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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ge of Life/삶의 언저리

공동체에 대한 미련



공동체의 회복은 물리적 거리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가상에 근거한 네트워크를 생각할 수 있다. 공동체가 (물리적인) 지속성(유지)을 꼭 갖지 못하더라도 (정신적인)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다.거기에 가상 세계의 등장은 유기적 지속성의 가능성을 실현해 줄 구세주로 여겼고, 여전히 이런 신화는 여러 형태로 유지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물리적인 안전과 돌봄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 가상의 네트워크를 향한 느슨한 신뢰를 경계해야 하는 점을 숙제로 안고 있다. 텍스트와 미디어를 근거한 관계성이 임상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수많은 온라인 네트워크의 관심사에 노출된 피로함때문에 쉽게 지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동체가 앞으로 짊어져야 할 가장 큰 숙제는 보편화된 이동성을 품어내는 것과 가상 네트워크가 갖는 가벼움의 극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이동성이야 말로 현대 사회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특징이며,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우리는 여러 형태로 물리적 공간을 지속적으로 바꾸고 있으니 말이다. 이로 인해 소속의 변화도 자주 발생하게 된다. 이런 소속의 잦은 변화로 공동체에 대한 목마름과 환상은 단지 종교계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그 목마름은 채울 수 없고, 실패감과 낭패로 돌아오는 경우를 자주 보곤 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을 왜 해야 하는 걸까? 왜 우리는 ‘공동체’라는 단어가 만든 환상 속에서 이처럼 분투하고 있으며, 또 각오하는 걸까? 적어도 나는 우리 가족이 혼자서 살 수 없다는 연약함이 그 시작이고, 이 이기적인 기대는 타인의 이타심을 필요로 한다는 점, 그리고 상대 역시 어느정도의 필요가 있을꺼라는 예상이 맞물린 기대감이 기저에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목마름을 어느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절박함과 외로움이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