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 국민일보 기사
사례 1. 해외 지사 발령을 받은 남편을 따라 3년 간 미국에 있다 지난 1월 여섯살된 딸과 함께 귀국한 주부 A씨(38·경기 수서). 딸을 영어학원에 입학시키려 했으나 문법과 쓰기 실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A씨는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한 아이인데 영어를 못해 입학이 안된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문법 등 한국식 시험 영어에 적응하기까지 지난 몇달 동안 나와 아이, 둘 다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사례 2. 2006년 미국 한 주립대 박사과정에 입학해 다섯살 된 아들을 데리고 떠난 B씨(35). 올 여름 잠시 귀국한 B씨는 전래동화와 과학책 수십권을 사들고 돌아갔다. 친구들로부터 "영어 잘하겠다"는 부러움 대신 "미국 공립학교에 다니면 애가 성격은 좋겠다"는 말을 듣고 충격 받았기 때문. B씨는 "미국 학교의 수준이 낮아서 한글은 물론이고 수학과 과학도 가르쳐야 한다더라"며 "미국에서 과외라도 시켜야할 모양"이라고 걱정했다.
1년 이상 중장기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귀국 후 겪는 어려움은 거주 기간과 언어권, 연령 등에 따라 한글 습득부터 외국어와 학업 성적 유지, 입시 고민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국내 적응 속도는 해외 거주 기간보다는 노력에 좌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어 실력이 제일 중요하다=적응의 최대 변수는 역시 한국어 실력이다. 경기 고양 금계초등학교 귀국학생 특별학급 담임인 송영복 교사는 "국어 실력은 수학 과학 등 교과 성적 뿐만 아니라 또래와의 교우 형성에도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서울교대 부설초 특별학급 담임 김수정 교사도 한국어 실력이 성공적 학교 생활의 관건이라는 데 동의했다. 개념은 이해하면서도 용어를 몰라 수학 과학 시간의 문제 풀이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 지명과 행정 구역 등 상식 부족으로 뒤처지는 아이, 국어 실력이 모자라 발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 등 고통받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한번 뒤떨어진 국어 실력은 고학년이 돼도 따라잡기 어려운만큼 입국 직후부터 국어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학교 들어가야 하나=편입 학교 선택의 잣대 역시 국어 실력. 제 학년을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다면, 교과별 이수능력 평가 시험을 준비해서 다니던 학교에 들어가는 게 좋다. 평가 여부와 형식은 학교장 재량. 사회 수학 등에 자신없는 중하위권이라면 학교 측과 상의해 한 학년을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
국어 실력이 부족하면 특별학급이 운영되는 학교를 생각해볼만하다. 1998년 이래 서울 경기 부산 대전에선 귀국 학생들을 위한 특별학급이 운영되고 있다. 부모와 함께 해외 거주 기간이 2년 이상 된 학생들이 대상. 서울의 경우 초등학교는 서울사대부설·서울교대부설·신천·목원·당현 등 5곳, 중학교는 덕수·언주 등 2곳이다. 경기는 고양 금계·안양 호원·부천 상도 등 초등학교만 3곳. 부산은 낙동·양정·와석·금양·광남 등 초등학교 5곳, 대전은 대덕·전민초와 대덕중이 있다.
◇한글 학습 어떤 교재로=금계초에서는 최근 '말하기 듣기' '한국어 읽기와 쓰기' '통합교과학습' '동요집' '바른생활' 등 귀국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를 자체 개발했다. 예산이 배정되면 다른 지역 귀국 학생들에게도 보급할 계획. 서울사대부설초에서 개발한 '기초 한국어 교재'도 귀국 학생들이 활용할만하다.
구몬, 대교, 웅진, 재능 등 기존 학습지를 이용한 한글 습득도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가능하다. 이민진 눈높이TM팀 과장은 "나이는 들었는데 한글을 습득하지 못했거나 국어 학습 기초가 떨어지면 자모음자 체계학습부터 시작해 받침학습, 어휘력, 문장학습 등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어, 관리가 더 중요하다=외국어는 익힌 속도만큼 잊는 것도 순식간이다. 공교육 영어교육이 확대되고 있지만 읽기 쓰기보다 말하기가 앞선 귀국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도 애로점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귀국자녀반이 운영되는 학원을 많이 찾는다. 미국 공교육을 경험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폴리스쿨은 40만∼60만원대의 고가 교육비가 부담이다. 이지어학원, 스와튼어학원, 서강대 SLP어학원, ILS주니어영어학원 등도 지점별로 귀국자녀반을 운영한다. LCI아카데미 조윤성 프로그램국장은 "귀국 학생들은 교재 위주 수업보다는 말할 기회가 많은 원어민 토론 수업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중국어 러시아어 등 기타 언어의 유지는 현실적으로 더 어렵다. 이를 위해 귀국 자녀와의 1대 1 멘토링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금계초 한치영 교감은 "사교육을 통해서나마 유지가 가능한 영어와 달리 기타 언어 유지는 힘들다"며 "정부 차원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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