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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의 주장 중 선진국, 후진국의 오류에 관해서

이 글을 쓰게 된 문제의 이미지.
"선진국, 후진국을 거론하며 국정화를 반대하는 논리는 이미 그 자체에서 다양성을 배제하는 시선이 담겨 있다.
선진국 후진국이라는 잣대 자체가 이미 전재된 조건들 속에서 국가를 계층화"



요즘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반대를 주장하는 글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는데, OECD국가 가운데 국정 교과서 사용 국가를 조사해서 선진국 후진국의 분류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시사인의 "역사의 주권은 국가에게 없다”를 근거로 작성된 것 같습니다. 이 조사는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돌아다니고 있는 국정화 반대 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선진국, 후진국으로 구분하여 국정교과=후진국태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적어도 어떤 국가에서 어떤 교과서를 쓰고 있느냐는 점을 검토하고 비교하는 점에서 유용하지만 이를 선/후진국으로 구분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아니 이런 행위는 오히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의 본질적인 부분을 축소 또는 왜곡할 수 있습니다.



김무성의원과 황우여 교육부장관. 이번 사태의 수행자들. 출처. 중앙일보 온라인


국정 교과서에 대한 선진국 레파토리는 사실 선전에 불과합니다. 그 하나는 “선진국”에 대한 정의가 계몽주의, 산업화, 그리고 근대주의의 산물이자 서구 제국주의의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질서를 조절하는데 참여하는 의미에 있어 그 책임감과 의무, 그너머로 존재하는 손익계산들은 단지 경제적인 능력을 뛰어넘는 것이지만, 우열의 의미로 작동됩니다. 물론 우열이 그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가 문제입니다. 그런데 일종의 우열을 계급화하고 단계화하여 부족과 결핍으로만 다루게 될 때, 소위 후진국에 속한 나라들은 열등한 민족과 국가가 되어버립니다. 선진국 후진국이라는 잣대 자체가 이미 전재된 조건들 속에서 국가를 계층화시키는 요소입니다. 게다가 후진국에 포함되는 나라에 러시아, 중국이 포함되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적어도 위키백과에서 선진국에 대한 잣대를 보면 “고도의 산업 및 경제 발전을 이룬 국가를 가리키는 용어로 그로 인해 국민의 발달 수준이나 삶의 질이 높은 국가들이 해당”한다고 정의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사용되는 지표는 인간개발지수(국제 연합 개발 계획(UNDP)에서 매년 인간개발지수를 조사해 발표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협력 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orld Bank), 개발 원조 위원회 회원국(DAC), 그리고 뉴스위크지 선정으로 둡니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는 한번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 두 나라는 개발도상국인 셈입니다. 

그리고 국정화 교과서를 분류한 도표를 보는데 국정화=후진국에 나열된 터키, 그리스, 아이슬랜드는 오히려 선진국으로 구분되는 나라들 입니다. 그러니까 국정화=후진국이라는 건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오류인 셈이죠.


여기서 좀 더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은 21세기에 넘어선 산업화에 성공한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망령과도 같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가능하게 되었는가 입니다.

일단 제가 주목하는 것은 서구 개인주의와 동양의 집단주의가 내재된 차이에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이미 제가 전제해 버린 서구=개인주의, 동양=집단주의는 너무 일반화시킨 부분이긴 하지만 적어도 사회 형성상 시민사회의 구성과 계약적 체제, 그리고 근대화로 넘어가는 핵심에 개인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는 정수복씨의 주장을 근거로 억지를 부려봤습니다. 아시아 국가의 근대화 과정은 아직도 진행형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심에는 개인주의, 개인간의 계약을 통한 국가 형성이라는 측면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을 일종의 선진화로 아시아는 보았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서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로 이어지는 근대화 과정을 밟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식민지화됨으로 아시아의 근대화 과정 시점을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후 제 3세계 국가의 등장시기에 맞춰 독립과 근대 산업화의 길을 걷습니다. 한국도 그런 길에 따라갑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근대화 과정은 산업화를 밟으면서 가족사회에서 개인사회로 전환되는 시점을 갖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점에서 개인주의로 전환되지 않고 가족사회의 강화로 나타납니다. 결국 근대주의의 핵심인 개인주의, 계약이라는 측면이 관계에 함몰되는 경향을 갖게 됩니다. 그러니까 한국 사회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이 적어도 가족주의/전체주의적 관습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이것은 “자유선택제”로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설명하는 근거가 됩니다.


자유선택제의 등장은 개인의 선택, 소집단의 선택을 존중할때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그러나 가족주의나 전체주의, 연고주의 속에서는 개인보다는 집단이 더 우선되기 때문에 집단을 견고하게 해줄 체제가 발달되게 합니다. 그 안에서 집단의 정서를 이끄는 그룹은 힘과 권력을 갖고 유지하려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고 이를 유지하려는 쪽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다만 사회구성원들이 “다양”할 때 조금 다른 양상을 띄게 됩니다. 전체주의적이면서도 이를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구성원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염두해 두어야만 합니다. 그런면에서 아이슬란드의 경우 국정화가 자국내 역사가 아닌 주변 국가들의 역학적 관계를 가르치는 가운데서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경우 전체주의가 일제시대에 내선일체로, 해방후 반공주의, 그리고 독재의 과정에서 유지되면서 획일화는 한국 사회의 근대화 과정에 내재화됩니다. 그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다시 시도되고 상당수의 지지를 받는 이유로 생각합니다. 이런 형태는 최근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한국사회의 비난과도 연계되어 있습니다. 이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배경이자 내재된 힘과도 같습니다.


  1. 역사교과서 논쟁에 선진국/후진국 발언은 제국주의적이고 차별적인 요소임과 동시에 정확하지 않은 감정적 정황을 가지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역사교과서 논쟁은 국정화에 감춰진 부분들, 특히 근대사에 있어 친일, 반공과 독재를 미화하는 부분들과 왜곡하는 부분들에 있습니다. 물론 세계의 흐름에 뒤로가려는 현 정부의 움직임을 비난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선진국과 후진국 발언은 자료의 오류임과 동시에 문화/국가 차별적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2. 이번 논쟁을 통해서 우리가 살펴봐야 할 것은 국정화 배경에 단지 기득권의 지배문제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내재된 획일성에 있다고 봅니다. 한국 사회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살펴보고 역사인식에 있어 다양한 사료들이 소개되고 검증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한국 사회가 다문화화된 측면을 통해 현대사의 차별적 역사도 정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3. 마지막으로 인정해야 할 부분은 충효사상이 내재된 사회 속에서 부모 등에 칼을 꼽으면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가 입니다. 2,3세대의 친일 문제와 박근혜 대통령의 박정희의 복권을 주도하는 부분은 한국 사회에서 단정적으로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도의 문제가 있긴 하겠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충효사상이 내재되고 작동하고 있습니다. 충효의 문제는 합리성과 계약이라는 법의 측면을 뛰어넘습니다. 이는 옳고 그름의 판단이 충효에 따라 결정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논의는 추후에 더 다루고 싶은데, 여기에는 국가적 위신을 세운 남자들에게 병역을 면제하는 것과 소위 “패륜아” 이슈, 또는 “효자/효녀”의 사회적 칭송은 동전의 양면을 가진 충효사상의 영향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부분을 개혁하기 위해선 충효의 대상에게 소위 칼꽂음이 가능한 사회, 사회 규칙에 근거한 비판과 판결이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정수복 선생님은 그래서 개인주의라는 근대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 것 같네요.) 이 말은 적어도 현재 친일파 후손들의 태도나 새누리당, 박근혜 정부의 태도가 아무리 친일문제, 독재문제를 거론해도 변하지 않을 이유이고, 이들을 지지하는 무리에게 호소하는 바도 민주주의가 아닌 충효에 근거한 “부모” "어른"에 대한 태도일 것입니다.

"이들의 시선에서는 반 박근혜, 반 새누리는 애미애미도 모르는 후레자식일지 모른다. 

이들에게 충효는 절대진리이기 때문이다."

국정화 반대 서명장에 난입하신 어버이 연합.출처. 한겨레신문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쓰고 싶긴 한데, 저도 여기까지의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역사가 한 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저항들이 쌓이고 언젠가 물꼬를 바꾸는 힘이 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좀 더 제대로 된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우리의 목표를 날카롭게 잡아가는 저항의 흔적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 목표는 일상의 현실에서 만나는 자리를 “다양성”의 공존과 평화, 그리고 화해의 자리로 인식하는 지향점이 아닐지 막연히 짚어 봅니다.


위키피아 선진국
https://ko.wikipedia.org/wiki/선진국

시사인 역사의 주권은 국가에게 없다
http://www.sisainlive.com/news/quickViewArticleView.html?idxno=19261


자료 철처. 위키피아."선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