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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의길

허브를 키워보자 9. 야로우의 시간.

비가 온다. 1호와 2호 등교를 도와주고 돌아온 길에 매일 그렇듯이 삭막한 정원을 돌며 올라오는 잡초들을 뽑고, 상태를 보곤 한다. 아무래도 매일의 손길을 많이 가져가는 건 라벤더다. 그동안 라벤더에 온 신경을 쓴 건, 아무래도 까다로운 녀석의 성격들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순둥이처럼 잘 자라고 올라오는 야로우에게는 기껏해야 꽃대 꺽이는 거 정리해주는 것 외에는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약 한달전에 구입한 노란 야로우의 비실비실함때문에 초기의 품은 라벤더에게 쏟는 품의 반도 안될 것이다. 

그런데 이제 어느새 야로우의 꽃들이 바래지고, 생동감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4월 20일 경에 올라온 꽃망울들은 두달이 되어가는 오늘까지 지치지 않고 뿜뿜거렸는데, 이제 그 힘이 다해가고 있는 것 같다. 노지에 심은 야로우는 네 덩이로 무리지어 올라왔고, 그 중 두 덩어리는 무럭무럭 자라서 주변의 무리를 위압할만큼 자라버렸다. 또 그 두 무리 가운데 하나는 튼튼한 줄기로 탄탄하게 안정적으로 꽃을 피웠다면, 다른 한 무리는 쑥쑥 치고 올라오면서 안정적인 무리보다 더 올라와서 약 일주일 늦게 꽃을 터트렸다. 그래서인지 이 무리는 꽃대가 자주 꺽여서 전정질을 수시로 해야만 했다. 작은 두 무리는 그 틈새에서 아주 조그맣게 무리를 유지하고, 꽃을 피웠다. 그늘 속에서 가냘프게 꽃을 피운 두 무리는 다른 무리와 달리 핑크빛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새로 들여온 노란색 야로우는 비실비실거리듯 웃자란 모양새로 왔는데, 그 비실거리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놀라운 건 바로 그 밑둥에서 새로운 순들이 올라오는 것이다. 비실거리는 모체는 자신의 줄기를 더 튼튼히 하는 대신에 밑둥의 순자리에서 순들을 틔워낸 것이다. 

삶이라는 게 이런걸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낡고, 재생불가능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애잔하게 느껴지는 건 내 모습과 어딘가 닮아서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시절을 좇아 생명을 이어가는 풀들을 보니, 적어도 쟤들은 나보다 잘 살고 있고, 또 창조주를 향한 예배도 충실하게 드리는 중이다. 나도 그래야 할텐데...

찔레나무는 이제 좀 안정되나 보다. 이번 꽃이 모두 지면 분갈이를 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