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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ge of Life/삶의 언저리

교사를 영웅으로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학교가 정상으로 돌아가려면, 교사들은 그들의 업무 이상을 뛰어야 비로소 이뤄진다. 생각해 보면 한국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그들에게 부여한 업무량 이상을 소화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런 사회에서 정상으로 살려는 반동을 가하는 순간, 모든 세계는 긴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긴장의 원인을 자신들의 비정상적인 삶이 아닌 정상적으로 사는 그 균열의 원인에게서 찾는다. 과하게 일하든, 과하게 먹든... 말이다. 

부산 영산고가 아침식사를 제공한다는 소식이 기사화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고 있다. 기사. 한겨례 부산영산고 ‘사랑의 아침밥상’ 이야기는 학교와 학교 행정가,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이 함께 하여 아침을 거르고 오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2017)에 휘경공고 상담실의 손혜진 선생님께서 하신 아침밥 함께 먹는 프로젝트가 생각이 났다. 그때는 손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시작한 일로 상담과정이 그 발단이 되었다. 학교는 후에 이를 알고 "용단"을 내려 재정지원을 했단다. 그리고 주변의 선생님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했다는 훈훈한 마무리까지. 

기사. 교육부. 아침밥에 담긴 사랑으로 마음의 빗장을 열다

기사. 스브스뉴스. 상담실을 습격한 100명의 학생들



난 이런 이야기에 감동을 받기 보다는 아픔을 느낀다. 학생들의 필요에 반응하는 것이 교사의 한 자질임에도, 그래서 애들을 사랑하고, 또 노력을 통해 변화를 가져오지만, 사회는 그 노력에 따른 응답으로 환경과 구조를 바꾸는 대신 이들을 영웅으로 만든다. 그리고 '교사란 이래야 한다'는 하나의 모델로 홍보하고 확장한다. 행정가들은 이런 이야기에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난 이런 감동적인 소식에도 참 멋진 교사들이 있다는 소식에도 왜 이리 아프고 또 괴로울까? 고맙고도 이런 분들을 만나고 싶은 학부모의 마음인데. 

어제 2호가 다닌 어린이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2호는 근처 빵집에서 산 파운드케익을 전달했다. 비록 2호가 다닐때 계셨던 선생님들이 거의 계시지 않았지만, 2호가 아무말 하지 않고 양쪽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은채 가만히 있었지만, 선생님이나 나나 서로의 고마움을 전달했다. 그날 밤 원장선생님에게 문자가 왔다. 아내는 그 문자에 답을 보내며 눈물을 흘렸다. "그분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 것이다. 선생님들은 어딘가로 또 떠나실 것이고, 우리와의 기억도 하늘하늘 사라질 것이지만, 적어도 그 관계는 그날을 살았던 힘이 되었기에 내일을 생각하며 걸어갈 수 있었다. 
아마도 저 부산영산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누군가는 나와같이 그분들을 기억하실 것이다. 그렇게 관계는 이어지고, 내일이라는 미래를 디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어쩌면 오늘을 견디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부디 학교라는 곳이 아침을 주는 곳, 돌봄이 있는 곳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