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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 in Diversity

근대 공교육의 전개와 기독교 그 첫번째 시간. 독일


2013년 11월 15일. 참으로 바쁜 하루였습니다.
국내 MK사역자 모임을 마무리하고 정신반쯤 빼고 달려가서 참여한 강연, "근대 공교육의 전개와 기독교"입니다.

사실 무엇을 기대하고 가진 않았습니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 했듯이 이 땅에 호흡하면서 삶이 무슨 낙이 될까요? 오늘날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한국의 공교육, 그리고 기독교의 절망 앞에서 "근대 공교육의 전개와 기독교"라는 주제 그 자체가 마치 선지자들의 노래처럼 들려서였을까요?

강사 김창환님은 16세기 이후의 독일 공교육 상황을 차분히 알기 쉽게 정리해 주셨습니다. 르네상스, 루터의 종교 개혁 그리고 도시국가, 근대 국가, 통일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독일 교회가 교육기관들의 형성에 어떻게 참여했고,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는지를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오늘날까지 종교교육이 공교육 속에 살아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분의 강의를 들으면서 독일의 공교육 형성사를 독일의 철학(이성과 계약)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근대 교육의 형성사를 한국의 철학 속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실제 한국 근대 사회는 서구의 시스템 이식과 경제 성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었기에 비판없이 강제적으로 진행되어왔습니다. 

두 번째로 어떤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역사적인 관점으로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는 종종 어떤 시스템을 현재 생산될 결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도 실용적인 측면이 강해서 일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스템과 그것의 근간이 되는 철학은 그 사회 사람들이 역사적인 사건들을 통과하면서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사회 시스템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살면서 형성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사회내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서 변화를 가지고 온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독일의 공교육이 튼튼하면서도 사회에 최적화된데 독일 교회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독일 교회가 교육의 기초 철학을 제공하였고, 사회적 윤리의 기준이 되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될 것입니다. 독일 근대 사회의 추악한 부분을 스스로 안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더라도 독일의 전후 세대가 윤리적으로 더 나은 이유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기독교적 가치의 결과일 것입니다. (동아시아에서 만행을 자행했던 일본에 대한 평가도 단순히 세대가 가진 윤리성의 문제로만 보는 것은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것이라는 의미도 되겠네요.)

세 번째는 독일 통일의 기초가 바로 독일의 공교육 결과라는 사실이며,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서 통일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더불어
최근 메르켄 총리의 리더십과 2차대전 패전국가에서 유럽의 중심국가로 재진입한 독일의 모습은 동북아 평화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을 새삼 깨닫게 했습니다.


이런 이해 속에서 독일의 공교육이 건실하게 성장한 근간에는 기독교가 있었고, 사상과 철학의 기초가 되었다는 것은 한국 교회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독일 교회는 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기독교를 사적인 영역으로 한정짓고, 공공성을 포기한 한국 교회와는 극명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적어도 오늘날까지 독일 공교육에 있어서 우리에게 있어 윤리라 불리는 영역이 교회가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독교가 사회의 공적인 영역에서 기여하는 바를 보여줍니다. 그런면에서 유럽교회의 죽음을 선언하던 한국 교회는 공적인 영역에서 무엇을 이루고 있는지 냉정하게 짚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공의"가 교회의 이익과 일치하는 듯한 가르침도 포기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주제는 오늘날 미션스쿨, 기독교 학교가 처한 상황과도 연결됩니다. 한국 교육의 시스템상 사립학교가 가진 위치와 역할은 이도 저도 아닌 공교육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런 원인에는 적어도 교육, 공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국가의 철학 부재가 그 일차적 원인이며, 사립학교 역시 본질적인 질문과 교육 철학을 포기하여 변별력을 상실한 것이 이차적인 원인입니다. 기독교 학교는 그 독특한 가치를 포기함으로 독일교회와 같이 사회를 주도하는 힘을 상실했습니다. 

하지만 김창환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 500여년에 걸쳐 독일 교회와 함께 형성된 독일의 철학과 윤리, 사회 정신이 어떻게 지난 60여년동안 경제성장만이 살길이라 외쳤던 이 땅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난감하기만 했습니다.
한국 교육에 시스템이 적용되는 사례들을 보면 실용적이고, 성과중심의 결과물에 의존하는 듯한 모습인데, 거대한 역사적 유산을 한국의 현재와 비교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이나 할까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은 2차대전 이후 식민지를 벗어나거나 제국주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그 빈자리에 서구의 정치와 사회 구조를 도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가지의 이유로 인해서 구성원들의 동의없이 반 강제적으로 실현되고 비판없이 수용되여 오늘의 현실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 시기에 일어난 한국 기독교의 성장은 안타깝게도 사실상 서구(정확히 말하자면 미국) 시스템의 주요 유입 통로가 되었고, 비판없이 교육에 반영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몸에 맞지도 않고 정서에도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살아온 셈이죠. 여기에 그 독일의 공교육에 공공성을 제공한 독일 교회와 달리 성공과 번영이라는 측면을 부추김으로 개인과 가족의 성공에 집착할 수 있는 근거를 한국 교회가 제공한 혐의는 신뢰의 상실로 이어집니다. 


그럼에도 독일교회가 독일교육 형성에 미친 영향을 볼 때 기독교적 철학과 가치가 한국 교육에 남침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인간의 존중과 사회 공존, 공공성을 생각할 때, 기독교 사상은 분명 이에 대한 현실적인 답을 제공합니다. 한국 교회는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며, 복음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현재의 한국이라는 상황에서 읽어내는 일이 필요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독일의 근대 공교육을 살펴보면서 분단된 한반도를 잊지 않고 품어낼 수 있도록 한국 교회가 실천적으로나 철학적으로 통일 한국을 꿈꿔야 할 것입니다. 

이번 강좌를 통해서 저는 공교육에 미친 기독교의 영향을 과거의 역사에서 화석으로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살아있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강좌에 대해서도 그런 기대의 끈을 붙잡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