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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ge of Life/삶의 언저리

장례

장례란 보내는 이와 남은 자들이 얽혀져 묘한 내음이 있다. 

집에서 장례를 치뤘던 경험있는 나에겐 요즘처럼 조용한 장례식장을 보면 어색하기 짝이 없다. 

나에게 장례란 화투, 술, 그틈에서 얻는 용돈들과 음식들, 그리고 공개적인 밤샘의 놀이가 숨어있는 곳이다. 한때 퇴폐라는 것으로 보았던 그것들이 정겨운 건 고인을 환송하고 이땅에 발붙이고 일상으로 돌아가 살아가야할 이들의 위로요 동네 모두가 고인을 보내는 환송의 장인 것이다. 그 떠들석한 마당 너머로 망자를 향한 거짓된 울음들이 만드는 화음은 기이하다. 그러나 그 역시 장례라는 환송회에 없어서는 안되는 소리이자 대문 밖에 걸린 등불의 메아리다. 

거한 밤이 지나 동녁에서부터 푸른 밫으로 어둠을 몰아내는 새벽이면 가마니 위로 솔솔 올라오는 한기에 더하여 움추리게 한다. 천막 안에 피워둔 연탄난로의 알싸한 일산화탄소에 아픈 머리를 붙들고 그 한밤중에 퍼지른 흔적들을 하나하나 걷어내며 아침을 맞이한다. 그때 화투판에서 누군가 챙기지 못한 동전과 지폐를 얻는 횡재도 생긴다. 

그렇게 다시 주변인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가족들은 텅빈 빈소옆 방에 들어가 칼잠을 잔다. 

이젠 장례도 단체로 치뤄지기에 망자들은 외롭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살아있는 이들은 장례식이 끝나도 보내지 못한 아쉬움과 외로움, 바쁜 일상에 잊혀지는 고인을 보며 자신도 역시 잊혀질 불안함에 입을 틀어막고 슬픔을 곱씹는 트라우마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14. 6. 17. 한때 친구였던 장례식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