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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 in Diversity

재외국민 자녀들에게 한국사/한국어를 가르쳐라.

해외에 있는 한국 아이들이 가장 치중하고 있는 교육은 대학입학과 무관하지 않다. 국제학교를 다녀도 미국이 아닌 한국의 대학에 들어오기 위해선 그에 따른 수시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집중하는 것은 다름아닌 영어다. 물론 부수적으로 예체능에 한두가지 능력을 성취하는 것도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은 구 소련의 영향때문인지 탁월한 예능계통을 비교적 저렴하게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성취만큼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한국어와 한국사이다. 대부분의 재외국민 자녀들이 국내에서 겪게 되는 문화충격과 고통은 매우 크다. 재정적인 부분은 접어두더라도 일반 아이들과 어울리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만큼의 결과를 얻는것은 어렵다. 
무엇보다 역사의식은 그 동질감을 갖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백제, 고구려, 신라에 대한 인식없이 현재 한국이 느끼는 동북공정에 대한 두려움과 팽배한 긴장감을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 그런 역사인식을 떠나서라도 이야기 속에서 전제된 많은 역사적 배경을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는가? 그런 면에서 재외국민 자녀들은 철저히 외국인이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인들에게 외국인으로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한국어에 있다. 예를 들어 질문에 있어서 "다른"과 "틀린"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시험문제는 그야말로 외국어다. 단어에 있어서 감춰진 "한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한국말을 하면서도 낯선 외국어일 뿐이다. 
한국아이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국인이 아니라고 느낄때 그 이방인의 느낌을 부모들은 알까?

대입이 일차적 관문이기에 그걸 넘어서면 이차적 관문인 이런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 부모들은 믿는다. 그러나 학습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부모는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바로 앞의 문제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실제로 대학입학을 해서 거기에서 얻는 성적은 대학원진학이나 취업에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교육은 실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자 숙성된 된장과도 같다. 기본적으로 다져진 가운데 세워진 건축물이 튼튼한 것처럼 그 기초는 중요하다.  
부모들의 단편적 시선은 한국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이며 또 한편으로는 저력이다. 그간의 역사를 살펴볼 때 한국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질 수 없는 환경 속에 있었으며 최근 근대화 과정에 있어서 더욱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로 드러난 많은 문제들은 현재의 삶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고통이 되고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장기적인 교육 계획이라 생각한다. 
대학입학이 지금의 상황에서 최선의 목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작은 고비에 불과할 뿐이다. 그 너머에 있는 보다 거대한 벽을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어와 한국사는 (비록 그 시선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아이들의 정체성을 심어주는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자발성, 진취성은 안정된 정체성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이는 한국사/한국어의 배경을 가진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한국 적응이 다르다는 것이 실제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부모들이 좀 더 멀리 있는 큰 그림을 보고 자녀들을 대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재외 국민을 위한 교육에 좀 더 신경써 주길 바란다. 이제 그들의 자발적인 헌신만을 바라기엔 한국 정부의 체면이 없어보이지 않나? 그리고 그동안 그런 민간외교를 펼쳤던 사람들과 그룹들을 종교적 편향이라는 이유로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