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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M

기독공보]원칙없는 교육으로 그들이, 그들의 부모가 무너진다

제7회 방콕포럼, "공동체적 안목으로 MK교육 대원칙 세워야 한다"
▲ 교육문제는 선교사 사회에서도 매우 민감한 주제였다. 5일 간 진행된 회의 내내 신앙인이자 국제인으로, 나아가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자녀들을 길러내기 위한 선교사들의 고심을 느낄 수 있었다. 수시로 진행된 기도회에서도 눈물의 기도를 심심치 않게 볼수 있었다. 사진/장창일차장

【태국 방콕^장창일차장】'한국 MK사역 4반세기의 회고와 미래 전망'을 주제로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7회 방콕포럼이 선교사 자녀(MK)들의 바람직한 교육과 양육 등에 대해 논의한 뒤 본격적으로 해외선교를 시작한 지 30년이 채 안되는 한국교회가 현 시점에서 선교사들과 후원교회, 교단과 선교단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MK교육 지침'을 마련하고 파송훈련 시 철저한 '부모교육'을 통해  선교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자녀교육으로 인한 혼란들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1월 29일 폐막했다.
 
MK교육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 부모들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 데는 부모들이 사실상 자녀교육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결정권자인 동시에 부모의 교육관에 따라 자녀들의 진로와 심지어 사역지까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교사 자녀들은 선교지의 형편과 부모의 결정에 따라 현지인 학교와 국제학교, 홈스쿨링 등 다양한 과정에서 교육을 받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막대한 학비가 소요되는 일도 있어 사역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형편이다.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한 포럼 참석자들은 현재처럼 원칙없이 부모들의 판단과 사역지의 형편에 따라 MK들을 교육할 경우 자칫 '꼬리'(MK교육)가 '몸통'(선교)을 흔드는 대혼란이 야기될 개연성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민영선교사(위클리프 국제성경번역선교회 국제부대표)는 "선교사로 헌신하는 분들은 자신의 헌신이 자녀교육에 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물론 선교사이니까 자녀교육을 포기하라는 극단적인 주장은 아니지만 분명 선교사역으로 인해 자녀들의 교육권에 영향이 있는 건 엄연한 현실이며, 헌신과 별개로 자녀교육을 하나도 손해보지 않겠다는 선교사가 있다면 이로인한 문제가 반드시 발생한다"면서, 선교사로의 헌신이 자녀교육에 필연적으로 미치는 영향들을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방콕포럼에서는 한국교회가 공감할 수 있는 선교사 자녀 교육 지침을 마련하자는 논의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MK교육이 부모들의 소견대로만 진행되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내고 선교사 세계의 니드(필요)만으로 MK교육 지침을 만들기 보다는 후원교회와 선교단체와 교단, 선교사들이 폭넓게 참여한 가운데 공동체적 안목에 입각한 교육지침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밝혔다.
 
포럼에 지역교회 목회자로는 유일하게 참석했던 다애교회 이순근목사는 "한국사회는 자녀 양육비 문제로 자녀를 많이 낳지 못하고 있으며, 목회자의 70% 이상이 교회로부터 자녀들의 학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형편인데 앞으로 본격화될 MK교육에 대한 논의들이 모국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된 상태에서 진행되길 바란다"면서, "MK교육 문제에 대한 논의가 선교사와 후원교회, 단체와 교단들의 공동체적인 안목 속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며, 교회의 정서가 충분히 반영된 대안들이 만들어지길 기대했다.
 
한편 포럼에서는 1세대 성인MK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경험과 비전을 나누는 별도의 포럼에 대한 제안도 나왔다. 성인MK 포럼은 향후 MK교육의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사례로 활용되는 동시에 유년시절부터 선교지를 경험하고 최소 2개국어 이상의 언어 구사능력이 있는 MK들이 2세대 선교사로 헌신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게 선교계의 전반적인 분위기. 특히 대다수의 선교사들이 언어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선교지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훈련이 마무리된 MK들이 선교에 헌신할 경우 미치는 파급효과는 기대이상일 것이라는 게 선교계의 진단이기도 하다.
 
강대흥목사(GMS 사무총장)는 "짧은 선교역사를 가진 한국교회는 최근 들어서야 성인MK들을 배출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의 잠재력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가 시급하고, 향후 MK들이 선교사로 나설 경우 부모세대가 겪었던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 따른 어려움이 대부분 극복될 수 있다."면서, "성인MK들이 모여 자신들의 고민과 정체성 문제, 선교에 대한 비전 등을 공유해 나간다면 상상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포럼에서는 선교사 파송 세계 2위라는 대기록을 보유한 한국교회가 이제는 전 세계 MK교육분야에서 기여해야 할 때라는 자성도 나왔다. 선교사들은 우리나라 MK들이 미국교회를 중심으로 국제 선교단체들이 만들어 놓은 교육시설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태국 치앙마이의 그레이스국제학교(GIS), 치앙마이국제학교(CMIS), 필리핀의 페이스아카데미(Faith Academy) 등 서구 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된 학교에는 상당수의 한국인 MK들이 재학 중이지만 해당 학교에 한국인 교사와 재정적인 후원 등은 전무한 실정이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한국인이 많지 않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교사 선교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이해부족은 후원의 어려움으로 직결되고 있으며, 소수의 헌신자들마저 결단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선교계의 분석이다.
 
그레이스국제학교 피셔교장은 "GIS에 재학 중인 5백30여 명 중 15% 이상이 한국인이며, 이들 모두가 매우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인 정서를 이해하는 한국인 교사의 부족으로 학생들에 대한 심리상담이나 한국역사 등을 교육하는 게 불가능하다. 한국교회가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정중하게 제안했지만, 사실상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 놓은 한국 MK교육의 현실에 강력한 문제제기를 한 셈이다.
 
당초 포럼 말미에 발표될 것으로 보였던 선언문 형식의 문건은 작성되지 않았다. 대신 이번 포럼의 발제문들과 논의의 결과를 담은 책을 오는 7월 중 출판하기로 했다. MK문제와 관련한 문건을 만들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선언적 성격이 강한 구호만으로 선교사 자녀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종 김(Chong Kim)선교사(미국세계선교센터ㆍUS Center for World Mission) "미국교회는 이미 5세대 이상의 성인MK들이 배출되고 있고 그동안 수 많은 MK들이 선교사로 헌신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열악한 선교지에서 자녀들을 신앙인으로, 국제인으로, 하나님의 자녀로서 양육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만큼 지속적이고도 전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이 같은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논의에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jangci@pck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