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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리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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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일 오산리 아침 "힙"한 아침, 안개는 쉬이 물러가고. 힙한 아빠와 딸은 등교한다. 여느 가을 아침과 동일하게 가을걷이한 땅과 조그만 수로에는 백로와 물새들이 아침을 즐기고, 나는 아침 평화의 브레이커. 그렇게 힙하게 시작한 걸음은 시간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했다. 어디 이 마을 뿐일까? 하면서도 오산리가 일본 식민지의 수탈 현장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또 한편으로는 내 아내에게는 어릴적 할머니집에 대한 흔적으로, 나는 서울 생활의 흔적이었다. 양가적 감정! 시간은 단지 흘러갈 뿐만 아니라 시대의 이야기, 감정을 고스란히 묻혀서 오늘을 스쳐지나가게 한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100년이 넘게 철마가 달렸던 철길은 한국 근대사의 희노애락을 안고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리고 일주일도 철길은 뜯겨져 고철이 되었다..
아이는 부모를 본다 아이들은 부모를 바라본다. 부모가 있는 곳을 보고 달려온다. 자신의 세계는 언제나 부모를 시작으로 넓어가고, 또 부모로 돌아온다. 시간이 흐르면 점점 그 반경은 넓어지고, 그만큼 아이들은 멀리 간다. 그리고 그만큼 돌아오는 시간도 멀어진다. 아이들은 언제나 진심이다. 부모를 향해 달려오는 속도는 이를 보여준다. 아이에 대한 나의 생각이 어떻든, 나의 감정이 어떻든 그들은 그 순간에 진심이다. 가끔 그 속도가 기쁨이 되기도 하고, 또 불편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상관없다. 아침에 혼났던, 그 전날 저녁에 감정의 생채기가 났건, 그들의 속도는 언제나 비슷하다. 나는 안다, 아이들은 나에게 언제나 진심이라는 것을. 나는 모른다, 아이들이 나에게 언제나 진심이라는 것을. 그 왜곡진 내 시선은 어디..
달 떨어지는 아침길 우리집에서 5분정도 걸어 나오면 조그마한 내천을 지나 새로 생긴 철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오전 8시 35분을 넘어서면 익산에서 서울로 가는 장항선 새마을호와 잠깐 동행할 수 있다. 아이들과 일찍 등교길을 가지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리고 당분간은 저 달도 내 아침 동행이 된다. 하얀 백로 가족들은 내가 나타나면 후다닥 아침 요기를 마치고 떠나간다. 본의아니게 그들의 아침식사를 방해한 모양새다. 날씨가 차가워졌다. 그래서 걷기 딱 좋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지난밤에 달라붙었던 피곤을 내뿜고, 익어가는 대지의 벼의 지푸라기 내음으로 채운다. 그 내음이야 말로 내가 땅에 속해있다는 흔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흠뻑 빨아들인다. 그러다보면 잠깐이지만 내 앞에 놓인 여러 고민들을 잠시 잊을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