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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샵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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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도 가는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떨어지니 놀이터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로 북적북적하다. 모두들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리고 놀고 있는데, 걱정보다는 안쓰러움이 앞선다. 그런 이들에게 이 시기의 풍경은 아마도 얼굴을 감싼 마스크들이 가득함이 아닐까 싶다. 모두들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에 매달린다. 마치 그것이 만들어지면 모든게 일년전으로 돌아갈 거라고. 그러나 우리를 기다리는 건 2019년의 가을이 아니라 2021년의 겨울이자 봄이며, 마스크로 도배된 풍경일 것이다. 지구는 때아닌 마스크 몸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100년을 돌아보면 지구의 비명은 결코 일회성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지금’의 철학과 정치를 기반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꿈”은 미래의 예측일까? 바램일..
파란 가을 하늘 아이들 소리에 문득 하늘을 올려보니 청명한 가을하늘이 펼쳐져 있다. 어제보다 더 파랗게 다가오는 건 내 마음의 구름이 달아나 버려서일까? 아니면, 놀이터에 가득한 푸르른 소리들에 물들어서일까? 2022. 9. 22. 서울 관악구 샘말공원에서
너여서 괜찮아 어제 집으로 오는 길에 한 지인과 내 논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목사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예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절거렸지만, 생각해보니 별거 아닌 이야기다. "MK가 선교사자녀라서, 교차문화에서 자라고 있어서, 영어를 잘해서, 좋은 신앙 유산을 가지고 있어서... 가 아니라 그냥 너여서. OO여서 괜찮아." '우리 자녀들이 어떤 미래를 가지면 좋겠다.'라는 상상은 부모의 특권일 수 있지만, 그것의 가부는 오롯이 자녀의 몫이다. 더구나 자녀들의 미래 환경을 부모가 예측하고 지도해 줄 수 있다는 믿음도 사라진지 오래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자녀 세대에게 어떤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가면에 대..
아이는 부모의 거울 아이는 부모를 관찰하며 즐거워하는 일들을 따라한다. 내가 재미있게 하는 일들은 주목하고, 흥미를 갖는다. 그리고, 바로 시작한다. 최근 내가 그리는 일일삽화를 지켜보더니 1호가 따라하고, 바로 2호가 따라간다. 우리가 가르치고 싶어하는 내용들이 혹 아이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지루해 하는 건, 어쩌면 부모들이 싫어하거나 의무적으로 여기는 것인지 모른다. 물론 아이들 스스로 가진 특성도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어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먼저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마블히어로 블랙팬서 별이 되다. 채드윅 보스먼이 지병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잠깐 멍했다. 그동안 어떤 소식없이 있었는데, 16년에 대장암이 발견되고 지금까지 조용히 싸워오셨다고. 블랙팬서가 나에게 어떤 의미였나 싶으면, 딱히 중요하지 않으면서도 지난 밀레니엄에 들어서면서 마블의 스토리가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주의 구원 이야기에 아프리카가 하나의 분깃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지난 세기를 극복하는 서상 속 희망은 아니었을지 싶다. 그래서 이렇게나마 추모하고 기억해 본다. R.I.P.
아보카도 샌드위치 먼 타국에서 만났던 아보카도의 첫 인상은 몹쓸 쥐엄열매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식당앞에 덩그러니 던져진 엉성한 나무궤짝 안에 신문지 위로 쌓여진 것들 이었다. 그때에는 타인에 대한 호의 뿐만 아니라 동양인에 대한 이상야릇한 시선들이 몹시도 의심스러웠던 시기였다. 실제로 인종차별은 있었지만, 그것이 인종차별인지, 아니면 단지 문화적 차이인지를 구별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 이주한 곳에서 비로소 아보카도를 직접 잡아볼 수 있었고, 그제서야 그 맛에 취할 수 있었다. 왜 그리도 피했을지, 손도 대지 않았던 1년의 시간이 억울했다. 그렇게 친해진 아보카도와는 1년을 어느정도 넘기고서 헤어질 수 밖에 없었고, 한국에서는 잊혀진 음식이었다. 한국에서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자주 보곤 했지만 감히 다가설 가격..
1시간의 자유 점심을 무엇을 할 수 있나 고민하다가 그냥 라면을 끓였는데, 아이들이 잘 안 먹는다. 라면은 어디까지나 기호일 뿐 주식이 될 수 없다. 저녁은 퇴근한 아내와 함께 먹는 시간이니 나름 메뉴들이 있지만, 아이들과 집에서 밥을 먹을 때면, '끼니를 떼운다'는 생각을 자주할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 어렵다. 게다가 아침에는 두 아이의 온라인 수업을 도와줘야 하니 나름 지치고,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밀려오는 나태함의 시간이다. 그렇게 아이들과 점심을 떼우고, 태권도에 가니, 그제서야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오늘은 부서진 욕실 샤워기 헤드를 다이소에서 구매했고, 저녁에 필요한 양파와 내일 요리를 위한 꽁치 통조림을 마트에서 구매했다. 그저께 대파 한단을 구매했으니 당분간 요리의 밑재..
8월 26일 일기 #20200826 덥다. 아니 공기에 가득한 수증기들이 실내를 끓이는 듯 싶다. 온라인 수업을 마치고, 있는 반찬을 계란 후라이로 양푼에 비벼 아이들과 먹고, 달궈진 집을 떠나 커피숍으로 도망쳤다. 비대면수업 첫날부터 집콕은 실패했다. 자신들이 좋아할 책들을 골라 내려오니, 이게 무슨짓인가 싶기도 하면서, 또 이런 일상을 불평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오늘은수요일_밀크팅무료사이즈업