둔다.
부모의 마음이야 알겠지만 먼저 아이들과 함께 관람예절을 먼저 배우시는 건 어떤지... 가족끼리 같이 시간을 보낼 것이라면 아이들이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시기에 데리고 오시는 건 어떨지... 혼자 생각을 하면서 눈쌀찌뿌리고 다녔다.
역시... 속좁은 나의 연속된 속좁은 태도다. 그냥 넓게... 바라봐 주면 얼마나 좋아... ㅠ.ㅠ '대견한 것들... 한국 역사를 조금이라도 더 알려고 오다니...' 그런데... 관람태도를 배우는 것이 먼저가 아닌지 싶다.

한가지 무척 무척 맘에 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라의 것으로 알려진(그러나 백제의 것으로 추측되는) 국보 83호 금동 미륵반가상이다. 어두운 조그만 방안에 얇은 빛으로 그려낸 반가상의 음영은 반라의 청년이 생각을 즐기며 살짜기 지은 미소의 풍성함을 보여주었다. 로뎅의 고뇌와는 비교되는 동양의 미소의 여운은 종교적인 것을 넘어서 부드럽고도 달콤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중간 중간 터지는 관람객들의 플래쉬가 그 감상의 여운을 깨뜨리긴 했지만, 왜 이것을 국보로 삼을 수 있었는지 충분히 알것같다.

아내랑 좋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곳에서 빈정상한 나는 나오면서 들어갈때 아내를 모델로 찍고팠던 장소를 지나면서 맘이 더 짜증으로 차버렸다. 칫... 이놈의 벤뎅이 속하고는... ㅠ.ㅠ

그 장소가 바로 휍커가 찍었던 곳이라는 것을 다음날에야 알게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