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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ge of Life/삶의 언저리

내 삶은 이미 다문화다.

가끔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맛과 향이 밑에서 올라올 때가 있다. 작년에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처박혀 있다가 갑자기 밀려오는 고수향 때문에 고시촌 밑에 있던 쌀국수집에 가서 고수를 듬뿍 받아 먹었다. 그때 가슴에서 밀려오는 편안함과 그리움을 채운 성취감에 살짝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 정기적으로 그곳에 가서 쌀국수에 고수 듬뿍 담아 먹었다. 물론 동남아시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 집의 쌀국수는 내 심정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출처. 다음 카카오맵

 

씬챠호

서울 관악구 대학길 52 지하 1층 (신림동 247-2)

place.map.kakao.com

어디 고수 뿐이랴... 남아공에서 먹었던 브라이의 양고기나 양갈비는, 코스트코에 갈 때마다 진열된 그 비싼 양고기 앞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으로 달래곤했다. 그렇게 문득 떠오르는 것들 가운데 재료가 없을 경우엔 비슷한 것으로 만들어 보곤 한다. 얼마전 파스타하고 남은 시금치로 데쳐 무치려 했는데, 손질하는 순간 '모닝글로리 볶음'이 생각나버렸다. 그 맛이 어떻게 되는지 기억을 더듬으며, 모닝글로리 대신 시금치와 꽈리고추, 그리고 베이컨 등을 가지고 흉내를 내 봤다. 어찌어찌 비슷한 맛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울컥 올라오던 욕심을 가라앉힐 순 있었다.

'뭐... 그 음식이 뭐길래...' 하고 치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현지에서 살면서 몸에 체득된 그 무언가는 종종 내 DNA에 새겨진 듯 툭툭 치고 올라온다. 이런 느낌은 음식점에 가서 먹어본 음식이 맛있어서 자꾸 생각나는 그런 경험과는 다르다. 음식에 담긴 조미료나 식재료, 조리방식 등은 향과 맛이 결합된 문화의 부분이다. 아마도 해외에서 어느정도의 삶을 살아낸 이들, 특히 자아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장기를 보낸 이들에게는 사람과의 관계, 생활의 독특함 등과 더불어 음식으로 구성될 수 밖에 없다. 그런 독특성을 우열이나 윤리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한국의 경우 과거에는 그렇게 교차문화적 삶을 가진 이들이 적어서 문화에 대하여 윤리적으로 평가하거나 희화화하여도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가까이에 교차문화의 삶을 가진 이들이 많아졌기에 특정 문화에 대한 평가나 판단이 심각한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음식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 일 듯 싶다. 그러니... 중요한 건 내가 맛있으면 되는거다. 음??? 

어느 나라건 그 곳에서의 노포 음식만큼 가성비를 이길 수 없다. 게다가 정말 현지스탈이다. 위생 문제만 빼면...(한두번 배탈나고나면 괜찮아지니..)

지방에 내려오면 가장 불편한 점 중 하나는 가성비의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적다는 점이다. 물론 내가 살았던 대학동 녹두거리의 가성비를 대한민국에서 찾는 건 쉽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무엇을 먹을까"만큼 고민스럽고 고통스러운 건 없다. 

결론.

1. 서울대 녹두거리 씬챠호는 가성비 쵝오. 깊은 육수맛에 무한 리필의 고수~~ 

2. 자신의 환경에 만족해라.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