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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일기

또 다른 선택지를 기억하며

2018.11. 13.

아침의 맨붕을 다시 잡고 늦은 하루 시작. 

육아를 하면서 가장힘들면서도 유익이라하면 나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본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감정의 근원을 거슬러올라가는 모험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부 사이의 갈등 속에서 감정처리와는 또 다르다. 

2호가 소풍가는 오늘 아침, 2호의 행동은 엉뚱했다. 그녀는 내복차림에 반티를 입고 등교하겠단다. 바지를 더 입기 싫고, 배나오는 핑크빛 맨투맨을 입고 가겠단다. 왜 안되는지 설명했지만 아마도 내 목소리는 약간 신경질적이었는지 모르겠다. 아이는 고집을 꺽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높아지고, 설득과 협박으로 넘어가고, 그 다음은 2호가 공포를 느낄만한 화를 냈다.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등교를 준비하는 1호에게도 불똥이 튕겼다. 그리고 1호의 지각 직전에 차로 도착했고, 두 아이를 내려 보냈다. 

꿀꿀한 마음에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다. 그렇게 집으로 다시 올라와 아이를 곰곰이 돌아보니 그렇게 화낼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 순간을 웃으며 넘길 수 있었던 순간들이 있었던 걸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아이에게 다른 대안을 강요하는 대신, 번거롭지만 아이가 선택한 옷(내복)차림으로 차를 태우는 것, 그리고 아이가 갈아입을 옷을 준비했으면 의외로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었다. 아마도 차가운 공기에 옷을 더 입는 선택을 했으리라. 그러나 그 순간 주체하지 못하는 내 감정에 2호에게 화를 냈고, 1호에게도 불똥이 튀겼다.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는 아이의 감정과 상태보다 내가 해결해야 할 과제에 집중한 결과다. 게다가 2호와 문제가 생긴 원인이 최근 우리집에서 민감한 '옷'이었기 때문이다. 1호와 2호 모두 아침 등교에 옷입히는 일로 아빠가 민감했던 것이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니 2호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렇게 내 머리에 남아 있는게 싫어, 서둘러 2호의 출발장소에 뛰어갔다. 그리고, 차 안에서 아빠에게 손을 흔드는 2호를 만났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에게 치유를 선물했다. 오늘 하루 온종일 우울했을 나에게... 육아는 그런 것이다. 


Epilogue.

그렇게 나는 돌아서 커피숍으로 들어왔다. 주문을 하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순간... 지갑을 놓고 왔다. ... ... 육아는... 그런 것이다. 오늘도 '아차' 하고 사는 모든 육아부모들에게 축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