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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M

MK는 개학을 두려워 한다.

둥지기도회에서의 MK

MK/TCK 모두 두려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개학일 것이다. 
이건 무슨 개풀뜯어먹는 소리냐구? 한국의 모든 학생들은 개학을 싫어한다구! 
그렇다. 사실 모든 학생들이 개학을 싫어한다. 
텔레비젼에서 "전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가식떠는 애들은 모든 학생들의 적이다. 그런 분위기에 개학을 MK/TCK가 두려워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둥지기도회에서의 MK

신입생 MK들은 대입을 기대한다. 하지만 한국 대학 문화에 대한 두려움은 큰 거 같더라.(특히 과한 OT문화를 싫어한다. 그러고보니 끼리끼리 노는 무언가는 좀 과한 액션을 하는 것 같다.) 얼마전 한 MK의 메시지를 봤다. OT에 갔는데 술을 권하는 것 때문에 힘들었다고. 자신가 거절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는 문화가 싫다고. 

하지만 재학생들에게 개학은 두려움이다.
1. 수강신청이 두려워.
 한국어도 잘 안되는데 어떤 교수님에게 수업을 받아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들을 한다. 그리고 막상 골라 골라 갔는데 영 아니올씨다 수업들을 이미 경험한 이들은 수강신청만큼 괴로운 일이 없다. 언젠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학교를 왔으면 수업을 제대로 들어야지, 교수님보고 고르냐고.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교수들마다 가르치는 방식도 다른데다가 영 아닌 교수님들도 많다. 점수는 장학금에 목마른 이들에게는 생명줄과도 같다.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이건 한국학생들도 같다고? 

맞아. 같아. 그런데 이친구들에게 어려운 문제는 다름 아닌...
2. 한국어의 악몽...
요거지. 한국어를 술술하는 MK에게 "한국어때문에 공부하기 어려워요"라는 하소연을 들을 때 마다 '아니 무슨 엄살을...'하고 웃어 넘기곤 했다. 그런데 웃어 넘길 수 없는 일을 목격했다. "간사님, 이게 무슨 뜻이예요?" 어디보자... "서술하시오."  '헉!' 단발마를 내뱉고 말았다. 그렇다. 한국말이 한문을 기본으로 한 명사들이 많은데 아이들은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때 나는 이들을 새로운 눈으로 쳐다 보았다. 
강의시간에 쏟아지는 수많은 단어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그들은 생활어로 한국어를 익히고 있지만 학문으로 한국어는 외국어와 같다. 마치 내가 영어를 술술해서 사람들이 존경해 마지 않지만 영어로 시험 보면 모든게 뽀록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그러니 겉은 한국 사람이요, 속은 미국/러시아/프랑스/중국등의 것으로 짬뽕되어 있는 이들에게 한국 원주민들이 대학강의때 쓰는 언어로 공부한다는 것이 대견한 일이다. 

3. 복학생은 새로 만나는 아이들이 힘들어.
한 복학생이 그러더라. 군대 마치고 돌아와 보니 모든게 바뀌어 있더라. 자기가 잘 모를 때 도와주었던 친구들은 졸업하거나 학교에 남아 있어도 물어보기 어려운 상황이더라는 것. 수강신청도 수업에 대한 것도 같은 학년 분위기도 새롭게 익혀야한다. 좀 과장되게 이야기하면 다시 한국의 대학에 적응하는 것을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 자기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는 것도 한 두번이지 자기가 왜 도움이 필요한지 설명하는 것도 힘들고 쉽지 않더라는 것. 이놈의 인간관계는 뭐 이리 복잡하고 차려야 할게 많은지. 그리고 그냥 있는 그대로 봐달라는 말을 해도 이방인취급 당하는 기분... 참 묘하더라.
한두해 한국에 있다가 군대 갔다 오면, 한국에 잘 적응했거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니들 참 애썼다."

4. 문화... 넌 왜 그리도 나랑 다르니
문화 이야기는 뭐 MK/TCK모두 평생의 숙제일듯.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든, 부모님에게 돌아가서 시간을 보내든 대학 문화와는 완전 다른 세상에 있다가 개강과 함께 돌아오면 학교 문화는 여전히 낯설다. 무언가 개인주의적이면서도 집단적인 습성들은 한국이 그들에게 낯선 땅이라는 것을 인식시켜 준다. 
누구는 자신이 "진정으로 한국인"이라는 것을 미국으로 교환학생으로 가 있을때 알게 되었다고. 그럼에도 한국인이면서도 한국인이 아니기에 한국땅에서 정착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언어뿐만이 아니라 습성이 불편하다. 한국사회에서는 개인의 불편함과 참음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습성대로 살던 세상에서 자신을 자꾸 어딘가에 맞춰야 하는 세상으로 움직이게 되었을 때의 경직성은 자꾸 자신을 가면쓰게 만든다. (MK/TCK 모두 그렇게 이야기 한다. '가면'쓰게 된다고.) 무엇보다 그들은 노랑머리에 파란눈을 가진 이들이 아니라 검은머리에 갈색눈을 가진 한국사람이다. 그러나 내면까지 아닌 것을 보여주는 일이란 어려운 일이다.
매번 만나게 되는 대학문화는 또 한국 문화의 다른 면이다. '그 낯섬을 즐기라'라고 말하고 싶지만 낯섬에서 느껴지는 이방인의 느낌은 유쾌하지는 않다. 또 그것으로 불이익을 받을때는 서럽기도 하다. 

그 외에도 이들이 말하는 개강의 두려움은 많다. 외로움, 돈, 인간관계, 교수법, 교육시스템의 차이 등등... TCK의 경우 재정적으로 MK들에 비해 넉넉한 편이지만 다른 부분에 있어선 비슷한 경험을 갖는다. 그리고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부지기수 아닌가?

한국 사회가 점점 개방되고 있지만 문화만큼은 그렇지 않다. 물론 변화를 이루고 있지만 우리네가 지닌 폐쇄성은 어쩔 수 없는 경향인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네 습성을 바꾸면서까지 이런 부류의 친구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건가? 그건 이 글을 보는 이들의 선택에 달렸다. 알다시피 대한민국 정부는 "세계화"에 목숨을 거셨고, 한국 사회는 다문화 사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우리네 시선으로 본다면 우리의 고립은 마치 오늘날 국제 사회에서 무슬림에 대한 시선과 편견(오해이긴 하지만)처럼 나타날 것이다. 
이들(TCK/MK)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행운일지 모른다. 정말 다른 부류의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받아들이는 연습은 곧 우리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배우는 지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

"어이 친구들, 개강이야! 힘들지만 함께 가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