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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일기

그래도 아빠는 우리아빠야

2018.11. 12. 

사람마다 서로 다른 기질과 이해의 방식이 있고, 그것이 내가 보내는 호감과 적대감의 근간이 된다. 나는 그 적대감을 느끼는 그 순간, 그 사람이 가진 장점이나 호감들을 단숨에 적대감에 갈아넣는다.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가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가면서 그 적대감 또는 비호감을 느끼는 그 존재가 갖고 있는 장점과 호감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하더라.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서 비호감/적대감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희미해지고, 그 감정만 남아버린 건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아직 그 사람들에게 손내미는 일을 먼저하는 것이 참 어렵다. 관계라는 것이 절박함이 없는 이상, 스쳐지나가는 존재, 1-2년에 한번 보면 말 존재라는 생각에 구지 불편한 마음을 이기면서까지 다가서지 않는다. 일종의 자존심일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오늘 2호부터 1호까지 아침에 한바탕했다. 2호는 (요즘 뭔가 맘에 안들면 삐지는 시늉을 하고, 그게 좀 달래지 않으면 정말 울어버린다.) 아침에 씻겨준 것에 삐진 것이 화근이 되어 아빠에게 혼났고, 1호는 입을 옷이 없다며 불퉁불퉁거리다가 지각하는 각이 되어 혼났다. 이렇게 1호와 2호 모두 울음바다가 된 아침은 어쨌든 서둘러 준비하고 등교하는 차 안에서 1호가 내민 빼빼로에 부드러워졌다.

1호. "아빠꺼야." 
2호. "나 먹고 싶어."
1호. "아냐. 우린 어제 먹었잖아. 이건 아빠와 엄마가 먹어야 하는거야."
나. "먹고 싶지 않은데."(불퉁거리며)
1호. "아니야, 먹어야 돼. 이건 아빠와 엄마를 위해 남긴거야."
나. "금방 아빠에게 혼났잖아. 아빠도 기분이 너무 않좋아."
1호. "그래도 아빠는 우리 아빠야." (크흑... 감동. ㅠ.ㅠ)

난 이 둘의 아빠인 것이 자랑스럽고, 또 내 밴댕이만한 좁은 속이 한없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