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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ge of Life/삶의 언저리

그리움이 쌓인 그곳

가끔 '낯선 한국'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을 때가 있다. 한국인이며 한국에 살면서 내가 한국인인 것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잠깐의 외국 생활 속에서 어느새 내 안에 남아공의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가끔씩 향수병에 눈물을 흘리며 그곳의 친구들이 매우 그리워지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남아공에서의 3년은 선교사로서 살아간 시간보다 '나' 방준범을 찾았던 시간이어서일까?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다. 나는 복음을 그들에게 전하면 그들은 나의 어색한 콩그리쉬 영어를 귀기울여주곤 했다. 그들에게 전하는 기쁜 소식 보다 그들의 내 영어를 들어주는 그 진지함이 오히려 나에게 기쁨이 되었던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 나는 한국에서 억눌렸던 자아를 처음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 그곳의 친구들은 언제나 나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었다. 남아공은 그렇게 내가 도움을 주는 이인지 도움을 받는 이인지 섞여진 그런 곳이었다. 가끔 예전 사진을 보면서 그때 만났던 사람들과 그들의 호의를 생각하곤 한다. 심지어 애완견들이라던지, 갈매기, 건물들, 길, 풍경, 파도, 산, 그리고 바위들 마저도 나의 기억에 생생하게 자리잡고 있다.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말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사진은 10년후에 이 사진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어디에 있을까? 무척 그리워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찍은 것도 있었다. 그때 벽돌들로 쌓아 올린 화단에 걸터앉아서 생각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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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나 하나의 흔적들을 다시 대면하고 싶다. 그냥 날마다 지나치던 길마냥 만나고 싶다. 그때의 '나'도 그립지만, 그냥 그 곳이 몹시도 사무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