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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M

[‘귀국자녀’ 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상) 국내적응 관건은 국어실력-국민일보 기사

2007년도 국민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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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교육 과정을 경험한 학생들의 수가 해마다 폭으로 늘고 있다. 2006학년도(2006 3월∼2007 2) ··고교 유학생은 전년에 비해 44.6% 늘어난 29511명으로 집계됐다. 국제화 시대의 경쟁력은 물론 외국어 실력이다. 해외 거주가 외국어 습득으로 연결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유학 또는 연수를 갔다고 해서 그걸로 고민이 사라진 아니다. 문제는 귀국 후다. 뒤떨어진 한국어 실력과 문화적 이질감 등으로 일명 '귀국 학생'들에게 닥친 문제는 커졌다. 21세기 교육 탈출의 시대, 돌아온 '어린' 유학생들을 부모의 고민과 귀국 자녀의 효과적인 국내 적응법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
 

 

 

사례 1. 해외 지사 발령을 받은 남편을 따라 3 미국에 있다 지난 1 여섯살된 딸과 함께 귀국한 주부 A(38·경기 수서). 딸을 영어학원에 입학시키려 했으나 문법과 쓰기 실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A씨는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한 아이인데 영어를 못해 입학이 안된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문법 한국식 시험 영어에 적응하기까지 지난 몇달 동안 나와 아이, 너무 힘들었다" 털어놓았다.

 

사례 2. 2006 미국 주립대 박사과정에 입학해 다섯살 아들을 데리고 떠난 B(35). 여름 잠시 귀국한 B씨는 전래동화와 과학책 수십권을 사들고 돌아갔다. 친구들로부터 "영어 잘하겠다" 부러움 대신 "미국 공립학교에 다니면 애가 성격은 좋겠다" 말을 듣고 충격 받았기 때문. B씨는 "미국 학교의 수준이 낮아서 한글은 물론이고 수학과 과학도 가르쳐야 한다더라" "미국에서 과외라도 시켜야할 모양"이라고 걱정했다.

 

1 이상 중장기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귀국 겪는 어려움은 거주 기간과 언어권, 연령 등에 따라 한글 습득부터 외국어와 학업 성적 유지, 입시 고민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국내 적응 속도는 해외 거주 기간보다는 노력에 좌우된다는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어 실력이 제일 중요하다=적응의 최대 변수는 역시 한국어 실력이다. 경기 고양 금계초등학교 귀국학생 특별학급 담임인 송영복 교사는 "국어 실력은 수학 과학 교과 성적 뿐만 아니라 또래와의 교우 형성에도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설명했다.

 

서울교대 부설초 특별학급 담임 김수정 교사도 한국어 실력이 성공적 학교 생활의 관건이라는 동의했다. 개념은 이해하면서도 용어를 몰라 수학 과학 시간의 문제 풀이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 지명과 행정 구역 상식 부족으로 뒤처지는 아이, 국어 실력이 모자라 발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 고통받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교사는 "한번 뒤떨어진 국어 실력은 고학년이 돼도 따라잡기 어려운만큼 입국 직후부터 국어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말했다.

 

어떤 학교 들어가야 하나=편입 학교 선택의 잣대 역시 국어 실력. 학년을 따라가는 무리가 없다면, 교과별 이수능력 평가 시험을 준비해서 다니던 학교에 들어가는 좋다. 평가 여부와 형식은 학교장 재량. 사회 수학 등에 자신없는 중하위권이라면 학교 측과 상의해 학년을 낮추는 바람직하다.

 

국어 실력이 부족하면 특별학급이 운영되는 학교를 생각해볼만하다. 1998 이래 서울 경기 부산 대전에선 귀국 학생들을 위한 특별학급이 운영되고 있다. 부모와 함께 해외 거주 기간이 2 이상 학생들이 대상. 서울의 경우 초등학교는 서울사대부설·서울교대부설·신천·목원·당현 5, 중학교는 덕수·언주 2곳이다. 경기는 고양 금계·안양 호원·부천 상도 초등학교만 3. 부산은 낙동·양정·와석·금양·광남 초등학교 5, 대전은 대덕·전민초와 대덕중이 있다.

 

한글 학습 어떤 교재로=금계초에서는 최근 '말하기 듣기' '한국어 읽기와 쓰기' '통합교과학습' '동요집' '바른생활' 귀국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를 자체 개발했다. 예산이 배정되면 다른 지역 귀국 학생들에게도 보급할 계획. 서울사대부설초에서 개발한 '기초 한국어 교재' 귀국 학생들이 활용할만하다.

 

구몬, 대교, 웅진, 재능 기존 학습지를 이용한 한글 습득도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가능하다. 이민진 눈높이TM 과장은 "나이는 들었는데 한글을 습득하지 못했거나 국어 학습 기초가 떨어지면 자모음자 체계학습부터 시작해 받침학습, 어휘력, 문장학습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 조언했다

 

외국어, 관리가 중요하다=외국어는 익힌 속도만큼 잊는 것도 순식간이다. 공교육 영어교육이 확대되고 있지만 읽기 쓰기보다 말하기가 앞선 귀국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도 애로점이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귀국자녀반이 운영되는 학원을 많이 찾는다. 미국 공교육을 경험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폴리스쿨은 40만∼60만원대의 고가 교육비가 부담이다. 이지어학원, 스와튼어학원, 서강대 SLP어학원, ILS주니어영어학원 등도 지점별로 귀국자녀반을 운영한다. LCI아카데미 조윤성 프로그램국장은 "귀국 학생들은 교재 위주 수업보다는 말할 기회가 많은 원어민 토론 수업을 선택하는 좋다" 말했다.

 

중국어 러시아어 기타 언어의 유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를 위해 귀국 자녀와의 1 1 멘토링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금계초 한치영 교감은 "사교육을 통해서나마 유지가 가능한 영어와 달리 기타 언어 유지는 힘들다" "정부 차원의 투자가 절실하다"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1. 귀국학생 부모는 장기적인 교육 계획을 가져야 한다.
부모가 해외에서 자녀 교육을 해야 할 경우, 본인들의 계획 속에 자녀에 대한 장기 계획을 가져야 한다. 만일 초등학교 과정만 해외에서 보낼 경우 귀국후 한국에서 중등교육에 필요한 기술은 한국에 들어와서도 가능하다. 다만 한국어를 읽고, 쓰고, 말하고, 비판적 생각을 하도록 신경쓰면 귀국후 필요한 학문들은 쫓아갈 수 있다. 
그렇지만 중등교육을 해외에서 보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해외로 나갈 경우 아이가 현지에서 필요한 언어를 습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후 귀국시에는 다시 한국어를 습득해야 하기 때문에 학습에 필요한 충분한 언어적 기술을 갖기 어렵다. 무엇보다 한국의 교육 과정은 상당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적절한 대안이 필요하다. 만약 대학을 한국으로 선택할 경우, 특례입학을 생각하며 준비해야 할 것이다. 특례입학의 경우 최근 축소되고 있는 편이어서 길게 쓸 필요는 없지만 당장 귀국하는 아이들에겐 어느정도 기회가 있을 듯 하다. 
 
어쨌든 교육 옵션과 언어에 대해서 부모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예측 가능한 선에서 준비를 하고 돌발 상황에 대해선 부족한 부분들을 따로 준비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가진 장점(다문화 경험, 언어에 대한 축복)등을 격려하는 것을 잊지 말아라.
 
2. 귀국 학생은 자신의 성실함이 무기임을 잊지 말아라.
 한국에 들어와 어려운 점은 문화적 차이로 부딪히는 또래집단이다. 특히 서구 문화권에서 올 경우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문화의 차이로 오는 충격은 크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떤 친구는 잘 적응하는 반면 어떤 친구는 그렇지 못하다. 모두 다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소위 "재수 없는" 느낌이 기존의 공동체로 흘러가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렇다고 소위 "재수없는" 개인주의 느낌을 없앨 수는 없는 일. 이는 이미 개인의 성격이기 때문에 지울 수는 없다. 
 
충돌은 당연한 일! 이렇게 인식하면 일단 충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부담 하나가 사라진다. 집단주의의 특징은 튀는 존재에 대한 거부다. 그러므로 덜 튀면서 공동체에 녹아드는 일이 필요. 어떻게 하냐구? 인내와 성실함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자랑하지 않는 겸손함이다. 이걸 어떤 예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그 구성요소들의 차이와 분위기에 따라 다르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과 선생님의 도움 등은 긍정적인 도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기억하면 좋을 듯.
 
3. 한국어에 대한 필요는 반드시(!) 있다!
언어에 대한 잘못된 생각 하나는 영어와 한국어를 별개로 본다는 것. 하지만 언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언어는 소통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소통의 능력과 언어적 미학없이 문장을 만드는 능력은 한계를 갖는다. 그럼에도 언어를 배우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한국어의 필요는 기사가 언급한 학습능력만이 아닌 정체성으로 확장된다. 언어는 문화적 배경을 담고 있기 때문에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문화를 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사회의 최근 고민은 그동안 "Melting Pot"으로 인식했던 사회가 알고보니 "Mosaic(Salad bowl)"이었다는 것이다. 문화적 융합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나름의 경계를 가지고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 인종적 문화적 구별의 기본은 언어가 아닐까?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학습능력 이전에 문화를 이해하고 체득하는 것이다. 부모의 형상(한국인)을 가지고, 정서의 가정 속에 살면서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가 소속을 느끼는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지 거주와 달리 재입국을 해야 할 경우엔 더욱 문제다. 적응은 사회적 이슈로 확장된다. 한국은 아직 그것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듯 하다. 단순히 한국어를 하는 이유를 "애국심"에 의존하지만 본질은 그 너머에 있다. 모두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한국인으로 정체성을 갖는 일은 "애국심"이 아닌 "자존감"이라는 말로 첨언을 마치려 한다.
 
미국 국무부에 올라온 글을 하나 참고해 보면 좋을 듯. (미국 국무부엔 이런 자료들이 좀 있다. 부럽다.)
 
2019. 3. 11. 링크수정
2021. 7. 6. 링크 해제와 출판자료 링크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