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dge of Life/삶의 언저리

오늘 일기 2021. 3. 7.


#일상다반사
시간이 흐르면서, 안면을 트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름 가깝다고 생각한 분들이 하나 둘 유명세를 가지게 되니 거리감이 생기고, 혹 내 소소한 일상의 관계성때문에 공적인 일들이 방해될까봐 거리를 더 두게 되면서 차츰 멀어진다. 여전히 그분들의 이야기는 내게 여러 인사이트를 주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렇게 되니, 그들의 이야기는 하늘에 떠 있고, 점차 관심 밖이 된다.
운동의 부분들도 비슷하다. 덕택에 귀한 분들, 어르신들을 나름 살갑게 다가간 시간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공적인 부분외에는 감히 안부전화도 못드리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서글프기도 하고, 속상함도 있다. 그럼에도 내 옆에 여전히 나를 살갑게 대하는 분들이 계시고 안부도 물으시는 분들을 뵐 때마다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사실 관계라는게 이런 건 아닐텐데, SNS 덕택에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연결되어 있다보니, 착각을 하게 된다. “잘 안다고.” 그러나 개뿔... 내가 아는 건 어디까지나 그 만남의 정도와 깊이였을 뿐이다.
지방으로 내려오니 제일 먼저 찾아온 감정은 고립감이다. 내 성격상 그런게 느껴지면 더 굴을 파는 습성이라, 나를 굴 밖으로 끌어내려는 몇몇의 노력은 정말 감사할 뿐이다. 내 일상이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감을때까지 너무 정신없이 돌아가니 그 감정들을 곱씹을 틈이 없다. 하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감정들은 수면아래의 불안정 상태를 경고하곤 한다.
예상과 다르게 아내도 바쁜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다. 솔직히 일종의 안식년 개념으로 “대학원”을 생각한 것이 어불성설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러 조건들이 맞아 여정을 시작했고, 덜컹거리는 내 가슴을 부여잡으며 그녀의 감정선들에 신경을 더한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은 지난 일주일이 환상적이었다. 그럼에도 2호는 7살 이후로 이어지는 불평들은 결코 줄어들지 않아 고민이다. 1호와 2호 사이에 벌어진 다이나믹한 관계들은 날마다 내 인내를 시험하고, 내 편향성을 의심케 한다.
부모님과 함께 산지도 반년이 넘었으니... 미안하고 죄송할 뿐이다.
그동안 공부하면서 ‘이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지난 4년 사이에 두번의 이주 실패(?)를 경험하고, 집짓기를 수반한 이주를 실행중에 있으면서 ‘이주’의 범주 속에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존재하고, 또 하나의 대표성아래 침묵하게 되었을지 생각한다. 사회의 특징, 인간 인지의 한계로 유발되었다는 이놈의 ‘범주화’, ‘일반화’는 어떻게 다루고 설명해야 할지 고민중의 고민이다.
이렇게 써보니 고민들의 겁나 버무벼져 있어 보인다. 이런 감정들이, 사건들이, 논의들이 우주의 시간에서 찰나일 뿐이라는 건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