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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일기

아보카도 샌드위치

먼 타국에서 만났던 아보카도의 첫 인상은 몹쓸 쥐엄열매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식당앞에 덩그러니 던져진 엉성한 나무궤짝 안에 신문지 위로 쌓여진 것들 이었다. 그때에는 타인에 대한 호의 뿐만 아니라 동양인에 대한 이상야릇한 시선들이 몹시도 의심스러웠던 시기였다. 실제로 인종차별은 있었지만, 그것이 인종차별인지, 아니면 단지 문화적 차이인지를 구별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 이주한 곳에서 비로소 아보카도를 직접 잡아볼 수 있었고, 그제서야 그 맛에 취할 수 있었다. 왜 그리도 피했을지, 손도 대지 않았던 1년의 시간이 억울했다. 그렇게 친해진 아보카도와는 1년을 어느정도 넘기고서 헤어질 수 밖에 없었고, 한국에서는 잊혀진 음식이었다. 한국에서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자주 보곤 했지만 감히 다가설 가격이 되지 않아 항상 눈길한번 주고 돌아서야만 했던 그런 고귀한 분이셨다. 그러다가도 가끔씩 해외에 가게 되면 제일 먼저 찾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아보카도였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곳이라면 몇 개 들고서, 간장 한종지에 티스푼으로 열심히 비벼 먹곤 했다.

얼마전 동네 마트에 이녀석이 보였다. '아, 여기까지...' 가격도 많이 착해졌다. 그래도 오천원에 3개라는 가격은 쉬이 손이 가긴 어렵다. 갑자기 5개에 5천원이라고 깜짝 세일한단다. 그 앞에서 왔다갔다 망설이는 내 모습을 보셨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내 것이었다는 것처럼 큼지막한 녀석 다섯개를 움켜쥐고 계산대로 달려갔다. 그리고 집에서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하며 쳐다보는 두 딸 앞에서 칼로 쫘악 쪼개었다. 커다란 씨앗을 꺼내고는 숫가락으로 연한 녹색의 속살을 긁어내려, 간장 한 스푼에 밥을 비벼 한 입 물고, 세상 모든 걸 가진듯한 표정을 짓자 눈빛들이 반짝거린다. 그렇게 아보카도의 세상에 내 두 딸들을 끌어들였고, 오늘 아침에는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몹쓸 쥐엄열매같았던 아보카도는 이제 우라가족에게 최애의 채소같은 과일이 되었다.

재료: 아보카도 1개, 삶은 달걀 2개, 소금/후추 약간, 레몬즙 여러방울, 오이피클, 마요네즈, 모짜렐라 치즈, 체다 치즈, 식빵

비싼 채소값에 양상추는 포기했지만 잘게 썰어 넣으면 아삭거리는 식감이 샌드위치 맛을 올려주겠지...

Tip. 삶은 계란은 흰자와 노른자로 미리 분리해서 칼로 미리 다져놓는게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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