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협약 제8조
모든 사람은 ‘사생활과 가족들의 삶, 가정과 서신 등을 존중 받을 권리’와 ‘법률에 따른 권리, 국가 안보를 위해 민주사회에 필요한 것 외에는 공공기관의 간섭이 없어야 한다’
홈스쿨에 대한 이번 법정 판결은 한국내 교육에 대한 일관된 태도이기도 하다. 개인에게 교육 선택권이 있는가의 문제인데, 홈스쿨러들의 대부분은 미국내 철학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 자율권을 우선하겠지만, 한국의 법적 해석은 그렇지 않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사건에 동일한 판결이 내려졌다.) 그동안 이 부분을 부모의 선택을 존중하는 유연성을 보여줘ㅆ는데, 최근 아동의 유기와 학대 문제가 부각되면서 다시 수면위로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홈스쿨을 반대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해 조금 걱정이 앞선다.
개인적으로 이번 판결 안에는 한국 내 두가지 사회적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하나는 공교육이 교육의 질에 대하여 의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한국 사회내 부의 격차에 따른 학습차별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이 둘을 아우르는 이슈는 바로 대학입학 논쟁이다.
개인적으로 홈스쿨을 지지하는 건, 획일적 교육 방식과 인지학습중심으로 평가되는 공교육 방식이 만드는 차별때문이다. 무엇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점수로 줄 세우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사교육 현장이 이를 보완하거나 대안적 길을 제시하고 있지 않고 이를 심화시킨 공범이다. 그렇지만 교실의 교육 방법과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한 개인을 주목할 수 있는 여지가 없으며, 이를 보완할 책임을 공교육이 하지 않고 개인의 역량으로 돌려버린다. 결국 자기 주장이 명확한 능력있는 부모들은 소위 사교육으로 모두 아우르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오히려 과도한 학습 부담을 아이들에게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사실 사교육의 문제는 선행학습과 입시 컨설팅에 따른 공교육 무력화, 그리고 부의 불평등에 따른 교육기회의 차별이 발생하기 때문아니던가? 사교육은 개별성, 다양한 지능 발달에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며,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시행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여러모로 생각할 여지들을 주는데, 사실 논란이 되는 아동 방임보다는 이를 읽는 방식에서의 차이, 국가 정체성(철학)과 좀 더 관련이 있어 보인다. 즉 부모의 방임은 교육을 안하거나 방치가 아니라 국가가 요구한 책임에 따르지 않는,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를 지키지 않으면 방임이라는 판결 기준에서 내려진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 접근은 정치적 참여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을 드러내고 해결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대안교육 기관들도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한가지 더 언급할 부분이 있다면 이번 판결의 배경에 있는 한국 교육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4년 선행학습 금지법이 미친 사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다. 한국 대학 입시라는 괴물 앞에 다양한 교육 방안들이 무너진 현재의 상황에서 사교육 규제는 "공교육 정상화"라는 거창한 구호를 담고 있다. 한국 사회 내부에서 벌어진 심각한 부의 불평등 심화는 교육의 보편적 평등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런 사회에서 국가의 공교육은 보편적 측면을 넘어 개인의 역량을 책임져야하는 전능성을 요구받고 있다. 아마도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 보는데, 바로 여기서 홈스쿨은 사교육 프레임에 가둬진다. 대학교육을 위해서는 홈스쿨이 얼마나 불리한가? 보다는 홈스쿨에 필요한 비용의 규모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우선된다.
이런 저런 자잘한 부정적 이미지들은 홈스쿨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영향을 끼친다. 유럽의 경우 최근 반 이슬람 정서에 따른 여러 갈등들을 표면적으로 겪으면서 국가내 가치의 균질성과 일치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취하고 있다. 가정의 교육보다 시민사회의 교육을 더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인권'이라는 인식의 배경에 국가주의 유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비껴갈 수 없다. 국가의 존치는 개인들의 합의없이 불가능하다. 그 합의의 과정(사회화)에서 주체는 누구일까? 아직도 한국은 시민보다 특정 엘리트, 과거 왕조를 대신한 관료에 있지는 않은가?
아마도 그런 배경에서 유럽 인권재판소의 판결은 독일국가 정책의 인권성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독일이 국가 운영 철학에 차별적 조항이 없고, 이를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다룬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럽 사회의 또 다른 고민은 국민의 국가에 대한 일치된 사고를 실현하는데 있다. 무슬림의 집단적 이주로 인해 가치 혼동이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으며, 국가의 안정을 크게 해치고 있다는 정서가 빠르게 퍼지는 상황에서 교육의 기능 가운데 '사회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가정의 문화보다 앞서 국가 철학에 대한 동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정서는 다양성의 사회로 가면 갈 수록 더 강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안에 홈스쿨이 존재한다.
"학교 갈 필요 없어" 딸 학교 안 보낸 친모 징역형. 2019. 4. 18. 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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